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윤관석·박용수·강래구 의사결정…돈봉투를 햄버거처럼 줘"

23일 민주당 돈봉투 사건 공판
이정근, 책임 덜기? "나는 심부름꾼으로 기용됐다"
"광주 지지세 약해 더 붐업시켜야 한다"
국회 앞 사무실에서 교부…"돈봉투를 햄버거처럼 서랍에 넣어줘"
녹취록에 송영길 또 등장…돈 줬다고 하니 "잘했네, 잘했어"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금품 살포·수수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이 돈봉투 살포 과정에서 윤관석 의원과 박용수 전 보좌관,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전 상임감사위원이 주요 의사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또 자신을 포함해 캠프 사람들이 송영길 당시 당대표 후보에게 텔레그램으로 관련 사항을 보고했다고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2부(김정곤·김미경·허경무 부장판사) 심리로 23일 열린 민주당 돈봉투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이씨는 "세 분이 의사결정을 하는 당사자들이었고 저는 심부름꾼으로 기용됐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윤관석·강래구·박용수 이 세 분이 저에게 돈을 전달하고 전달받고 전달하게 한 분들"이라며 돈봉투가 오간 상황을 자세히 증언했다.

검찰은 이씨에게 "증인은 강래구 지시로 4월 27일 박용수로부터 10개로 소분된 '의원 제공용' 3천만원을 전달받아 같은날 저녁경 윤관석에게 그대로 전달하고 이 사실을 강래구와 박용수에게 알려준 것이 맞느냐"며 "또 김남국·윤재갑·김승남 의원 등 지지모임에 불참해 미처 교부하지 못한 의원들, 호남쪽 의원들에 대해서 줄 필요가 있다고 말씀하셨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씨는 "광주·호남쪽 지지세가 약해서 그쪽을 더 붐업시켜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호남 출신인데도 불구하고 초반 레이스에서는 출신 지역에서 지지세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다. 이씨의 증언은 이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해당 지역구 의원들이나 연고가 있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돈봉투'를 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류영주 기자

이씨는 또 국회 근처 송영길 캠프가 사무실로 사용하던 건물 5층에서 돈봉투가 오갔다고도 증언했다.

이씨는 "박용수가 큰 종이봉투에 (돈을) 이렇게 담아서, 손가락 이렇게 다섯개 펴고 저한테 줬다"며 "별 것 아닌 것처럼, 햄버거처럼 자연스럽게 책상 서랍에 넣어줬다"고 묘사했다.

이씨는 이런 식으로 돈봉투를 받으면 강씨한테 "바로 다섯개 받았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이날 법정에서 공개된 녹취록에는 송 대표가 돈봉투를 주고받았던 사실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는 대화도 담겨 있었다.

강씨가 "3월 30일 지역본부장회에서 이성만 의원이 해다 줘서 (돈을) 나눠준 것을 영길이형에게 얘기했더니, '아유 잘했네, 잘했어'라고 했다"는 내용이다.

윤관석 의원(왼쪽)과 이성만 의원. 윤창원 기자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은 강씨와 박씨가 2021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송 전 대표 당선을 위해 윤관석·이성만 의원 등과 공모해 국회의원과 경선캠프 지역본부장·지역상황실장에게 9400만원의 금품을 살포한 사건이다.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받고 있던 이씨의 휴대전화 녹음파일에서 관련 내용을 검찰이 포착하면서 송영길 캠프에 대한 전반적인 수사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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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희원 기자 wontim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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