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공습에 `생지옥` 겪는 가자 어린이들, 매일 110명 사망

박영서 2023. 10. 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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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공습 현장에서 한 어린이가 구출되고 있습니다. EPA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으로 어린이 사상자가 계속 늘고 있습니다. 가자지구의 부모들이 사후 신원 확인을 위해 자녀의 다리에 이름을 적는 비극적인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시작된 이후 양측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6000명을 넘어섰습니다. 22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 7일 이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총 4651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스라엘은 공식 사망자 집계를 발표하지 않지만,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같은 기간 하마스의 공격으로 사망한 이스라엘인이 약 1400명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보름 넘게 이스라엘 군의 공습이 이어지면서 가자지구 어린이들의 희생이 커지고 있습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공습으로 지금까지 가자지구 어린이 1750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는 매일 약 110명의 어린이가 사망한 셈입니다. 부상자는 수천명을 넘어섰습니다. 가자지구에 사는 미성년자의 수는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인 115만명 정도입니다. 이들은 지난 7일 이후 매일 같이 대대적인 공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살아남은 어린이들은 공습에 대한 공포로 어른들보다 더 큰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날 영국 일간 가디언지는 공습에서 살아남은 가자지구 어린이들이 경련, 야뇨증, 불안, 악몽, 공격적이거나 퇴행적인 행동 등 트라우마 증세를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가자지구의 정신과 의사 파델 아부 힌은 가디언에 "안전한 공간이 부족해 가자지구 전체 주민들에게 두려움과 공포가 널리 퍼지고 있고,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영향을 받는 건 아이들"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몇몇 아이들은 그들의 불안을 겉으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직접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이런 아이들에게도 즉각적인 개입이 필요하지만, 공포와 트라우마를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안에 억누르고 있는 아이들보다는 이들이 차라리 나은 상태일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렇게 어린이 희생자가 늘어나자 가자지구의 일부 부모들이 자신이나 아이가 사망할 경우, 신원 확인을 위해 자녀의 다리에 이름을 적고 있습니다. CNN이 촬영한 영상에 따르면 가자지구 데이르 알발라흐의 알아크사 병원의 영안실 바닥 위 들것에 유아와 어린이 총 네 명의 시신이 놓여있는데, 이 아이들의 종아리에는 아랍어로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이 아이들의 부모도 사망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CNN은 전했습니다.

이렇게 가자지구가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자 미국 등 주요국은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지상전을 연기하거나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라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날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 등 서방 6개국 정상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자기 방어권을 지지한다면서도 당사자들이 민간인 보호 등 인도주의 관련 국제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지상군 투입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습니다.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에 따르면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지난 21일 밤 골란 보병연대 지휘관들에게 "우리는 가자지구에 진입할 것이다. 하마스의 작전 시설과 기반 시설을 파괴하기 위한 작전과 전문적인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가자지구는 복잡하고 인구가 밀집된 곳이다. 적은 많은 것들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도 이에 대처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마스의 공격을 막지 못한 데 대한 책임론으로 궁지에 몰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앞으로도 강경한 입장을 버리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옵니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네타냐후 총리를 아직 재임시키는 것은 전쟁 중이란 사실 뿐"이라며 "하마스 기습 후 그의 철벽은 무너졌고, 주변 사람 대부분은 인정한다. 문제는 그가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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