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생 정치, 윤 대통령과 여야 대표 만나 물꼬 열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생·단합·혁신을 강조하며 23일 당무에 복귀했다. 윤석열 정부 국정쇄신을 요구하며 단식하다 지난달 18일 건강 악화로 입원한 지 35일 만이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제와 민생을 반드시 되살려야 한다”며 윤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만나자고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전날 제기한 ‘여야 대표 회담’을 대통령과 함께하는 ‘3자 회동’으로 역제안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나부터 민생 속으로 들어가겠다” “민주당 탓을 하지 말라”고 말했다. 17일 국민통합위원회, 18일 국민의힘 지도부와 잇따라 만나 “어려운 국민, 좌절한 청년이 너무 많다”며 사회안전망 강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념을 앞세우고 야당을 홀대하던 국정을 반성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대통령 말이 빈말이나 미봉책이 되지 않으려면 민심이 체감하는 구체적인 정책과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 의대 정원 확대 규모와 필수·지역·공공 의료 확충 방안을 신속히 내놓아야 한다. 이념 논쟁을 촉발시킨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과 해병대 수사 외압, 민주주의를 흔드는 방송장악을 바로잡아야 한다. 정부가 제출한 657조원의 내년도 긴축 예산안도 재정 역할을 더 키우고, 뚝 잘린 R&D(연구·개발)·기후위기·청소년 예산을 늘리는 쪽으로 새 틀을 짜야 한다. 이 정도로 장기 침체에 진입한 경제 위기, 고물가·고금리로 고통받는 민생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대비를 할 수 있겠는가. 민생의 답을 시급히 찾는 게 국정 쇄신과 여야 대화·입법의 축이 되어야 한다. 나아가 정치적 다양성과 대표·비례성을 확대하고, 이미 시한을 한참 넘긴 선거구 획정을 조기 매듭짓는 정치·선거 개혁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이 됐다.
민생을 돌보고 살리는 것이 정치의 가장 중요한 과제이고, 여기엔 대통령과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민생·정치 복원을 위해서는 한발씩 양보해 합의점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당초 단독 영수회담을 제안했던 이 대표가 한발 물러난 만큼 국민의힘도 여야 대표 회동만을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 검찰 수사를 받는 이 대표를 ‘범죄자’ 취급하며 따로 만나길 꺼렸던 윤 대통령도 영장 기각 후 재판을 받는 야당 대표와의 ‘정치적 만남’을 굳이 거부할 이유가 없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3자 회동이 겉도는 민생 정치의 물꼬를 트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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