징크스 털고 해결사 거듭난 NC 박건우 "오늘은 내가 미친 선수"(종합)
"약팀이라는 평가, 우리는 잃을 게 없다…오늘만 즐기자는 생각"
(인천=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NC 다이노스 외야수 박건우(33)를 지긋지긋하게 따라다닌 수식어는 '가을에 약한 남자'다.
두산 베어스에서 뛰던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시즌 동안 포스트시즌 55경기에 출전했으나 통산 타율은 0.206, 20타점에 그쳤다.
특히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와 맞붙었던 2018년 한국시리즈에서는 24타수 1안타, 타율 0.042의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그래서 한때 '가을 건우'는 '포스트시즌에 약한 선수'를 가리키는 대명사처럼 쓰이기도 했다.
이제 박건우는 달라졌다.
NC로 보금자리를 옮긴 뒤 처음 맞이하는 올해 가을야구에서는 해결사로 거듭났다.
포스트시즌에 언제 고개를 숙였냐는 듯 매 경기 팀 중심 타자로 타선을 이끌어간다.
박건우는 2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준플레이오프(준PO·5전 3승제) 2차전에 3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 5타수 3안타 2타점 1득점으로 활약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2차전 데일리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돼 상금 100만원을 거머쥐었다.
두산 베어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3타수 1안타 1볼넷 1사구 1타점 1득점, SSG와 준PO 1차전 3타수 1안타 활약에 이은 3경기 연속 포스트시즌 안타 행진이다.
특히 박건우는 경기 초반 SSG 선발 김광현을 상대로 안타 2개를 빼앗아 기선을 제압하는 데 결정적인 활약을 선보였다.
1회초 1사 1루에서 첫 타석을 맞이한 박건우는 3루수 최정을 스쳐 지나가는 빠른 타구로 좌전 안타를 만들었다.
박건우의 안타로 1사 1, 2루를 만든 NC는 제이슨 마틴의 2루타와 권희동의 단타, 서호철의 희생플라이로 1회에만 3점을 뽑았다.
박건우는 2회 김광현에게 결정타를 날렸다.
2사 후 손아섭과 박민우가 연달아 볼넷을 골라 김광현을 흔들자, 우익수 쪽 적시타로 2루 주자를 홈에 불렀다.
김광현의 체인지업을 기술적인 스윙으로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6-3으로 앞선 상황에서 맞이한 8회초 2사 2루에서는 승리에 쐐기를 박는 중전 적시타를 터트렸다.
문승원의 슬라이더를 공략해 중견수 앞으로 타구를 보냈고, 손아섭이 홈을 밟아 점수는 7-3까지 벌어졌다.
손아섭에서 박민우, 여기에 박건우로 이어지는 NC의 1∼3번 타자들은 이번 가을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낸다.
손아섭과 박민우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역할에 충실한 박건우는 조금씩 '가을야구 악몽'을 씻어 가고 있다.
경기가 끝난 뒤 박건우는 "매 경기 미쳐야 하는 선수가 나와야 하는데 오늘은 저였던 것 같다. 다른 선수도 잘하도록 격려 많이 하겠다"고 했다.
두산 시절에는 가을야구에서 약한 모습을 더 많이 보였지만, NC에서는 가장 믿음직한 타자로 거듭났다.
박건우는 "두산에서는 막내로 경기에 나서서 못해도 형들에게 어리광 부리고 '형 해주세요'라고 했는데 지금은 그럴 입장 아니다. 고참으로 경기에 뛰어야 해서 더 책임감을 갖고 경기에 임한다"고 설명했다.
한 시즌을 치르며 박건우의 몸 상태는 정상이 아니다. 허리와 무릎까지 안 아픈 곳이 없다.
박건우는 "주사 맞으며 중요한 경기니까 버티면서 하고 있다. 빠질 상황이 아니니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반문했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하위권으로 분류됐던 NC는 베테랑과 신예 선수의 조화 속에 정규시즌을 4위로 마쳤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물리친 뒤, 준PO에서도 인천 방문 2경기를 모두 잡고 창원으로 돌아간다.
박건우는 "우리가 약하다는 평가에 자극받았다. 그래서 오히려 상대가 부담 느끼고, 우리는 잃을 게 없고 오늘만 즐기자고 생각했다"면서 "경기를 앞두고 (주장) 손아섭 선배가 '오늘만 즐기자'고 하더라. 주장만 믿고 즐기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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