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아킴 베르그 맥킨지앤드컴퍼니 프랑크푸르트 시니어 파트너 | “패션 허브 韓, K패션 지속 성장 위해 ‘해외 현지 A팀’ 구축해야”

이선목 기자 2023. 10. 23.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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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킴 베르그 맥킨지앤드컴퍼니 프랑크푸르트 시니어 파트너비텐헤르데케대 경영대 석·박사, 현 맥킨지 의류·패션·명품 부문 글로벌 리더, 현 ‘BOF(Business of Fashion)’ 공동 편집자 사진 맥킨지앤드컴퍼니

“전 세계적으로 한국 대중문화의 인기가 높아진 가운데 그 영향력이 패션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앤드컴퍼니(이하 맥킨지)의 아킴 베르그(Achim Berg) 시니어 파트너는 최근 인터뷰에서 K패션의 현주소를 이렇게 진단했다. 그는 “한국은 경제적 측면에서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패션 허브가 됐다”며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사이에서 한국 셀럽과 인플루언서의 존재감이 커지는 것을 통해 확인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내로라하는 명품 브랜드들이 K팝, K드라마·영화, K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의 K컬처 스타를 브랜드 얼굴인 앰배서더로 잇따라 선정했다. 이처럼 K패션의 위상이 높아진 상황에서 개별 K패션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베르그 파트너는 조언했다. 그에게 최근 글로벌 패션 동향과 K패션 브랜드의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한 전략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명품 브랜드 앰배서더로 활동하는 K스타들. 왼쪽부터 디올 글로벌 앰배서더 BTS 지민, 루이비통 글로벌 앰배서더 배우 겸 모델 정호연. 사진 각 사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 글로벌 패션 시장에 미친 영향은.
“팬데믹은 (쇼핑) 채널 전환, 지속 가능성, 캐주얼화 등 이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소비자 트렌드 변화를 가속했다. 2020년 미국과 유럽 이커머스 시장은 전년 대비 30% 성장하는 등 온라인 채널 성장에 탄력이 붙었다. 다만 최근에는 다시 오프라인 성장이 증가하는 추세다. 팬데믹에 확산한 재택근무로 오피스 의류나 이벤트 의류의 필요성이 줄면서 소비자의 옷장이 캐주얼화(化)했다. 또한, 지속 가능성과 윤리적 생산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팬데믹으로 집 안에 갇힌 사람들이 옷장 정리를 하면서 중고 판매와 의류 기부가 붐을 이뤘고, 패션 업계에서는 (시장 불황으로) 노동자들이 겪는 고통을 줄이기 위한 행동주의가 나타났다. 예를 들어 의류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도 공장에 대금을 지급하기 위한 온라인 모금 캠페인 같은 것들이 생겨났다.”

최근 글로벌 패션 업계 화두를 꼽으면.
“2030 패션 현황 보고서에서 꼽은 올해 주요 패션 트렌드로는 포멀 웨어(formal wear)의 변화와 젠더 플루이드(gender fluid·유동적인 성 정체성) 패션의 가속화,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 환경주의), 직접 판매(DTC) 정체 등이 있다. 소비자 측면에서는 팬데믹 당시 뜬 캐주얼 스타일이 확산하고 있다. 또 Z 세대(1997~2010년 출생)의 성(姓) 정체성에 대한 태도가 달라지면서 패션 브랜드에서도 남성복과 여성복의 경계가 무너졌고, 젠더 플루이드 패션이 큰 주목을 받았다. 패션 시스템 측면에서는 소비자 직접 판매 효용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DTC 채널에만 의존하던 브랜드들이 도매 및 타사 마켓 플레이스와도 손을 잡는 등 판매 채널을 다각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아울러 Z 세대를 중심으로 패션 업계의 그린워싱 문제를 해결하고, 브랜드와 판매자의 실질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소비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련 규제도 강화하고 있어서 내년에는 이런 흐름이 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

올해 명품 브랜드들이 한국에서 패션쇼를 개최하는 등 한국이 세계 패션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이유가 뭘까.
“최근 몇 년간 한국은 경제적 측면에서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패션 허브가 됐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 대중문화 인기가 높아지면서 그 영향력이 패션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는 서울 패션위크의 명성이 높아지고,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사이에서 한국 셀럽과 인플루언서의 존재감이 커지는 것을 통해 명확히 확인된다.

특히 한국의 (패션) 소비는 코로나19 엔데믹(endemic·감염병 주기적 유행) 전환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한국인의 지난해 명품 소비는 전년보다 24% 증가한 168억달러(약 22조6128억원)로 추산됐다. 1인당 325달러(약 43만원) 수준으로, 중국의 55달러(약 7만원)와 미국의 280달러(약 37만원)를 훌쩍 뛰어넘는다. 작년 한국은 세계에서 1인당 명품 소비를 가장 많이 한 국가였다. 특히 젊은 세대가 명품 소비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 상반기 한국 주요 백화점에서 명품 구매자의 상당수(약 40~45%)가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젊은 층의 명품 소비 배경은.
“명품에 대한 높은 수요는 한국인이 외모나 사회적 지위를 중시하는 데서 기인한다. 구매력이 높아진 환경에서 명품을 소유하는 것은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성공을 보여주는 하나의 언어가 됐다.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한국 명품 쇼핑객의 51%가 ‘브랜드 네임 가치’를 주요 구매 요인으로 꼽은 반면, 일본과 중국에서는 약 30%만이 이를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K패션이 전통적인 패션 강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통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K패션 브랜드는 현대적인 미학과 전통적인 요소를 결합하는 식으로 차별화해 세계인의 관심을 사로잡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한국 전통적 미(美)와 최신 미적 기준을 결합한 K뷰티의 부상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또 다른 방안은 기존 명품 브랜드 기준과 유사한 최고 수준의 품질과 장인 정신을 강조해 브랜드 평판을 높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인재와 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적 헤리티지가 K패션의 든든한 뿌리가 돼야 하지만, 성공적인 글로벌 확장을 위해서는 차별화한 역량과 현지 시장 지식을 제공할 수 있는 글로벌 팀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해외 디자이너나 인플루언서, 셀럽과 협업도 세계 무대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K패션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략을 조언하면.
“크게 5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개별 브랜드 글로벌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 이미 K컬처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K패션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개별 K패션 브랜드는 잘 알지 못한다. 예를 들어, 최근 파리 시민 5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알고 있는 K패션 브랜드를 묻자 66%가 ‘모른다’고 답했다. K패션 브랜드는 새로운 시장에서 고객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강력한 마케팅 캠페인을 전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명확하고 차별화된 브랜드 스토리가 필요하며, 핵심 오피니언 리더(KOL) 및 인플루언서 커뮤니티를 통해 대중화되고 확장 가능한 고객관계관리(CRM)가 지원돼야 한다. 둘째, 현지 니즈를 체화해야 한다. K가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고객과 함께 성공하려면 마케팅뿐만 아니라 제품도 현지화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해외시장에서도 핵심 브랜드 가치는 동일하게 유지하되, 스타일과 사이즈는 현지 소비자에게 맞춤화해야 한다. 셋째, 현지 리테일러와 적극적인 파트너십도 중요하다. 진정한 글로벌 브랜드가 되려면 옴니채널 소비자에 대한 직접 판매뿐만 아니라, 고객에게 좋은 브랜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효율적 오프라인 유통 채널과 협력이 필요하다. 넷째, 글로벌 인재 유치다. 글로벌 진출을 원하는 브랜드는 각 타깃 지역에 현지 ‘A팀’을 구축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 현지 전문성과 자율성을 갖춘 글로벌 조직, 대응력이 뛰어나고 비용 효율적인 공급망, 비즈니스 계획 및 운영 핵심인 데이터 확보와 분석이 가능한 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은 장기적 헌신이다. 브랜드의 글로벌 확장은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속적인 동기 부여와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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