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장애인 선수에 가까이 다가가기
비장애인들은 장애인 스포츠 대회에서 메달을 딴 선수들을 “영웅”이라며 추켜세워왔다. “비장애인 대회에서는 메달리스트가 영웅이지만 장애인 대회는 선수들이 모두 영웅”이라는 말도 썼다. 기자들은 “장애를 극복했다” “장애 속에 기적을 이뤘다”는 ‘그럴듯한’ 표현과 함께 장애가 생긴 아픈 과거사와 고통스러운 과정을 ‘자세히’ 전하기도 했다. 2002년부터 이번까지 6회 연속 장애인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베테랑 유병훈(51·휠체어 레이싱)은 “숨기고 싶은 과거들이 드러났지만 그때는 선수들이 잠시라도 관심을 받는 것으로도 족했다”고 회고했다.
항저우 장애인 아시안게임이 22일 개막해 일주일간 펼쳐진다. 기사들이 쏟아질 것이다. 선수들 스토리도 자주 소개될 것이다. 장애인 종목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이다. 장애인 스포츠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상처와 오해 없이 장애인과 장애인 선수들을 조금 더 가까이 알 수 있는 길은 없을까. 우선 “장애를 극복하다”는 말은 삼가자. 장애인들이 수긍하지 않는 대표적 표현이다. 장애는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평생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다. 장애가 생긴 과정에 너무 집중하지 말자. 인생에서 가장 기쁜 날, 굳이 아픈 과거를 ‘자세히’ 묻지도, ‘자세히’ 알려고 하지 않는 게 어떨까. 그냥 운동선수로만 보면 되지 않을까.
지금은 많이 없어졌지만, 장애를 “비정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 정상, 비정상은 좋고 나쁨, 바르고 틀림이라는 가치를 지닌다. 장애에 대해 비정상이라는 말을 쓰면 안 되는 이유다. 장애우라는 말도 더 이상 쓰지 않는다. 벙어리, 외팔이, 절름발이 행정, 눈먼 돈, 눈뜬장님,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기 등과 같은 표현도 지양해야 한다. 관습적으로 신체 결손을 희화한 표현으로 쓰인 탓이다. 고민 없이 상투적으로 사용하는 표현들이 차별과 비하 의미를 담고 고정관념을 심화하거나 재생산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장애인을 배려한다”는 말에도 불편해하는 장애인들이 적잖다. 그 표현 자체가 차별이란 의견도 있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표현은 괜찮지만, 그걸 장애인에게 콕 찍어 쓰는 건 잘못된 게 아닐까. 배려는 장애인, 비장애인 구분 없이 모든 인간에게 필요하다.
장애인 선수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특별한 대우? 특별한 대접? 아니다. 그냥 인간으로서, 선수로서 봐달라는 게 전부다. 과도한 칭찬은 이들을 이상한 존재인 것처럼 타자화하는 동시에, 장애인에게 무관심한 비장애인이 자위하려는 행동이 될 수 있다. 항저우 장애인 아시안게임 파견 기자들은 조심스럽게 취재한다. 기사 요건상 불가피하게 전할 수밖에 없는 장애가 생긴 과거사를 가능한 줄이고, 감동이 적더라도 건조하게 기사를 쓰려고 한다. 아픈 과거, 숨기고 싶은 개인사가 대중에 과도하게 드러나는 걸 좋아할 사람은 없다.
사람은 누구나 장애인이다. 최소한 잠재적으로 예비 장애인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궁극적으로 같다. 이를 냉정하지만, 현실적으로 인정하면 장애인을 보는 생각이 많이 달라질 것이다. 친구처럼, 이웃처럼, 너무 동정하지도, 너무 과장하지도 말고, 조용하고 꾸준하게 함께하는 게 똑같은 사람들끼리 더불어 사는 삶의 전부가 아닐까.
김세훈 스포츠부 부장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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