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발생 럼피스킨병, 나흘새 김포까지 번졌다
23일 오전 충남 서산시 부석면 강당리 한 축산 농가. ‘출입 금지 방역본부’라고 쓰인 출입 통제선이 축사 입구를 막고 있고, 열흘 전까지 건강한 젖소 145마리가 지내던 축사가 텅 비어 있었다. 지난 14일 젖소 1마리가 피부에 두드러기가 생기고, 사료를 못 먹기 시작했다. 단순한 두드러기라고 생각하고 약 처방을 받아 먹였지만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농장 주인 이모(41)씨는 지난 20일 당국에 신고했고, 검사 결과는 ‘럼피스킨병’이었다. 함께 있던 젖소 145마리는 지난 22일 몽땅 살처분됐다. 그는 “눈물을 삼키며 축사 인근에 소들을 묻었다”며 “40여 년간 2대째 젖소를 기르면서 구제역도 잘 막아냈는데… 밤마다 소 울음소리가 들려서 정신병이 생길 것 같다”고 했다.
제1종 가축 전염병인 럼피스킨병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20일 충남 서산에서 국내 첫 럼피스킨병 확진 사례가 나온 이후 나흘 동안 17건으로 늘어 전국으로 퍼지는 모양새다. 23일 오후 5시 현재 충남이 9곳으로 가장 많고, 경기 7곳, 충북 1곳 등이다. 럼피스킨병이 확진된 농가에서 사육 중인 소 1075마리는 모두 살처분할 예정이다.
축산 농가들은 럼피스킨병 확산에 긴장하고 있다. 구제역은 그동안 경험이라도 쌓여 있지만 럼피스킨병은 처음 겪는 질병이기 때문이다. 김명길(65) 전국한우협회 음성군 지부장은 “지난해 충북에 구제역 피해가 심해서 올해는 무사히 지내자며 철저히 방역을 하고 있었다”면서 “25년 동안 소를 기르면서 들어보지도 못한 이상한 병이 우리 지역까지 뻗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복환(66·충남 서산시)씨는 “주기적으로 살충제·살균제를 섞어서 뿌려주고, 백신을 접종하며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럼피스킨병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충남 서산의 한우개량사업소는 비상이 걸렸다. 농협 산하 기관인 한우개량사업소는 국내에서 하나밖에 없는 한우용 인공수정 냉동 정액을 생산하는 목장이다. 우수한 혈통의 씨수소에서 확보한 정액을 전국 한우 농가 97%에 공급하고 있다. 한우개량사업소 관계자는 “지난주 금요일부터 휴일도 없이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며 “사업소에 있는 씨수소 100마리를 포함해 약 3000마리 모두 (럼피스킨병) 백신을 맞히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확진 사례가 없는데도 지난 22일 가축 시장 14곳을 폐쇄했다. 선제 조치에 나선 것이다. 경북도는 또 도내 도축장 7곳과 축사·농장에 대해 일제 소독을 벌이고, 영양군 종축개량사업소에 있는 한우 155마리, 젖소 188마리에게 백신을 접종했다.
정부는 비축돼 있는 백신 54만마리분을 발병 농장 인근에 보급해 긴급 접종을 하는 중이다. 또 소독 차량 600여 대를 투입해 집중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백신 접종 이후 항체 형성까지 3주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럼피스킨병의 확산이 이어질 수 있다고 방역 당국은 보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전국 시도 17곳에 럼피스킨병 방역 활동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하기 위해 특별교부세 100억5000만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행안부는 또 농림축산식품부가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운영함에 따라 지난 21일 중앙대책지원본부를 꾸려 운영을 시작했고, 농식품부와 함께 인천, 경기, 충남, 전북, 전남 등 서해 5도 지역에 대한 합동 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럼피스킨병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럼피스킨병은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고, 감염된 소는 살처분으로 식품 시스템에 들어갈 가능성이 없어 국민들이 큰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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