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은 형님이고…현대차 계열사 4곳 파업 예고 [뉴스'까'페]

김정연 기자 2023. 10. 2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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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현대자동차와 기아 노사가 긴 갈등 끝에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을 마무리한 가운데, 다른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은 임단협을 좀처럼 매듭짓지 못하고 있습니다.

통상 현대차·기아 노사가 임단협을 타결하면 다른 계열사들도 합의 수순을 따라 밟던 과거의 흐름과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현대제철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제철 노사의 올해 임단협은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노조는 올해 현대제철이 창사 70주년을 맞이했다며, 지난해 영업이익 25% 수준에 해당하는 만큼의 70주년 특별성과급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과 각종 수당 인상 등을 내세웠습니다.

반면 사측은 글로벌 철강 수요 감소와 건설경기 침체, 전기요금 상승 등 좋지 않은 철강 업황을 고려할 때 노조의 요구가 과하다며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현대제철 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의 쟁의조정 중지 결정으로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한 상태인 만큼, 올 겨울 현대제철의 파업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앞서 금속노조 인천지부 현대제철 지회는 최근 소식지를 통해 "긴 세월 동안 성과급을 줄여가며 현대제철을 키웠다"며 "70주년 특별 공로금이 없이 임협을 절대 끝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에도 특별성과금을 요구하며 사장실과 각 공장장실을 146일간 점거했던 노조가 올해 파업까지 돌입한다면, 현대제철의 실적도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4개 분기 적자를 기록한 이후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1분기와 2분기 모두 1년 전보다 각각 52%, 43% 줄어든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동등하게 대우해달라"…내일부터 파업
이미 파업을 예고한 노조들도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의 부품 계열사인 현대트랜시스·현대로템·현대엠시트·현대비엔지스틸의 6개 노조 지회는 내일(24일)과 오는 26일 공동 파업에 돌입합니다. 내일(24일)은 주·야 각 2시간 동안, 오는 26일에는 주·야 각 4시간 동안 동시에 부분 파업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250여 일간 천막농성을 벌여온 현대케피코 노조도 오는(26일) 파업에 동참할 예정입니다.

이들 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사안은 '현대차·기아와 동일한 특별격려금 및 성과금 지급'입니다.

노조는 공동 성명서를 통해 "현대차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것은 그룹사 모든 노동자의 동일한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그룹은 차별적 성과주의로 갈라치기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올해 임금 교섭과 미지급 격려금, 성과금이 쟁취되는 시점까지 공동 투쟁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앞서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전 직원에게 400만원의 코로나 특별 격려금을 지급하고, 올해 초에 특별 성과급 명목으로 600만원 상당의 상여를 지급했습니다. 하지만 현대모비스를 제외한 나머지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은 이를 절반만 받거나 받지 못했습니다.

다만 사측은 노조의 요구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현대트랜시스는 노조가 파업을 결정한 직후 "특별격려금은 단체교섭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직원들의 노력에 대한 보상은 올해 성과금에 충분히 반영됐으며, 추가 논의는 불가하다"고 밝혔습니다.

부품사들의 파업이 더 길어질 경우 현대차·기아의 자동차 생산 차질도 피할 수 없을 전망입니다.
올해 '역대급' 성과급 받은 현대차·기아 노조
과거와 달리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목소리가 커진 이유는 앞서 현대차와 기아 노조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한 끝에 결국 올해 사측과 역대 최고 수준의 성과급을 받기로 합의한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고용세습 폐지 반대를 강하게 주장하던 기아 노조가 노사 협상에서 한 발 물러선 배경에는 창사 이래 가장 높게 합의된 기본급·성과급 인상안이 있습니다. 기아 노사는 올해 기본급 11만1000원 인상, 경영성과금 300%+800만원, 생산판매목표 달성 격려금 100%, 특별 격려금 250만원 등에 합의했습니다.

지난달 정년 연장 관철을 강하게 주장해 온 현대차 노조도 이를 양보하는 대신 기본급 11만1000원 인상 등 '역대급' 임단협 합의안을 도출한 바 있습니다.

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올해 전기차의 대중화에 집중해야 할 현대차와 기아가 받을 타격이 크기 때문에 사측도 이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앞서 현대차의 노사분규가 극심했던 2016년에는 노조 파업으로 한 해에만 14만2000대의 생산차질을 빚었습니다. 2014부터 2018년까지 5년간 파업에 따른 현대차의 생산차질 규모는 모두 29만여대에 달합니다.

아직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대제철과 현대로템, 현대트랜시스 등 계열사 노사들이 결국 어떤 합의점을 찾게 될지, 혹은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이들은 어떤 위기를 맞게 될지 주목됩니다.

현재까지 올해 임단협을 매듭지은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에는 현대차와 기아 외에도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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