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조종’ 불똥 튄 카카오뱅크 주가…개미들 “손절해야 하나”
악재 겹쳐 한 달간 11.8% 급락
“성장 자체는 긍정적” 평가도
카카오 경영진의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와 관련한 조사가 진행되면서 카카오가 최대주주로 있는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최근 커진 카카오뱅크의 지배구조 리스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카카오뱅크는 전장 대비 850원(3.9%) 내린 2만9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카카오뱅크 주가가 2만1000원 밑에서 장을 마감한 것은 지난해 11월7일(2만500원) 이후 거의 1년 만이다.
최근 증시가 흔들리는 와중에 다른 금융주들이 방어주 역할을 했던 것과 달리 카카오뱅크의 주가 흐름은 유독 부진했다.
코스피지수가 지난달 22일부터 이날까지 한 달간 약 6% 떨어지는 사이 금융 대장주로 꼽히는 KB금융은 4% 하락해 시장보다 나은 성적을 올렸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같은 기간 11.8% 내렸다.
증권가에서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증가 규제, 금리 상승 등으로 카카오뱅크 주가가 하락 압력을 받는 상황에서, 카카오의 시세조종 조사와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대주주가 경제 관련 법령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으면 대주주 자격을 잃고 보유한 인터넷은행 지분 중 10%를 초과하는 물량을 매도해야 한다. 카카오는 지난 6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 지분 27.1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카카오뱅크에 투자한 개인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 8월 2만8000원대에 주식을 매수한 직장인 이모씨는 “몇달째 원금이 회복되지 않는데 이번 사건까지 터지니 답답하다”며 “손해를 보더라도 주식을 팔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카카오가 대주주 자격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시세조종 혐의와 관련한 형사처분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의 대주주 적격성 여부는) 시세조종 관련 처분이 개인에게 내려지느냐, 카카오 법인에 내려지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악재 때문에 주가가 하락하고 있으나 카카오뱅크의 성장성 자체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9일 보고서에서 “카카오뱅크는 올해부터 주택담보대출 중심으로 고성장 궤도에 진입했고, 대출 고성장 추세는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강승건 KB증권 연구원도 “카카오뱅크는 3분기에도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차별화된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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