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이란, 헤즈볼라에 이스라엘 제한적 공격 허용”

지난 20일(현지 시각) 이란 테헤란 광장에서 열린 친 팔레스타인 집회에 모인 시위대가 이란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모습을 휴대전화 화면에 띄우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란이 레바논의 무장 단체 헤즈볼라에 이스라엘에 대한 제한적 공격을 허용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로이터 통신은 이란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에 적극적으로 개입할지를 놓고 지역 내 영향력 유지와 자국 여론 사이에서 고심하다 제한적인 개입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2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란 내부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현재 이란 수뇌부가 의견 일치를 이룬 부분은 헤즈볼라에 국경 넘어 이스라엘 군사 표적에 대한 제한적 공격이라고 전했다.

이란과 연계된 다른 무장 단체들에게 미국을 겨냥해 수위가 낮은 공격을 하는 것도 허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낮은 수위의 제한적 공격으로 본격적 확전을 피해 이란이 전쟁에 직접 휘말리는 일은 피한다는 것이다. 이란 관영 매체에 따르면 이란 의회 안보위원회의 바히드 잘랄자데 위원장은 지난 18일 “우리는 우리의 친구 하마스와 이슬라믹지하드, 헤즈볼라와 접촉하고 있다”며 “그들은 우리가 군사 작전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스라엘이 제한적인 지상전을 개시한 가운데, 이란이 어중간한 입장을 취한 것은 전쟁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도, 수수방관할 수도 없는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이란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란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면전을 준비하는 국면에서 열외를 택한다면 지역 내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지난 40년간의 전략을 물리치는 격이 된다고 우려한다. 이란은 그동안 적대국인 이스라엘에 대적할 수단으로 이스라엘 점령군에 대항한다는 팔레스타인의 대의명분에 힘을 실어 왔다. 또한 레바논 헤즈볼라부터 예멘 후티 반군에 이르기까지 중동 지역 곳곳의 무장 단체들을 지원하며 중동 지역 내 영향력을 공고히 했다. 이란이 이번 전쟁에서 손을 놓는다면 지원 세력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가자지구에 형성한 세력기반을 잃게 될 우려가 있다.

반대로 미국의 지원을 받는 이스라엘을 대대적으로 공격한다면 그 반격으로 이란이 존립의 위협을 받아 반정부 여론이 거세질 수 있다. 미국은 이란에 개입하지 말라는 경고로 동지중해에 항모전단과 전투기를 보내며 이스라엘을 지원하고 있다.

이란의 한 고위 외교관은 “이란 수뇌부, 특히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게 최우선은 이란의 생존”이라며 “이란 당국이 이스라엘의 공격이 시작된 이후 강한 화법을 구사하면서도 직접적인 군사 개입에 당장 나서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란의 전직 고위 관리는 “현재 이란이 처한 미묘한 입장은 지역 내 이익과 내부 안정 사이에서 이란이 세밀하게 맞춰야 할 균형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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