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유대인 지지" 파리에선 "팔 해방 지지"…갈라선 유럽

2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가 팔레스타인 깃발을 흔들며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파리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 모인 이스라엘 지지 시위대가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며 인질들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런던 AP=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을 계기로 유럽 내에서도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진영과 팔레스타인을 옹호하는 진영이 갈라서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 곳곳에선 주말에 각각 양측을 지지하는 대규모 집단 시위가 벌어졌다.

AP와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선 시민 1만5000명(경찰 추산)이 모여 팔레스타인인들과의 연대를 표명했다. 이들은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공격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파리에 모인 시위대는 "가자 학살을 멈춰라", "파리는 가자와 함께한다"와 같은 현수막을 내걸었다. 일부 시위대는 레퓌블리크 광장 중앙에 있는 조각상에 올라가 빨강·초록·검정으로 구성된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기도 했다. 이날 시위는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프랑스 경찰이 수도 파리에서 허용한 첫 번째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였다.

프랑스 내무부는 최근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를 금지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지난 19일 법원이 각 지역에서 사안별로 금지 여부를 판단하도록 결정하자, 프랑스 전역에서 관련 시위가 허가됐다.

경찰은 "주최 측이 하마스의 기습 공격도 함께 규탄하겠다고 밝혀 이번 시위를 허가했다"고 밝혔다. AP는 시위대가 하마스의 민간인 공격도 규탄하고, 인질 석방을 외쳤다고 보도했다.

영국 런던 도심에선 하루 전날에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 '팔레스타인을 위한 행진'이 열렸다. 시위대 규모가 한 주 전보다 3배 가량으로 늘어난 10만명(경찰 추산)에 달했다.

이들은 하이드파크에서 총리실까지 행진하다. 또한 피커딜리 서커스와 트래펄가 광장 등에 모여 "가자지구 폭격을 중단하라"고 외쳤다.

이날 시위에선 한 남성이 '지하드'를 외치고, 지하철 기관사가 차내 방송으로 '팔레스타인 해방' 구호를 유도해 논란이 됐다. 정부 각료는 테러 선동이라며 대응을 촉구했고, 런던 교통경찰이 지하철 구호 문제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시위 과정에서 폭죽을 터뜨리거나 공공질서를 위반하고 구급대원을 폭행한 10명을 체포했다.

벨기에 브뤼셀에선 22일 1만2000명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본부 앞 등에서 모여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고 "팔레스타인에 자유를" 등을 외쳤다. 일부는 EU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을 묵인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독일 베를린에선 앞선 국가들과는 달리 반유대주의를 규탄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연대를 표명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독일-이스라엘 협회, 주요 정당, 종교단체, 노동조합 등이 참여했다. 주최 측 추산 2만5000명, 경찰 추산 1만명이 브란덴부르크문 앞에 모여 "유대인에 대한 테러를 멈추라"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었다.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 당시 인질로 끌려간 사람들의 사진을 내건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연사로 나선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유대인들이 이 나라에서 또다시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사실을 참을 수 없다"며 "유대인과 관련 기관에 대한 공격 하나하나가 독일의 수치"라고 말했다.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서도 수천 명이 모여 하마스의 공격에 희생된 이스라엘인을 추모했다. 참가자들은 인질과 실종자들의 사진을 들고 인질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하면서 "이들을 집으로 데려오라"는 구호를 외쳤다.

마이클 고브 영국 균형발전과 주택장관은 추모 집회 연설에서 하마스의 기습공격을 "비할 데 없는 악과 야만의 행위"라면서 "우리는 이에 맞서 함께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