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파트엔 ‘그분’ 작품이…알고 보니 사주 일가

김민아 2023. 10. 23.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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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 청계천을 지나다 보면 한 건물 앞에 이렇게 눈에 띄는 고래 조형물이 있습니다.

청계천을 자주 찾는 분들에겐 친숙한 명물이 되었지요.

이처럼 시민들이 미술 작품에 좀 더 쉽게 접근하고, 작가들에게는 창작의 공간을 넓혀주기 위해 일정 규모의 건물을 지을 때 건축비 일부는 미술 작품 설치에 쓰게끔 법으로 정했습니다.

해마다 수백 점의 미술 작품이 건물과 함께 설치되는데 아파트 단지가 가장 많습니다.

평균 설치 비용은 1억 4천 만원이 넘고 지자체 사전 심의를 거쳐 작품을 선정합니다.

그런데 한 중견 건설사가 지은 아파트에는 유독 특정 작가의 작품이 많다고 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김민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올해 초 준공한 경기 시흥의 아파트입니다.

단지 안의 미술 작품 2점, 모두 공 모 씨 한 사람 작품입니다.

같은 건설사가 지난해 인천 검단신도시에 준공한 아파트 단지에도 2점 모두 공 씨 작품이 설치됐습니다.

[미술계 관계자/음성변조 : "OO 건설과 집안이래요. 혈연으로 돼 있는 거겠죠. 그런 이유로 OO 건설 현장에 미술장식품(작품)을 많이 넣었다고 그러네요."]

작가 공 씨는 두 아파트를 지은 건설사의 공 모 회장과 남매 사이입니다.

6년 전 공 회장이 해당 건설사를 인수한 뒤 공 씨 작품이 설치되기 시작했습니다.

공 회장이 함께 경영하는 다른 건설사 아파트에서도 공 씨 작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두 건설사가 최근까지 지은 전국 44개 아파트 단지 내 설치 작품 71점 가운데 절반이 넘는 38점이 공 씨 작품입니다.

설치비가 28억 원이 넘습니다.

[권오인/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 : "오너 일가들, 특수관계인이 되겠죠. 특정한 예술인들에 대해서 밀어주기식으로 간다면 상당히 사익 편취로밖에는 볼 수 없고 제도를 상당히 위배한 사례가 아닌가."]

두 건설사가 함께 지은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에도 7점 중 3점이 공 씨 작품입니다.

그런데 나머지 작품 중 하나에서 공 씨의 남편 조 모 씨 이름이 발견됩니다.

조 씨는 작가 활동 기록이 없는 인물입니다.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한 서류에는 3곳에 작품 설치 경력이 있다고 했지만, 확인해 보니 다 다른 작가 작품입니다.

공 씨와 조 씨는 답변을 피했고, 건설사는 특혜는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건설 주택사업 임원/음성변조 : "브랜드, 조경 콘셉트 (고려해) 기존에 많은 협업을 했던 분들한테 저희가 작업을 맡기고 그분들이 심의를 통과해오게끔 지원을 했던 것뿐이지 일감 몰아주기나 그런 건 아니에요."]

미술품 설치 전에 지자체가 심의를 하고는 있지만, 사주 일가의 밀어주기를 막지는 못했습니다.

KBS 뉴스 김민아입니다.

촬영기자:김재현/영상편집:이재연/그래픽:이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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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기자 (km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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