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바다 옆 흰 눈 덮인 설산?…수만 톤 방치된 '굴 껍데기'

이상엽 기자 2023. 10. 23. 20:5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전남 여수에 관광지로도 인기인 '묘도'라는 섬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이 한여름에도 마치 눈 덮인 것처럼 하얗게 보인다는데 밀착카메라가 확인해 보니 불법으로 쌓아둔 굴 껍데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상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흰 눈이 쌓인 것처럼 하얗습니다.

바닷가 옆 산을 뒤덮었습니다.

뿌옇게 변한 물이 차 있는 웅덩이도 보입니다.

전남 여수에 있는 섬 묘도입니다.

4만여 제곱미터, 축구장 6개 크기 땅이 다 이렇습니다.

한 폐기물처리업체가 굴 껍데기를 갈아 석회가루를 만들어 제철소에 팔아왔는데 언젠가부터 그냥 버린 겁니다.

석회가루를 만들 때 쓰는 값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바닷길을 따라 걷다 보니 외부인 접근을 막는 팻말이 붙었습니다.

아예 안쪽을 들여다볼 수 없게 다 막아놨는데 더 가까이 가보니 친환경 비료를 만든다는 공장이 보입니다.

현장과 제일 가까운 옆 공장 동의를 받고 더 들어가 봤습니다.

제 뒤로 산더미처럼 쌓인 흰 가루가 보입니다.

한 업체가 굴 껍데기를 갈아서 재활용하겠다며 지자체 허가도 없이 수년째 산속에 방치한 겁니다.

썩은 굴 껍데기에서 나오는 침출수는 환경을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산꼭대기까지 흰 가루가 쌓였고 굴 껍데기를 가는 기계들도 버려졌습니다.

굴을 양식할 때 쓰는 검은색 플라스틱 줄도 있습니다.

현행법상 굴 껍데기는 수산부산물이지만 플라스틱이 섞이면 폐기물로 봐야 합니다.

오염된 침출수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공영자/주민 : 비가 많이 오면 도랑으로 내려오죠. 그게 어디로 가겠어요. 바다로 다 가지. 우유 뿌려놓은 것처럼 그 주위가 하얘요.]

전문업체에 의뢰해 2017년부터 위성영상을 분석해봤습니다.

2019년에 없던 기계들이 2020년쯤 갑자기 산속에 들어옵니다.

관련법상 허가없이 산에 폐기물처리공장을 지을 수 없는데 지자체가 허가한 겁니다.

[여수시청 환경허가팀 : (담당 공무원이) 지목에 대해서는 검토를 못한 것 같다고.]

다만 지자체는 2020년 뒤늦게 이같은 사실을 알고 최근까지 일곱 차례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업체를 운영했던 한 대표는 허가를 받고 한 것뿐이라고 했습니다.

[A씨/당시 폐기물처리업체 대표 (2022년 근무) : 임야 위에 기계 설비가 설치돼있는 공장에다 폐기물 면허를 주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그 면허가 없었으면 업 자체가 불가능했을 거고. 아무도 속지 않았겠죠.]

또 다른 대표는 불법이라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B씨/당시 폐기물처리업체 대표 (2018~2022년 근무) : 2017년쯤에 보관할 수 없는 임야라는 산지에 보관하고 있었죠. 그때부터 산지를 빌려서 불법이죠.]

업체 측은 최대한 빨리 치우겠다고 밝혔습니다.

공장이 문을 닫고 관계자들도 현장을 떠났습니다.

업체가 책임을 지지 않고 지자체도 처리를 못하는 사이 산속엔 환경을 망가뜨리는 폐기물만 남았습니다.

[화면제공 위성영상 분석업체 '나라 스페이스']
[작가 강은혜 / VJ 김진형]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