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스 잡은 인요한 “혁신위, 능력 있는 분 위주로 꾸릴 것” [與 혁신위원장에 인요한]

박지원 2023. 10. 23.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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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혁신 드라이브
4대째 한국서 의료·교육 활동 ‘헌신’
박근혜 인수위때 대통합 부위원장
2024년 총선 與 서대문구 후보로 거론
인선 작업 박차… 이르면 주내 출범
첫 작업 ‘보선 패배 원인 분석’ 전망
공천 내용 혁신안에 포함 가능성도

난항을 겪었던 혁신위원장 인선이 마무리되며 국민의힘은 본격적으로 혁신작업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국민의힘이 23일 임명한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현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교실 교수 겸 국제진료센터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전북 전주 출생인 인 위원장은 1987년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한 뒤 1991년부터 32년간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근무해 왔다. 119 구급차의 모태가 된 ‘한국형 구급차’를 개발해 지역 응급시스템을 개선한 공로로 2012년 ‘대한민국 1호 특별 귀화자’가 되기도 했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김기현 대표를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 교수의 가문은 4대째 한국 사회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명문가로 꼽힌다. 1895년 미국에서 한국으로 온 스코틀랜드계 미국인 선교사 유진 벨은 인 교수의 증조부로 호남 지역에서 학교와 병원을 설립해 어려운 이들을 도왔다. 인 교수의 할아버지 윌리엄 린튼 역시 22살 때 미국에서 한국으로 와 48년간 호남 지역에서 선교활동과 교육·의료봉사를 했다. 인 교수의 아버지인 휴 린튼은 전북 군산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후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에 참여하기도 했다.

인 교수는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인이던 시절 인수위원회에서 국민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으며 정치권과의 인연을 맺게 됐다.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 서대문 지역구로 출마할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인 위원장은 주말 사이 유력한 혁신위원장 후보로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국민의힘 지도부는 혁신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당 외부에서 위원장 후보를 물색해 왔지만 유력 후보들이 잇달아 거절 의사를 밝히며 혁신위원장 임명에 난항을 겪어왔다.

혁신위원장 하마평에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과 정운찬 전 국무총리,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 등 여러 외부 인사들이 거론됐다. 윤희숙 전 의원이나 하태경 의원도 거명됐지만 지도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중 지난 주말 인 위원장이 후보로 급부상했고 결국 전날 밤 인 위원장이 위원장직을 수락하며 김기현 대표가 혁신위원장 발표 시한으로 예고했던 이날에 맞춰 인선을 발표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혁신위는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가칭 ‘성찰과 쇄신 위원회’와 같은 이름으로 공식 출범할 전망이다. 혁신위원장 임명에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혁신위 인선은 최대한 서두를 예정이다. 이르면 25일, 늦어도 30일 최고위원회에서 혁신위 명단을 의결할 수 있도록 인선작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김기현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만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인요한 연세대 교수를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연합뉴스
혁신위는 11명 내외로 구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혁신위 인선 전권을 부여받은 인 위원장은 ‘능력’을 중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여성이나 청년 등 최근 보수진영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다는 평가를 받아온 집단의 인사들을 적극 기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인 위원장은 이날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 인선에 관한 질문을 받고 “능력 있는 분들을 위주로 보고 있다”며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여성이 조금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혁신위는 본격적인 쇄신안 마련에 앞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원인 분석 등의 작업에 우선 집중할 전망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혁신위가 바로 혁신을 하기보다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패배 요인을 분석하고 우리 당이 그동안 국민에게 어떻게 비쳤는지부터 성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만큼 공천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수 있다. 향후 발표할 ‘인요한 혁신안’에 공천 관련 내용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아직 혁신위가 공식 출범하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인요한 혁신위’가 자칫 과거 ‘최재형 혁신위’나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 위원장이 정치 경험이 적은 데다 혁신위가 얼마만큼의 힘을 갖고 강하게 쇄신을 이뤄낼 수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출범했던 최재형 혁신위는 이 대표가 실각하며 힘을 잃었고 결국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는 최재형 혁신위의 혁신안을 수용하지 않았다.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 역시 이재명 대표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모습을 보이며 결국 별다른 쇄신을 이뤄내지 못한 채 각종 논란 끝에 흐지부지 마무리됐다.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인 위원장 임명 사실을 밝히며 혁신위에 관한 전권을 부여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지원·김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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