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딸 옷에서 체취가"‥이태원 참사 유족들의 1년
[뉴스데스크]
◀ 앵커 ▶
앞서 본 것처럼 참사의 진상은 아직 온전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159명 희생자 유족들은 지금도 거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롱과 멸시에 맞선 사투, '잊지 말아달라'는 몸부림.
눈물과 땀으로 1주기를 맞는 그들을 제은효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2022년 10월 29일.
그저 즐기고 싶어서, 그날, 거기, 모였습니다.
사람이 많아지니 더 흥겹기도 했습니다.
마냥 설렜던 축제의 무대.
그곳이 악몽으로 돌변할 거라곤, 아무도 상상조차 못했습니다.
[뉴스특보 (10월29일)] "핼로윈 데이를 앞둔 주말에 서울 이태원에서 인파가 대거 몰리면서 대규모 사상 사고가 발생 했습니다"
'이러다 압사하겠다', '제발, 빨리 와달라'.
절박했던 신고 전화들은 응답없이 허공에 흩어졌습니다.
작은 집 한 칸이나 될까 싶은 18제곱미터 좁디좁은 공간에서, 150명 넘는 영혼들이 꿈을 접어야 했습니다.
"여기가 상은이 방이에요."
엄마는 오늘도 외동딸의 방문을 엽니다.
[강선이/고 이상은 씨 어머니] "이 옷에… 이렇게 안고 있으면 상은이 체취가 나요. 그래서 '상은아' 하면서 이 옷 안고 많이 울고 그랬죠."
언제든, 불쑥 돌아올 것만 같습니다.
[강선이/고 이상은 씨 어머니] "(꿈에서) 엄마 나 왔어, 그러고 집에 들어오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그래 상은아 엄마한테 그렇게 오는 거야' 그러면서… 너무 고맙기도 하고 너무 기쁘기도 해서 바로 잠이 깼어요."
결혼을 한 달 앞뒀던 지현 씨는 이제 사진 속 신부로 남았습니다.
[정미라/고 이지현 씨 어머니] "이거 마지막에 지현이가 올렸더라고요, (지난해) 10월 27일에."
드레스 입은 딸의 선명한 미소만큼이나, 달라진 게 없는 1년이 흘러갔습니다.
[정미라/고 이지현 씨 어머니] "책임자들은 그냥 그 안에서 보석으로 풀려나고. 다시 돌아가 아무 일 없듯이 그냥 일을 하고 있잖아요. 그러면 우리 국민의 시선에서 그냥 잊혀 가는 거죠."
그래서 '잊지만 말아달라'는 간절한 호소.
장례 때 받은 부조금 8천7백만 원을, 숨진 아들의 어릴 적 모교에 기부하는 아버지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고 신한철 씨 아버지] "이런 사건을 잊지 말고 좀 기억해 주셔서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죠."
'절친'들을 먼저 보낸 충격에 못 이겨, 159번째 마지막 희생자가 된 이재현 군.
처음엔 남들과 눈 마주치기도 힘겨워하던 엄마였지만, 지금은 온몸으로 세상과 맞섭니다.
[송해진/고 이재현 군 어머니] "그냥 일상 생활을 즐기던 과정이었고 그 흔한 날들 중에 하루였거든요. 안전관리에 관련된 행정 업무가 마비돼서 벌어진 일이거든요."
그렇게 유가족들은 버스에 올라 전국을 돌고, 한여름 뙤약볕과 장대비 속에 거리를 헤매면서, 용산이며, 국회며, 여기저기 문을 두드렸습니다.
[정미라/고 이지현 씨 어머니] "시간이 흐르면서 지현이 외에 다른 아이들을 계속 보게 됐죠. 그 159명의 아이들."
[송해진/고 이재현 군 어머니] "가족들끼리 서로 공부도 했어요. 입법 절차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사방팔방 물어보고 제가 알게 된 내용이 있으면 또 같은 가족분들한테 공유하고…"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그리고 비극을 되풀이 않겠다는 약속만 해달라'.
유가족들의 절규는 꼬박 1년째 이태원에 갇혀 맴돌고 있습니다.
MBC뉴스 제은효입니다.
영상취재: 장영근, 남현택 / 영상편집: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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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장영근, 남현택 / 영상편집: 조아라
제은효 기자(jenyo@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536314_361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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