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불안에 총기 구매 폭증”... 국민 보호보단 ‘중무장’ 부추기는 이스라엘 정부
공짜 무기 지급·면허 조건 완화... "민간 전선 강화"
민병대도 무력 무장... 총격에 더 취약해진 아랍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이후 이스라엘 시민들의 총기 구매·면허 신청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중의 불안감이 커졌다는 방증이다. 이스라엘 극우 정권도 총기 면허 발급 조건 완화, 총기류 무료 지급 방침 등을 밝히며 민간인의 ‘총기 무장’을 부추기고 있다. 국가가 공권력으로 위험 요인을 제거하기보단 ‘스스로 자신을 지키라’며 일반인들에게 총을 쥐어 주고 있는 셈이다. 국민 안전을 지키는 국가의 역할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국민 보호' 의무 저버린 국가...총기 면허 40만 건 더 푼다
2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통신은 “개인적으로 총기를 소지하려는 이스라엘인의 수가 전례 없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마스의 직접 공격권인 국경지대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의 총기 판매점에도 줄이 길게 늘어선 게 단적인 사례다. 중부의 리숀레지온에 거주하는 니콜라스 리빅은 FT 인터뷰에서 “총을 구입하려고 2시간 동안 줄을 섰다”며 “아랍인 밀집지역과 가까운 곳에 사는데, 이번만큼은 불안해서 (총기 구매를) 기다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총기 구매 열풍’의 직접적 계기는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이 유력하다. 이스라엘군의 대응 미비로 민간인들이 하마스 무장대원들에 자력으로 저항해야 했던 당시 상황이 전해지면서 ‘내 가족은 내가 직접 지키자’는 인식이 이스라엘인 사이에 퍼졌다는 게 외신들의 진단이다.
특히 이스라엘 매체 ‘예루살렘 포스트’에 따르면, 이달 7일 이후 일주일 동안 이스라엘 국가안보부에 접수된 총기 소지 면허 신청만 1만 건에 육박했다. 2021년 1만 개, 2022년엔 1만2,896개의 총기 소지 허가증이 각각 발급됐는데, 불과 일주일 사이에 과거 1년 총량과 비슷한 분량의 신청 건수가 쏟아진 것이다. 당국은 총기 승인 부서에 직원 60명을 급히 증원하기도 했다.
하마스의 기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국민을 지키는 데 실패한 국가가 이런 흐름을 주도하는 모습도 보인다. 극우 성향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하마스 기습의 표적이 된 국경도시 스데로트에 사는 성인이라면 누구든 제약 없이 총기를 구입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민간인의 총기 면허 발급 규정 자체도 완화돼 약 40만 건이 신규 등록될 전망이다. 벤그비르 장관은 나아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통치하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이스라엘 정착민들에게도 소총 등 무기 1만 개를 무료로 나눠 주겠다고도 했다.
단순한 ‘시민 자위권 보장’ 차원으로 보기도 힘들다. 벤그비르 장관은 지난 17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리는 ‘민간 전선’을 계속 강화해 이스라엘을 무장시킬 것”이라며 “자격이 있는 모든 분에게 요청한다. 총은 생명의 은인이 된다”고 말했다. 민간인을 ‘전투 요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이었다.
총기 휴대 '간편화'... 민간발 유혈사태 부를 수도
이스라엘인들과 섞여 살아가는 지역의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은 ‘총기 테러’에 더 취약해진 처지가 됐다. 양측 적대감이 극에 달한 가운데, 이스라엘 민간인도 총기를 쉽게 휴대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하마스 기습 이후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 정착민에 의한 공격 등으로 22일 기준 최소 91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공권력은 자국 아랍계 민간인을 무력 진압하는 데 민간 인력을 투입할 채비도 갖추고 있다. 코비 샤브타이 이스라엘 경찰청장은 “7일 이후 시민들 자원을 받아 경찰을 지원하는 민간 보안팀 527개가 구성됐다”고 말했다. 현재 이스라엘 경찰은 소셜미디어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한 혐의로 아랍계 시민 수십 명을 체포했고, 당국은 친(親)팔레스타인 폭동 징후가 포착될 시 보안팀을 무장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들 부대엔 이미 총기 2만 정이 배치됐고, 2만 정이 추가 지급을 앞두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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