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코카콜라, 비만치료제에 빠졌다…증시 ETF는 매도[서학픽]
[편집자주] 서학개미들이 많이 투자하는 해외 주식의 최근 주가 흐름과 월가 전문가들의 평가를 분석해 소개합니다.
미국 국채수익률이 상승하며 증시가 미끄러지고 있는 가운데 서학개미들은 '바이(buy) 채권, 셀(sell) 증시'의 모습을 보였다.
이는 채권수익률은 거의 고점에 도달했다고 판단하는 반면 증시는 추가 하락을 예상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는 주가가 더 떨어져 올 상반기 미국 증시 상승으로 얻은 차익이 손실로 바뀌기 전에 서둘러 팔자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채권 매수와 증시 매도 사이에 힘 겨루기가 팽팽하게 이뤄지며 서학개미들의 전체적인 매매 포지션은 소폭 순매도에 그쳤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지난 11~17일 사이에 미국 증시에서 1331만달러 순매도를 보였다.(결제일 기준 16~20일)
직전주 2억8000만달러 이상의 순매도 규모가 대폭 줄어든 것은 채권수익률이 오를 만큼 올랐다는 판단에 따라 채권 매수가 활발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지난 11~17일 사이에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디렉시온 데일리 만기 20년 이상 미국 국채 불 3배 ETF(TMF)로 4008만달러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TMF는 만기 20년 이상 장기 국채들로 구성된 벤치마크의 하루 가격 변동폭을 3배 추종한다. 장기 국채수익률이 하락해 국채 가격이 오르면 가격 상승률의 3배를 수익으로 얻을 수 있다.
서학개미들은 직전주에도 TMF를 1867만달러 순매수했는데 장기 국채수익률이 더 오르자 TMF 베팅을 늘린 것이다.
하지만 서학개미들의 기대와 달리 장기 국채수익률은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 결과 지난 11~17일 사이에 TMF는 5.5% 하락했다.(10일 종가 대비 하락률) 지난 11일부터 20일 사이의 하락률은 8.7%로 커졌다.
국채수익률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TMF는 최근 하루 변동폭이 5%를 넘어가는 날이 많아져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TMF 외에도 뱅가드 단기 미국 회사채 ETF(VCSH)와 아이셰어즈 만기 20년 이상 미국 국채 ETF(TLT)가 각각 1496만달러와 1166만달러 매수 우위를 보이며 순매수 상위 5개 종목에 3개를 채권 ETF가 차지했다.
이 와중에 서학개미들이 순매수한 종목은 낙폭 과대주와 비만치료제 제약사 정도였다.
서학개미들은 양자컴퓨터 회사인 아이온큐를 1876만달러 순매수했다. 아이온큐 주가는 지난 10일 16달러를 회복했다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고 서학개미들은 이를 단기 저가 매수의 기회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서학개미들은 직전주에는 아이온큐를 1769만달러 순매도했다.
코카콜라는 2주 연속 순매수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서학개미들은 코카콜라를 직전주 1803만달러에 이어 1087만달러 순매수했다.
코카콜라 주가가 지난 6일 장중에 51.55달러로 52주 최저치를 경신하자 낙폭이 과도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주가 하락으로 코카콜라는 배당수익률이 3.4%로 높아졌다.
지난 9월말 이후 반등하는가 싶던 반도체주가 다시 하락 반전하자 ICE 반도체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SOXL)도 908만달러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이외에 비만치료제를 만드는 일라이 릴리와 노보노디스크가 762만달러와 646만달러 매수 우위를 보였다.
빅테크 기업 중에서는 이번주 실적을 공개하는 아마존이 677만달러 순매수됐고 엔비디아와 테슬라, 애플은 347만달러, 334만달러. 228만달러 소폭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반면 서학개미들은 S&P500지수와 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대거 순매도했다.
SPDR S&P500 ETF 트러스트(SPY)와 뱅가드 S&P500 ETF(VOO)가 2988만달러와 2786만달러 매도 우위를 나타냈고 미국 4000여개 상장기업에 투자하는 뱅가드 토탈 스톡마켓 ETF(VTI)도 1947만달러 순매도됐다.
나스닥100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따르는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 ETF(QQQ)도 1166만달러 매도 우위를 보여 서학개미들은 미국 증시 전체를 팔아치우는 모습을 보였다.
직전주에는 1651만달러 순매수했던 아이셰어즈 MSCI 미국 퀄리티 팩터 ETF(QUAL)도 701만달러 순매도로 돌아섰다. QUAL은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펀더멘털 지표가 뛰어난 125개 미국 기업에 분산 투자한다.
특이한 점은 SPY, VOO와 함께 3대 S&P500 지수 추종 ETF인 아이셰어즈 코어 S&P500 ETF(IVV)는 713만달러 순매수됐다는 점이다.
서학개미들은 기술주 위주로 증시가 하락하자 나스닥100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올트라프로 QQQ ETF(TQQQ)도 1708만달러 순매도했다. TQQQ는 나스닥100지수 하락시 3배 손실이 발생한다.
하지만 동시에 나스닥100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반대로 따르는 프로셰어즈 올트라프로 숏 QQQ ETF(SQQQ)도 차익이 충분히 났다고 판단했는지 648만달러 순매도했다.
아마존과 함께 이번주 실적을 공개하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은 1575만달러와 1230만달러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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