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상장 외국기업 경영진, 차명계좌 동원 '주가조작'…당국, 檢 통보

'수백억원 자금조달' 유상증자 성공하려 인위적 주가 부양
5개월 간 호가관여율 11.94%·주가상승폭 26.8%

금융위원회 제공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국내에 상장된 외국기업 경영진이 유상증자 과정에서 자사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시키는 등 시세를 조종한 혐의가 적발됐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23일 제18차 정례회의에서, 국내에 상장된 외국기업 A사의 경영진 등을 자사 주가를 시세조종한 혐의 등으로 검찰 통보했다.

A사는 본국 내 사업 자회사를 통해 실질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나, 한국 주식시장 상장을 위하여 케이만군도에 설립된 역외 지주회사(SPC)다.

혐의자들은 지난 2017~2018년 A사의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에서 유상증자 결정 발표 이후에도 주가가 추가 하락하자, 신주 발행가액을 일정 수준으로 상승·유지시켜 수백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원활히 성공시킬 목적으로 A사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시킨 혐의를 받는다. 조사 결과 시세조종 기간은 5개월, 그 중 평균 호가관여율 11.94%, 주가상승폭 26.8%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다수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시세조종에 나섰다.

A사 경영진 지시를 받은 한국 연락사무소 소장이 본인 및 가족·지인 등 명의의 여러개 증권계좌를 개설한 후 이를 자국의 주식매매 전문가, 이른바 '주가조작 선수'에게 전달해 시세조종에 활용했다.

대부분의 시세조종 주문은 A사 경영진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주가조작 선수가 해외에서 HTS를 이용해 제출했고, 일부는 A사 경영진이 자국 및 한국에서 직접 제출했다.

주가조작 선수는 과도한 이상매매주문으로 특정계좌의 주문수탁 거부 시, 다른 차명계좌를 이용하는 등 수시로 주문매체나 주문장소 등을 변경해가며 지속적으로 시세조종 주문을 제출했다.

또한 이들은 A사의 유상증자 결정 발표 이후 주가가 하락하자 목표했던 모집금액에 맞춰 신주 발행가액을 유지하기 위해 발행가액 산정기간(예정가~1차~2차) 전반에 걸쳐 3만4000여회의 시세조종 주문을 제출해 발행가액을 상승·유지시킴으로써 목표했던 모집금액을 초과 달성했다. 시세조종 주문은 고가·허수매수, 가장매매, 시종가관여 등이었다.

증선위는 A사의 한국 연락사무소장이 2019년 A사가 2차 유상증자를 실시한다는 정보를 이용해 보유주식을 미리 처분함으로써 3억5000만원 상당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도 검찰에 함께 통보했다.

seungh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