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매각’ 나비효과…묘해지는 한진칼 주주구성

허인회 기자 2023. 10. 23.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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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오션, HMM 인수자금 확보 위해 한진칼 지분 넘겨
손해 보며 10개월 만에 지분 되찾은 호반건설, 왜?
합병 무산 시 산은 지분 향방 따라 주주 구도 요동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인천국제공항에 계류 중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연합뉴스

대한항공이 알짜 사업인 아사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까지 감내하며 합병 승인에 승부수를 던진 가운데 향후 승인 불발 시 경영권 분쟁 2라운드가 열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HMM 인수를 노리고 있는 팬오션이 한진칼 지분 5.85%를 호반건설에 인수 양도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호반건설은 한진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한진칼 2대 주주로 오를 태세다. 일각에선 산업은행의 한진칼 지분(10.58%)의 향방에 따라 상황에 급변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최근 하림그룹 계열사 팬오션은 자사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 5.85% 전량에 대해 호반건설과 주식양수도계약(SPA)을 체결하기로 했다. 예상 거래금액은 1628억원이다. 팬오션은 처분 목적을 '투자수익 확보'로 밝혔다. 하지만 재계에선 사실상 HMM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번 거래로 인해 호반건설이 보유하게 되는 한진칼 지분은 11.6%에서 약 17.5%로 올라간다. 델타항공(14.90%)을 넘어 2대 주주에 오르게 될 전망이다.

눈에 띄는 점은 지난해 12월 팬오션에 한진칼 지분(5.8%)을 매각한 호반건설이 이를 되사들였다는 것이다. 당시 호반건설은 그해 3월 강성부펀드(KCGI)로부터 매입한 한진칼 지분을 700여억원의 손실을 보면서 팬오션에 넘겼다. 이랬던 호반건설이 팬오션이 이전부터 보유한 한진칼 지분(약 56만 주)을 포함해 10개월 만에 다시 사들이는 것이다.

시장에선 호반건설의 한진칼 지분 재취득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분명한 것은 손실을 보면서도 지분을 사들였다는 점에서 그 의도가 깔려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칼 지분 구성과 관련해선 지난달 변동이 있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보유 중인 한진칼 지분 70만1001주를 매각한 것이다. 이에 이 고문의 한진칼 지분율은 3.73%에서 2.68%로 떨어졌다. 조 회장 측 지분 역시 19.79%에서 18.74%로 축소됐다.

시장에선 이 고문의 한진칼 지분 처분을 놓고 한진그룹 내부에선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확신하고 있다는 추측을 흘러나오기도 했다. 앞서 한진 오너일가는 과거 경영권 다툼으로 우호 지분을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건 바 있다. 그만큼 한진 오너일가에게 한진칼 지분은 민감한 사안이다.

지난 4월10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프로배구 2022-2023 V-리그 시상식에서 한국배구연맹 총재 자격으로 참석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연합뉴스

산은 지분 10.58% 향방 주목…유동성 확보하는 한진칼

특히 합병이 무산될 경우 산업은행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의 향방이 불투명한 가운데 자칫 경영권 분쟁이 재차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앞서 산은은 양사 합병을 위해 한진칼의 유상증자에 뛰어들면서 10.58%의 지분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지분을 처분했다는 것은 그만큼 인수를 확신하고 있고 경영권 방어에는 문제가 없다는 자신감의 표현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호반건설이 2대 주주로 올라설 예정이라는 점은 흥미롭다는 것이 재계의 반응이다. 현재로선 호반건설이 보유할 한진칼 지분은 한진그룹 경영권에는 위협이 되지 못한다. 델타항공이 한진칼 우호지분으로 분류돼서다. 조 회장 측과 델타항공의 지분을 합하면 약 33% 수준이다.

그러나 합병이 무산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산은이 한진칼 지분을 보유할 명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산은의 지분이 조 회장의 우호 세력이 아닌 쪽을 넘어갈 경우에는 과거 3자 연합(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부딪힌 경영권 분쟁이 재발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재계의 전망이다.

한진칼이 올 들어 연이어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이목을 끄는 지점이다. 한진칼은 지난 8월 대한항공에 서소문사옥 등을 2600여억원에 매각했다. 미국 현지 호텔사업 법인 와이키키호텔앤리조트의 자산도 처분해 1466억원을 확보했다. 만기가 다가오는 회사채 상환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지만 향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지분 매입 등을 위한 유동자금 확보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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