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백남준기념관 폐관, 세상에 부끄럽다

한겨레 2023. 10. 23. 19: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백남준(1932~2006)은 세계에 내어놓은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이다.

서울시가 창신동 백남준기념관 문을 다음 달 닫는다는 기사를 접하고 참 많이 놀랐다.

지금 창신동의 백남준기념관은 큰 부자였던 백남준의 부친 백낙승이 살던 집터의 문간채를 활용한 작은 시설이다.

이미 운영되고 있는 백남준기념관을 투입 예산 대비 성과가 별로 없는 문화기관으로 찍어 문 닫겠다는 발상은 무지막지하고 반 예술적이고 비문화적이며 세계적 망신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 창신동 197번지 백남준의 옛집터 권역 일부에 들어선 백남준기념관. ‘백남준을 기억하는 집’이란 조명 명판이 입구 출입문에 붙어있다. 노형석 기자

[왜냐면] 김원 | 건축가·백남준을 기리는 사람들 공동대표

백남준(1932~2006)은 세계에 내어놓은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이다. 서울시가 창신동 백남준기념관 문을 다음 달 닫는다는 기사를 접하고 참 많이 놀랐다. 돈이 많이 들어서 정리해야 할 사업 시설물로 확정했다는 것이다. 무지하고 반 예술적이고 비문화적인 발상이 놀랍다.

백남준은 세계가 인정하는 비디오 예술의 창시자다. 여러 나라에서 자기 나라 예술가라고 주장하는 천재 작가이다. 미국에서는 백남준이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한 작가라며 미국 작가라고 말한다. 뉴욕에 휘트니미술관을 새로 만들었을 때 그 개관 기념전의 주인공이 백남준이었다.

미국인들은 ‘비디오 아트’라는 새로운 장르가 미국에서 탄생한 것을 자랑했고, 그러기 위해서라도 백남준을 미국 작가라고 자연스럽게 말한다.

독일에서는 또 백남준이 독일 작가라고 한다. 2차 세계대전 후 독일이 전후 미술 활동을 활발하게 하며 새 시대의 새로운 미술 사조를 부르짖을 때 거기 앞장선 게 백남준과 플럭서스(Fluxus) 운동이었다. 이 주장의 결론으로 독일은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의 독일 국가전시관 전체를 백남준 전시로 채우고 독일 현대미술의 대표 작가로 들고나와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일본에서는 백남준이 잠시 공부했고, 그 부인이 일본인이라는 사실을 들어 백남준을 일본 작가라고 내세운다.

한국은 백남준이 태어나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중·고등학교 학업을 마쳤으니 당연히 한국 작가라고 말하며 경기 용인시에 백남준아트센터, 창신동에 백남준기념관을 지어 기리고 있다. 경기 과천시에 국립현대미술관을 지을 때도 그 건물의 가장 중심 진입 공간에 백남준의 대표작인 ‘다다익선’을 세워 지금까지 전시해 왔고 세계 각국의 현대미술관장들과 큐레이터들은 그 ‘다다익선’ 전시 때문에 우리 국립현대미술관을 부러워한다.

여기서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의 일화를 한 가지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시인 이상이 살던 서울 통인동 집이 헐릴 처지라는 말을 듣고 이어령 선생이 이 시장을 찾아갔다. 이 시장은 그 이야기를 듣고 선뜻 교부금 3억원을 주어 그 집이 보존되었고 오늘날 이상의 집-박노수 미술관-윤동주 시인의 하숙집터-수성동 계곡에 이르는 서촌의 핫 플레이스가 탄생해 젊은이들의 명소가 되었다. 또한 그 일을 계기로 기금 500억원의 서울문화재단이 설립되었다. 그때 서울문화재단은 이런 일 하라고 만든 것이고, 기금 500억원은 이런 때 쓰라고 모아둔 돈이다.

지금 창신동의 백남준기념관은 큰 부자였던 백남준의 부친 백낙승이 살던 집터의 문간채를 활용한 작은 시설이다. 백낙승 집터는 창신1동 전체였다. ‘백남준을 기리는 사람들’(백기사)은 그 전체 집터를 확보하거나 적어도 경계 표시라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뒤에 백남준 동상을 세우자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광화문에 백남준 동상이 세워지면 서울에 오는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이 우리를 문화예술 민족으로 새삼 칭찬할 것이다.

이미 운영되고 있는 백남준기념관을 투입 예산 대비 성과가 별로 없는 문화기관으로 찍어 문 닫겠다는 발상은 무지막지하고 반 예술적이고 비문화적이며 세계적 망신이다. 형편이 어렵다면 우리 백기사가 향후 운영을 맡아 할 각오도 되어 있다. 제발 문화시설을 구조조정 대상 삼아 문 닫겠다는 이야기만은 없던 일로 했으면 한다. 세상에 부끄럽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