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생각 달라도 미워 않는 통합 추진...내려와서 듣고 희생할 각오해야”
국민의힘이 23일 인요한(64·존 린튼) 연세대 의대 교수를 당 혁신위원장에 임명했다.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다음 날 김기현 대표가 당 수습책으로 혁신위를 출범시키겠다고 한 지 11일 만이다.
인 위원장은 이날 위원장 수락 이유에 대해 “한 단어로 정의하겠다. 통합을 추진하려고 한다”며 “생각은 달라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는 통합”이라고 했다. 1991년부터 32년째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장을 맡고 있는 인 위원장은 “국민의힘의 많은 사람들도 내려와야 된다”며 “나도 병원에서 환자들 휠체어를 미는데 (의원들도) 내려와서 들어야 되고 변하고 희생할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발언을 인용해 “와이프하고 아이만 빼고 다 바꿔야 된다”고 했다.
앞서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인 위원장 임명 발표를 하며 “혁신위는 구성, 활동 범위, 안건과 활동 기한 등 전권을 가지고 자율적, 독립적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인 위원장은 오후에 김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며칠 전 대표님하고 식사를 같이 했는데 무서울 정도로 권한을 많이 부여해 줬다”며 “거침없이 들어와서 우리의 편견, 뜻을 따르지 말고 올바른 방향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진정으로 도와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인 위원장이 “우리가 동갑”이라고 하자, 김 대표는 “제가 몇 달 형”이라고도 했다.
당 안팎에서는 이날 인 위원장이 ‘변화’와 ‘희생’을 강조한 만큼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현역 의원 공천 평가 기준 강화나 영남 의원들의 기득권 타파를 주장할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다만 공천 룰에 깊숙이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인 위원장도 공천 룰 논의 관련 질문에 “제게 주어진 것은 어떤 이론적 방향”이라며 “거기(공천 룰)까지는 솔직히 권한이 정확하게 어디까진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만희 사무총장은 통화에서 “공천 부분은 검토해 봐야겠지만 (혁신위가) 비대위하고는 다르지 않나”라고 했다.
당내에서는 내용보다 형식이 관건이 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지도부 관계자는 “솔직히 새로운 혁신안이 더 나올 게 뭐가 있겠느냐”며 “다만 위원장을 포함해 혁신위가 활동하는 과정에서 집권 여당의 대국민 스타일이 변하고 이를 대통령실과 공유하는 새로운 문화에서 변화가 느껴질 것”이라고 했다. 다른 당 관계자는 “인 위원장의 개인 성격상 생각보다 메시지 파워가 셀 것 같다”며 “관건은 혁신안을 지도부가 받아들이느냐일 텐데 인 위원장은 정치를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 지도부와 이를 잘 조율할 것”이라고 했다. 인 위원장은 2012년 12월 박근혜 대통령 인수위원회에서 국민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었다.
하지만 인 위원장이 현 지도부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기 힘든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비윤계 의원은 “혁신위 역할은 공천 룰이든 뭐든 위원장이 싸워서 얻어내는 수밖에 없는데 인 위원장이 굳이 그렇게까지 할까는 의문”이라고 했다. 친윤계 의원은 “김 대표가 사퇴하지 않는 한 결국 김 대표 중심의 혁신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인 위원장은 혁신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아주 능력 있는 분들을 다 보고 있다”며 “여성이 많았으면 하는 것이 개인 바람”이라고 했다.
1959년 전남 순천에서 태어난 인 위원장은 연세대 재학 중 광주에서 5‧18 민주화운동 시민군의 영어 통역을 맡아 ‘푸른 눈의 목격자’로 알려졌다. 2012년 ‘대한민국 1호 특별귀화자’가 됐다. 구한말부터 선교·교육·의료 봉사를 해온 린튼가(家) 자손이다. 진외증조부(아버지의 외할아버지)인 미국 장로교 선교사 유진 벨은 1895년 조선에서 선교·교육 사업을 펼쳤고, 조부인 윌리엄 린튼(인돈)은 국제사회에 3‧1운동 지지를 호소한 공로로 201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아버지 휴 린튼(인휴)은 6·25에 참전했다.
☞인요한은…
1959년 전남 순천에서 태어난 인요한 위원장은 연세대 재학 중 광주에서 5·18 민주화운동 시민군의 영어 통역을 맡아 ‘푸른 눈의 목격자’로 알려졌다. 2012년 ‘대한민국 1호 특별귀화자’가 됐다. 구한말부터 선교·교육·의료 봉사를 해온 린턴가(家) 자손으로 진외증조부(아버지의 외할아버지)인 미국 장로교 선교사 유진 벨은 1895년 조선에서 선교·교육 사업을 펼쳤고, 조부인 윌리엄 린턴(인돈)은 국제사회에 3·1운동 지지를 호소한 공로로 201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아버지 휴 린턴(인휴)은 6·25에 참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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