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참들이 좀 더 해줬으면…” 사령탑 기대에 완벽 부응한 손아섭·박건우의 맹활약 [준PO2]

손아섭, 박건우 등 공룡군단의 베테랑들이 사령탑의 바람에 응답했다. 맹타를 휘두르며 NC 다이노스의 승리를 이끌었다.

NC는 2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2차전에서 SSG랜더스를 7-3으로 눌렀다.

손아섭과 박건우, 두 베테랑 선수의 활약이 눈부신 경기였다. 이들은 나란히 맹타를 휘두르며 NC의 공격을 견인했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맹타를 휘두르며 NC의 승리를 이끈 손아섭. 사진(인천)=김재현 기자

NC 박건우는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사진(인천)=김재현 기자

사실 이날 경기 전까지 손아섭과 박건우는 이번 가을무대에서 큰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19일 두산 베어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도합 3안타를 합작했으나 타점은 없었다. 다행히 이 일전에서 NC는 첫 포스트시즌에 나선 서호철(4타수 3안타 1홈런 6타점), 김형준(5타수 2안타 2홈런 4타점), 김주원(4타수 2안타 2타점) 등 ‘젊은 피’들의 활약을 앞세워 14-9 승리를 따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도 비슷한 모양새였다. 여전히 1번과 3번 타순에 배치된 손아섭, 박건우였지만 각각 4타수 무안타, 3타수 1안타에 그쳤다. 과거 가을야구에서 선보였던 이들의 활약상을 감안했을 때 분명 아쉬운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NC는 선발투수 신민혁의 5.2이닝 4피안타 1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 역투와 8회초 대타로 출전해 결승 좌중월 2점포를 쏘아올린 김성욱의 활약에 힘입어 이 경기도 4-3으로 승전고를 울릴 수 있었다.

젊은 선수들의 기세가 나쁘지 않은 가운데 베테랑들의 활약만 더해진다면 더 무서운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었던 상황. 사령탑의 생각 역시 마찬가지였다. 강인권 NC 감독은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고참들이 더 해줬으면 좋겠다”고 이들의 분발을 바랐다.

사령탑의 이러한 바람을 들은 것일까. 이들은 경기 초반부터 매섭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시작은 손아섭이었다. 1회초 선두타자로 출격해 상대 선발투수 좌완 김광현의 2구 143km 패스트볼을 받아 쳐 유격수 방면으로 날카로운 타구를 생산해냈다. SSG 유격수 박성한은 이를 가까스로 잡아내 어렵게 1루로 송구했으나, 손아섭은 넉넉히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이어 후속타자 박민우는 삼진으로 돌아섰지만, NC에는 박건우가 있었다. 김광현의 2구 145km 패스트볼을 공략한 그는 좌익수 왼쪽에 떨어지는 안타를 치며 1사 1, 2루를 이었다. 이후 제이슨 마틴과 권희동이 각각 1타점 우전 적시 2루타, 1타점 우전 적시타를 때려내며 손아섭과 박민우는 모두 홈을 밟았다. 뒤이어 서호철마저 우익수 방면 희생플라이를 쏘아올리며 NC는 기선제압에 성공할 수 있었다.

2회초에도 이들의 존재감은 강렬했다. 이번에도 손아섭이 물꼬를 텄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광현으로부터 볼넷을 골라 출루했으며, 박민우도 볼넷을 얻어 2사 1, 2루를 연결했다. 그러자 박건우가 우익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1타점 우전 적시타를 치며 손아섭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양 팀의 격차가 4점 차로 벌어지는 순간이었다.

손아섭은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NC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사진(인천)=김재현 기자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준 NC 박건우. 사진=NC 제공

NC가 5-3으로 앞서던 8회초에도 베테랑의 품격은 이어졌다. 특히 이번에는 직접적인 해결사로 나섰다. 당시 김형준의 좌중월 솔로포로 한 점을 6-3으로 격차를 벌린 NC는 도태훈의 사구와 김주원의 희생번트로 1사 2루의 기회를 잡게 됐다. 여기에서 타석에 들어선 손아섭은 호투하던 SSG 우완 문승원의 초구 137km 슬라이더를 받아 쳐 우익선상을 타고 흐르는 1타점 적시 2루타를 작렬시켰다. SSG 벤치는 페어/파울 여부로 즉각 비디오 판독을 요구했으나, 판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박민우의 좌익수 플라이로 계속된 2사 2루에서는 박건우가 빛났다. 문승원의 3구 133km 슬라이더를 공략해 1타점 중전 적시타를 때려냈다. 사실상 NC가 승부에 쐐기를 박는 상황이었다. 손아섭과 박건우의 최종성적은 각각 4타수 2안타 2볼넷 1타점과 5타수 3안타 2타점으로 남았다.

이처럼 베테랑들이 사령탑의 기대에 부응하는 활약을 펼친 NC. 그 결과는 너무나 달콤했다. 앞선 1차전 4-3 승리에 이어 2차전마저 7-3으로 잡아낸 이들은 적지에서 2승을 안은 채 안방인 창원NC파크로 향하게 됐다. 3차전 선발투수로는 올해 정규리그 11경기(64.2이닝)에서 5승 2패 평균자책점 2.92를 마크한 좌완 태너 털리가 출격한다.

[이한주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