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그들만의 상부상조

2023. 10. 23.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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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불아귀 승불요곡.

'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첨하지 않고 먹줄은 굽은 것을 따라 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영화 '배심원들' (2019) - "법과 원칙에 충실하겠습니다"

우리 법관윤리강령에도 비슷한 말이 있습니다.

'법관은 혈연·지연·학연·성별·종교·경제적 능력 또는 사회적 지위를 이유로 편견을 가지거나 차별을 하지 아니한다'라고요.

하지만 이 윤리강령은 그저 멋으로 존재하는 걸까요?

희한하지요.

지난해 검사가 피의자인 사건은 총 5천8백여 건, 판사가 피의자였던 사건은 4천8백여 건이었지만 이 중 정식재판으로 넘겨진 사건은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판사와 검사 둘 다 약식기소, 그러니까 정식재판 없이 벌금이나 과태료 처분한 사례만 달랑 한 건씩 있었죠.

피의자를 처벌하려면 검사가 법원에 재판을 신청하는 기소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가재는 게 편'인 건지 현직 판검사의 범죄혐의에 대해선 아예 기소조차 하지 않은 겁니다.

지난해 검찰은 형사사건 146만3천5백건 가운데 60만800건을 기소했으니 기소율은 41.6%.

이와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지요.

법원행정처는 "판검사 사건처리에 불만을 가진 민원인들이 고소 고발을 남발하고, 공수처로 법조인 수사가 넘어간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해명하지만

조사 기간을 '최근 10년'으로 늘려도 판검사가 입건된 4만6천여 건 중 정식재판에 넘겨진 건 달랑 0.05%, 24건뿐입니다.

영화 '배심원들' (2019) - "법이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 "죄지은 사람 처벌하려고…"

그럼 이건 어떨까요.

이들에 대한 판단을 차라리 AI(인공지능)에 맡기는 거요.

어차피 그간의 판례와 법조문으로 대부분 판단 내리잖아요. 그럼 되레 법조인은 범죄를 저질러도 동료 법조인들의 비호로 처벌받지 않는다란 말은 안 나오지 않을까요.

사법부가 해야할 일은 공정한 판결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먼저 선행돼야 할 건 사법부 판결에 신뢰를 주는 건데 그게 되고 있다고 자신하십니까.

다른 나라의 디케와 달리 우리 대법 정의의 여신상이 눈을 뜨고 있는 건 국민 삶을 꼼꼼하게 살펴서 공평무사하게 판단하란 뜻이지 곁눈 뜨고 제식구 챙기라는 게 아닙니다.

그렇게 힘들게 공부해서 그 자리까지 갔는데 기계가 더 낫다는 말을 들으셔야 되겠습니까.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그들만의 상부상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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