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삼성, 반도체 이어 배터리 ‘동맹’
3년 전 3세 총수 만남 이후 선대 앙금 풀어내고 상생 협력 지속적 강화
삼성SDI와 현대자동차가 처음으로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올 6월 차량용 반도체에 이어 배터리 분야까지 손을 맞잡으면서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협력관계가 깊어지는 모습이다.
삼성SDI는 2026년부터 7년간 현대차의 차세대 유럽용 전기차에 들어갈 배터리를 공급한다고 23일 밝혔다.
삼성SDI와 현대차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공급 계약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현대차는 주로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에서 배터리를 구입한다.
이번 계약으로 삼성SDI 헝가리 공장에서 개발 중인 6세대 각형 배터리인 P6를 현대차의 유럽 현지 공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P6는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양극재의 니켈 비중을 91%로 높이고 음극재에 독자적인 실리콘 소재를 적용해 에너지밀도를 극대화한 제품이다.
이로써 삼성SDI는 현대차를 새로운 고객사로 확보하는 한편 향후 협력 확대 기회를 열어 둠으로써 추가 성장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그동안 주로 파우치형 배터리를 사용해왔던 현대차는 각형 배터리를 통한 배터리 형태(폼팩터)의 다변화가 가능해졌다.
앞서 삼성전자는 현대차에 차량 인포테인먼트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 V920’을 2025년까지 공급하기로 했다. 또 지난 9일에는 삼성전기가 현대차·기아 차량에 서라운드뷰모니터(SVM)용 카메라와 후방 모니터용 카메라 등 2종을 공급하기로 했다.
그동안 삼성과 현대차는 공식적으로 협력한 전례가 사실상 없었다.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면서 서로 견제해왔던 두 기업의 거리는 삼성이 자동차 사업에서 철수한 뒤에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게다가 차량이 점점 전동화되면서 배터리와 전동모터에 반도체, 카메라 등만 잘 결합하면 전기차가 될 수 있어서 현대차로선 더 신경 쓰이는 게 사실이었다.
최근 두 회사의 연이은 협력은 두 그룹 총수의 만남에서 시작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2020년 5월과 7월 각각 삼성SDI 천안사업장과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에서 회동을 갖고 미래 자동차 사업 관련 협력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와 현대차는 이번 계약을 시작으로 향후 차세대 배터리 플랫폼 선행 개발 등 협력관계도 지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진주·이재덕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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