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위해 3만4000번 시세조종 주문 낸 외국기업 적발

국내에 상장된 외국기업 경영진이 유상증자 과정에서 자사 주가를 조작한 행위가 적발됐다.

일러스트=손민균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23일 제18차 회의를 열고 국내에 상장된 외국기업 A사의 경영진 등을 자사 주가를 시세조종한 혐의 등으로 검찰 통보했다고 밝혔다. A사 경영진에는 최대주주 겸 대표이사인 외국인과, 한국 연락사무소장 등 회사 관련자가 포함됐다.

A사는 본국 내 사업 자회사를 통해 실질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국내 주식시장 상장을 위해 케이만군도에 설립된 역외 지주회사(SPC)다.

증선위에 따르면 혐의자들은 2017~2018년 2년간 A사의 주가가 지속해서 하락하는 상황에서 유상증자 결정 발표 이후에도 주가가 추가 하락하자, 신주 발행가액을 일정 수준으로 상승·유지시켜 수백억 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대규모 유상증자(1차)를 성공시킬 목적으로 A사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시킨 혐의를 받는다. 5개월의 시세조종 기간 중 평균 호가 관여율은 11.94%, 주가 상승 폭은 26.8%다.

이번 시세조종에는 차명계좌 다수가 이용됐다. A사 경영진 지시를 받은 한국 연락사무소 소장이 본인과 가족·지인 등 명의로 증권계좌를 여러 개를 개설했다. 이 소장은 자국의 주식매매 전문가(이하 주가조작 선수)에게 계좌정보와 HTS(홈트레이딩시스템) 접속 방법을 전달했다.

주가조작 선수는 과도한 이상매매주문으로 특정 계좌의 주문 수탁이 거부되면 다른 차명계좌를 이용하는 등 수시로 주문 매체와 장소 등을 바꿔가며 지속해서 시세조종 주문을 냈다. 일부 주문은 A사 대표이사와 부사장 등 경영진이 자국과 한국에서 직접 제출했다.

신주 발행가액 조작 행위도 적발됐다. A사의 유상증자 결정 발표 이후 주가가 하락하자 목표했던 모집 금액에 맞춰 신주 발행가액을 유지하기 위해 발행가액 산정 기간에 3만4000여회의 시세조종 주문을 제출했다. A사 신주 발행가액은 1차와 2차 발행가액 중 낮은 가액으로 확정됐다. 혐의자들은 발행가액을 상승·유지해 목표 모집 금액을 초과 달성했다.

증선위는 A사의 한국 연락사무소장이 지난 2019년 A사의 유상증자(2차 유상증자) 실시 정보를 이용해 보유 주식을 미리 처분함으로써 3억5000만원 상당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도 검찰에 함께 통보했다고 전했다.

증선위는 유상증자 발표 이후 신주발행가액 산정 기간에 별다른 이유 없이 주가가 급등락하는 경우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증선위는 또 외국기업에 투자하기 전 국내에서 조달한 자금의 상환 능력 등을 공시를 통해 확인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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