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승자박 혁신위장 될 것"… 민주, 인요한 임명 견제구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무엇을 혁신해야 하나?' 토론회를 주최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번 토론회는 윤상현 의원, 민주화운동동지회, 대한민국 재건축조합 추진위가 공동주최했다.<연합뉴스>

국민의힘이 23일 인요한(연세대 의대 교수) 혁신위원장 영입을 알리자 더불어민주당에선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여권 내에선 비주류·주류 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 위원장 임명을 어떻게 보냐는 질문에 "아직 그 부분에서 평가는, 내부 논의나 언급은 없었다"고 말을 아꼈다. 인 위원장이 민주당의 지지 기반인 호남 출신인 데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때 시민군 외신 영어 통역을 한 이력 등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개별 인사들은 혁신위 순항이 어려울 것으로 봤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자승자박 혁신위원장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제1 과제이자 목표는 당 개혁이고 혁신인데 인 위원장은 김기현 대표의 인재영입 1호라고 발표되지 않았나"라며 "사실상 본인이 영입하고 본인이 혁신위원장 시킨다"고 꼬집었다. 박지원 민주당 전 의원도 이날 YTN 라디오에서 "소신껏 하게 해야 국민의힘이 사는데 소신껏 못하게 하면 인요한 박사가 결코 고분고분할 사람이 아니다"라며 인 위원장과 김 대표 간 "궁합이 잘 안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 위원장에 대해 SNS를 통해서도 "고집과 말씀이 강한 분이다. 명령에 절대 복종하지 않는다"며 '분란' 가능성을 언급했다.

야당에선 국민의힘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쇄신의 일환으로 총선기획단도 별도 출범시키로 한 만큼 '권한 없는 혁신위'의 역할이 제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국민의힘 내에선 비윤(非윤석열) 또는 비주류를 중심으로 혁신위의 운신폭에 의문을 제기했다. 민주당 이재명 지도부에서 조기 해체된 '김은경 혁신위'도 거론됐다.친이준석계인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김은경 혁신위를 언급하며 "(인 위원장의) 권한과 책임이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 누가 혁신위원장으로 오든지 굉장히 위험한 요소"라고 했다. 보선 참패에도 지도부 '임명직 당직자 교체'에 그친 점을 두고 "당내 위기의식이 그 정도 올라오지 않았다"고도 했다.

천 위원장은 "'주류에서 불편한 혁신'을 할 수 있는 카드를 꺼내야 된다"며, '혁신위원장 발탁 시 이준석계 영입'을 언급하던 하태경 의원이 불발된 점을 비판했다. 또 인 위원장이 지난해 김한길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장 유튜브에서 대담을 한 당사자라며 '쓴소리' 가능성에 의문을 드러냈고, 공천 관련 직언이 필요하다고 했다.

수도권 현역인 윤상현 의원은 이날 국회 토론회에서 "국민통합이 아니라 변화혁신위원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이 '통합'을 최우선 과제 삼자 비판한 것이다. 김영우 전 의원은 SNS를 통해 혁신의 가늠자를 "당 지도부로부터 얼마나 자율성을 가지고 창의적으로 움직이느냐"라며 "인 위원장의 정치혁신 명세서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한편 당 지도부에선 엄호에 나섰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SNS에서 "(인 위원장이) 첫 일성으로 '아내와 아이 빼고 다 바꿔야한다'는 이건희 회장의 말을 인용해 당내 건강한 긴장감을 일으킨다"고 했다. 그러면서 천 위원장의 비판을 겨냥해 "시작부터 초를 치고 훼방 놓는다. 호남에 더 강한 인연을 가진 분이 중책을 맡아 불편하냐"고 했다.한기호기자 hkh89@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