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1년, 참사 진상은 "여전히 규명되지 않았다"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시민사회에선 그간 경찰과 국회에서 이뤄진 '진상규명'이 불충분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이태원 참사 대응 TF는 23일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 조영래홀에서 보고회를 열고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30대 과제를 발표했다.
△경찰청, 서울경찰청, 행정안전부 등 '윗선'에 대한 책임규명 △재발방지를 위한 구조적 원인분석 △관련 보고서 조작 및 관계자들의 허위진술 조사 등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쟁점사항'들이 여전히 산적해 있다는 게 이들의 주요 지적이다.
이태원 참사 발생 이후 1년간 수사·사법·입법기관은 각각 경찰청 특별수사본부 수사, 개별 책임자 재판, 국회 국정조사위원회의 국정조사 등을 통해 부분적인 진상규명 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날 보고회에 참여한 법률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사 절차들로 인해 "일부 사실관계와 이에 따른 책임의 내용이 밝혀지기도 하였으나, 그 과정에서 진상규명이 필요한 많은 과제들이 도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대책회의 소속 최희천 박사는 특히 "기존 조사는 참사 당일 현장에 각 기관의 담당자들이 몇 명이 있었고 어떤 활동을 했는지 등 기초적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못했다"며 "참사 과정 중 위법행위를 부각하거나 입증할 수 있는 특정 주제들에 치중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들은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과 독립적 조사기관 설립을 통해 '진상규명 30대 과제'를 이행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추가조사의 핵심 쟁점들은 △기존 인파사고 대비체계 및 전년도까지의 핼러윈 축제 대비체계 △핼러윈 축제 인파사고 위험 예측, 사전 인지 및 대비 △참사 당일 현장위험이 무시, 간과된 과정과 이유 △희생자들의 피해가 확대된 과정과 이유 △정부 기관들의 각 대응 활동 △희생자들의 사망판정, 임시안치, 장례식장 이송, 신원확인 과정 △피해자들의 2차 피해 및 권리침해 △지역회복 및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등이다.
추가조사 과제를 면밀히 살펴보기 위해선 소방·경찰·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 등 각 기관의 참사 당시 준비·대응 사항을 재검토하는 일이 중요하다. 보고회에서 민변은 경찰·소방·보건복지부·행정안전부·서울시·용산구 등 6개 정부기관의 책임에 관한 재규명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했다.
행안부 등 상급기관의 책임을 명시하지 않은 경찰 수사, 책임자 개인의 위법사항 발견에 집중한 재판 과정, 정부당국의 비협조와 짧은 조사기간으로 한계를 드러낸 국정조사 등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지난 조사들은 각 기관의 구체적 책임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민변 신재윤 변호사는 특히 경찰 특수본 수사에서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내 상급기관장의 책임이 강조되지 못한 일을 두고 "경찰청장이 지휘권 발동을 태만히 하여 서울경찰청장으로 하여금 참사 당시 질서유지를 방기하고 마약 등 형사범죄만을 단속하게 함으로써 참사가 발생했다고 할 수 있다"라며 "경찰청장이 (핼러윈 축제와 관련해) 사전보고를 받았는지 여부, 당일 행적이 국가공무원 복무규칙 등 최소한의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지 여부, 지휘권 의 발동 태만 여부에 관하여 추가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수진 변호사 또한 경찰 측 기관조사와 관련 △예년과 달리 참사 당일 이태원에 정보관이 파견되지 않은 이유 △경찰청장 및 서울경찰청장이 핼러윈 데이 대비 보고서를 확인했는지 여부 △용산경찰서 작성 정보보고서가 상위기관에 보고됐는지 여부 △참사 직후 관련 보고서가 은폐된 이유 △대통령실 이전이 경찰 배치 등 안전사고 대비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 등을 추가적으로 조사할 것을 요구했다.
전 변호사는 특히 '인파우려 보고서' 조작 관련 혐의를 받고 있는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을 가리켜 "박 전 외사부장은 사고 책임 회피를 위해 구체적으로 여론 조작을 지시하기도 했다"며 "박 전 부장의 보고서 삭제 또한 참사 조치 미흡을 은폐하고자 한 것이 아닌지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 등은 이태원 참사 발생 이후 경찰 수사에 대비해 용산경찰서 정보관이 작성한 '핼러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분석' 보고서를 비롯해 핼러윈 축제와 관련해 경찰청 정보국의 요구에 따라 작성된 보고서 3건 등 핼러윈 축제 인파 운집과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보고서를 삭제하도록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 앞에 모인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오는 23일 열리는 두 사람에 대한 첫 번째 공판을 앞두고 "박성민 등 정보경찰의 행태는 유가족의 진상규명 행위를 정면으로 훼방하는 것으로 재난 '피해자의 권리'를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라며 두 사람의 엄벌을 촉구하기도 했다.
민변 측은 이외에도 참사 당일 △적절한 응급조치가 이뤄지지 못한 이유 △구급차 이송과 사망자 판정 과정 △참사 예방 단계에서 행정안전부의 책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참사 대응 등을 보건복지부 및 소방당국, 행정안전부 등 기관에 대한 추가 조사과제로 들었다. 또한 서울시와 용산구 등 지자체에 대한 조사 과제로는 △참사 초기 대응 △참사 당시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 △인파 예측 실패 이유 △참사 후 임시 영안소 운영 경위 등을 꼽았다.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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