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아이콘 김범수 어쩌다 이지경…문어발 경영에 주가조작 논란까지

이상덕 기자(asiris27@mk.co.kr), 명지예 기자(bright@mk.co.kr) 2023. 10. 23.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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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카카오 전 의장이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 제공=연합뉴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23일 10시께 금융감독원에 도착해 취재진 포토라인에 섰다.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서 경쟁자인 하이브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억원을 투입, SM엔터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혐의와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서였다. 그는 “주가조작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이날 금감원 정문에는 이례적으로 포토라인도 설치됐다. 금감원측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포토라인을 처음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한때 한국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김 센터장이 ‘악덕 기업인’으로 낙인찍히는 순간이었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SM엔터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김 전 의장이 어디까지 개입했는지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김범수 센터장이 대중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해 10월 24일 국회 국감 이후 처음이다. 당시 그는 ‘카카오 먹통’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국감장으로 불려나와 대국민사과를 하며 고개를 숙였다. 국민 메신저, 국민주로 불리며 국민들 사랑을 받았던 카카오가 국민정서와 멀어지면서 추락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카카오의 급격한 성장이 이제 독이 돼 돌아오고 있다. ‘스타트업 정신’으로 앞만 향해 달리다 보니 계열사가 144개로 늘어날 정도로 덩치는 커졌지만 사회책임을 비롯한 기업문화의 성숙도는 이에 못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른 부작용은 곳곳에서 잡음을 일으키는 모습이다. 올 상반기 카카오 공시에 따르면, 카카오 계열사가 정부로부터 받은 제재 건수는 16건에 달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호출서비스를 하면서 일반택시를 불리하게 차별취급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고, 에스엠컬처앤콘텐츠는 수신자의 명시적 동의 없이 광고를 내보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과태료처분을 받았다. 10년 전만해도 단 한건의 제재도 없었던 것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카카오를 외면하고 있다. 카카오 종가는 연일 52주 신저가 기록을 경신하고 있을 정도로 추락 속도가 가파르다.

SM엔터 주가 조작 논란의 결말은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금감원이 카카오를 상대로 법인의 대표자나 종업원 등이 업무와 관련해 위법행위를 할 경우 해당 법인에도 형사 책임을 묻는 이른바 ‘양벌규정’을 적용한다면, 카카오뱅크를 매각하는 사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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