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K] 벼랑 끝 의료 현장…지역 소아과 의사의 이야기를 듣다

KBS 지역국 2023. 10. 23.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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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전주] [앵커]

전북에 사는 우리 이웃과 청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열린K' 시간입니다.

의사 부족으로 인해 의료 시스템이 위기라는 우려 속에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죠.

특히 환자도, 의사도 수도권이나 대도시로 몰리면서, 지역 의료 현장은 벼량 끝에 서 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심각한데요,

이런 상황에서 지역에서 20여년 동안 한결같이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소아과 의사가 있습니다.

오늘 열린K 에서 만나봅니다.

정우석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1999년부터 지금까지 현재 병원이 있는 자리에서 진료를 계속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4년동안 한자리를 지켰는데, 처음 진료하던 때와 지금, 소아과 풍경이 많이 달라졌죠?

[답변]

일단 여러분들께서 짐작하시는 것처럼 출산율 저하로 신생아 예방접종이 상당히 줄어들었고요,

소아청소년과로 이름이 바뀌면서 청소년층 진료가 늘었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보호자 평균연령도 높아졌습니다.

진료 패턴도 환자나 보호자와 의사와의 관계가 상호 신뢰보다 다소 비즈니스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고요,

또 예전에는 아이는 집에 가서 이렇게 해 주세요 라고 하던 의료지도가 잘못된 의료관련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다보니 아이에게 해서는 안될 내용까지 같이 이야기해 주어야 합니다.

가장 큰 변화는 주위에 같이 개원하던 소아청소년과가 많이 줄었다는 것입니다.

제 동네에도 소아청소년과의원이 6개가 있었는데 지금은 2군데 밖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생각해 보니 참 많이 변했네요.

[앵커]

전북에는 진안과 무주,장수, 임실, 순창, 고창에는 아예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없다는 통계도 있는데요,

소아청소년과, 자꾸 사라지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답변]

일단은 아이들을 진료하기가 어려워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같은 의사들 사이에서도 소아청소년과 하면 고개를 흡듭니다.

와, 말도 못하는 아이들은 어떻게 진료하냐, 보호자가 한 두명이 아닐텐데 어떻게 그걸 다 설명해 주냐 등등.

말하자면 소아청소년과는 3D업종이라는 것이죠.

여타 신경쓸일이 많은데도 어른하고 진찰료가 같다는 점도 소아과 의사들이 사라지는 이유중의 하납니다.

수입이 진찰료 외에는 거의 없는 소아청소년과는 진료와 육아상담을 거의 동시에 하고 있어 일은 힘들고, 저출산으로 환자수가 줄어들고 수입 증가폭은 사회적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하고 그러니 심리적 피로와 경제적 피로감이 누적되었을 것입니다.

심지어 정부는 그 나마 예방접종으로 유지하던 수입을 예방접종 무료화 하면서 관행 수가의 50%~80%로 줄여버리고 지금은 없어졌지만 약 10년간 하루 75명이상 진료하면 진료비를 깍아 버리는 정책을 폈습니다.

육아상담료 요구도 수년간 묵살하고, 이제야 시범사업으로 일부 하는데 그나마 너무 복잡해서 저는 청구하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그래서 가끔 이런 상황에서 버티는 정우석이 너도 참 대단하다, 생각하기도 합니다.

[앵커]

소아과 특성상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특히, 수도권이나 대도시가 아닌 지역이어서 더 어려운 점이 있을까요?

[답변]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작년기준 0.78명이라고 하잖아요.

그런 면에서 아이들이 줄어든다면 지역이 더 어려워지겠지요.

저출산으로 인한 여파는 특히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지역에서는 피부로 느끼는 정도가 더 심하겠죠.

가끔 산부인과 선생님들도 만나는데 그런 점에서 동병상련을 많이 느낍니다.

분만을 받으려면 24시간 인건비과 시설비는 드는데 저출산으로 수입은 줄어들고 최근에는 산모와 아기 두 생명을 다루는 위험부담으로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도 형사, 민사 소송이 늘어가고, 참 힘들텐데 말입니다.

[앵커]

그래도 지금까지 병원 운영을 해온 건 어떤 보람이 있었기 때문 아닐까 싶은데요,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을까요?

[답변]

좋은 기억도 물론 많습니다만 아무래도 마음이 아팠던 아이들이 기억에 많이 남죠.

아동학대로 오는 아이들이 아픈 기억들로 많이 남아 있습니다.

연령층도 다양한데, 9개월 아이가 두개골 골절 의심증상이 있어서 오고, 중학생 진찰하려고 옷을 올렸더니 멍 자국 투성이고...

이러면 참, 그런데 그렇게 진찰하고 간 아이가 몇 년 후에 보호시설에서 또 데리고 와서 진료를 할 때는 울컥합니다.

그런데 정작 그 아이들은 오히려 태연하죠.

그러면 더 마음이 아프고 그렇습니다.

지금도 몇 몇 아이들은 그 눈빛까지도 기억이 또렷이 납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로서 어쩔 수 없이 진료를 해야 하지만 그런 환자는 영원히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현재 의대 정원 확대 등 의사 인력을 늘리는 방안에 대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이 상황, 지역 의사로서 어떻게 보고 계신지요?

[답변]

저는요, 정부가 하고 있는 필수의료 살리기 어쩌고 하는 모든 정책에서 손을 떼어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그 동안 정부가 무슨 필요한 의료대책이라고 만들면서 추진해 왔는데 지금 상황은 어떻습니까?

제대로 했으면 이렇게 되었겠습니까?

의대정원 이야기로 시끄러운데 그 이야기 중에 15년 후에 의사수를 늘리면 낙수효과로 필수의료 지원자가 늘 거라고 합니다.

필수의료가 낙수효과로 가는 곳입니까? 그럼 15년간은요?

현장은 모르고 머리와 수치로만 의료정책을 만든 사람들 이야기는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면 지역에 좋은 의사 인력이 더 늘었으면 하는 바람인데요,

지역 소아청소년과를 살리기 위해 필요한 방안이 있다면 무엇일지 말씀해주십시오

[답변]

흔히들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등을 필수의료라고 하는데 예전에는 가 메이저 과라고 해서 전공의 경쟁률이 항상 높은 과였습니다.

그 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이겠죠.

그냥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지금 소아청소년과, 소아응급실, 소아중환자실에 근무하는 소아청소년과의사가 없다고 생각해보십시오.

그리고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진료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육아교육, 아동학대 예방, 청소년 발달 강좌와 상담 등 사회적 역할이 많습니다.

저는 저출산 극복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와 교육이라고 보거든요,

소아청소년과 살리기는 저출산 극복의 1번이 되어야 합니다.

소아청소년과 살리기 정책은 소아청소년과 현장실무와 정책을 모두 잘 아는 사람이 해야 합니다.

그래야 정말 효율적이고 도움이 되는 정책이 만들어져서 소아청소년과도 살고 우리 아이들의 건강도 지키고 저출산도 극복하는 미래가 올 것입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영상편집:최승리/글·구성:진경은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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