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윌리안 보체티 아담지크 국제노동기구(ILO) 컨설턴트 | “AI 기술 발전, 선진국 리쇼어링 촉발…경제적 불평등 확대 가능성”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인한 생산성 격차는 장기적으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하 개도국), 저개발 국가 간 경제적 불평등 확대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개도국, 저개발 국가가 선진국을 따라갈 기회가 차단될 수 있다.”
윌리안 보체티 아담지크(Willian Boschetti Adamczyk) 국제노동기구(ILO) 컨설턴트는 최근 인터뷰에서 “AI 기술 발전으로 노동권 위협이라는 위기에 노출되는 계층은 개도국의 저숙련 일자리 종사자들이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아담지크 컨설턴트는 “AI가 제조 또는 물류·운송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과 인건비를 낮췄기 때문에 선진국들은 자국에서 생산과 물류·운송 체계를 갖추는 게 비용 측면에서 훨씬 저렴하게 됐다”면서 “(이는) 지난 40년간 오프쇼어링(offshoring·생산 기지 해외 이전)을 통해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었던 개도국의 경제 발전 기회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값싼 인건비를 통해 제조 비용을 낮추기 위해 개도국에 설치된 선진국의 제조업 공장이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본국으로 돌아가는 현상인 리쇼어링(reshoring·생산 기지 본국 회귀)을 AI 기술 발전 등이 촉발한 측면이 있다는 게 아담치크 컨설턴트의 시각이다.
그는 “AI 기술 도입을 통해 비용을 낮춘 선진국들이 해외로 나갔던 일자리 대부분을 자국으로 귀환시키고 있다”면서 “이는 개도국 내지 저개발 국가 저숙련 일자리 종사자들의 노동권을 위협받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지점은 향후 20~30년간 글로벌 노동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경향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AI 기술이 인간 노동을 얼마나 대체할지 논쟁이 많다.
“AI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상반된 견해가 있다. AI를 기반으로 한 자동화가 향후 20~30년 후 고용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있었지만, 이제 연구 수준이 높아지면서 경제학자들은 AI의 발전이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직무에 따라 AI 활용 방식이 달라진다는 의미인가.
“브라질에서는 지게차 운전사의 일을 AI가 대체해서 기계 스스로 작동하는 센서를 통해 상호작용하는 사례가 있다. 물류 및 운송 부문의 일부 일자리는 AI 발달로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기자나 연구원처럼 글을 많이 쓰는 직종에서는 챗GPT 같은 기술이 계약서 검토, 문구 교정 등 부수적 업무를 줄여준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도움이 된다. 전체적으로는 AI가 고용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만 생각하진 않는다.”
AI 기술 활용 방식을 인간이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모든 업무에는 항상 최종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필요하다. 회사에서 고가의 기계를 구입하는 프로세스에 관한 문서 서명을 AI가 하지는 않을 것이다. 계약 협상에서도 AI가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최종 결정은 사람이 내린다. 의사 결정에는 공감을 표시하고 토론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AI는 의사 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주관적인 선호나 취향을 100% 이해하고 반영할 수 없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우리 업무에 사람의 손길이 닿아야 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열망이라는 측면도 있다. 사람은 사람을 통해 동기 부여를 받는다. 로봇 교사나 로봇 교수가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무도 로봇에 존경심이나 닮고자 하는 열망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AI가 저숙련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주장은 어떻게 평가하나.
“브라질 등 라틴아메리카나 케냐 등 아프리카 국가의 개도국 또는 저개발 국가에서는 저숙련 노동이 기계, AI 등으로 쉽게 대체되지 않고 있다. 수작업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기계가 아직 발명되지 않고 있고, 노동자를 대체하는 값비싼 기계에 투자하기 위한 비용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개도국 등에서는 기계를 조작할 수 있을 만큼 숙달된 인력을 구하기 매우 어렵다.”
AI가 경제적 불평등을 확대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앞의 대답과 대조적이지만 그렇다.”
왜 그런가.
“첫 번째로, 산업 간 격차를 더 키울 것이다. 예를 들어 AI는 금융 분야에는 투자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알고리즘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종사자들의 임금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물류·운송같이 중간 숙련, 중간 임금이 다수인 일자리는 노동자들이 (교육 등을 통해) 충분히 지원받지 못해 자기 기술을 향상시키지 못한다면 저임금 저숙련 일자리로 밀려날 수 있다. AI가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 이유다.”
두 번째는 무엇인가.
“국가 간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등 선진국들은 자본과 숙련 노동자 확보에 이점이 있어서 AI 솔루션을 더 쉽고 빠르게 구현할 수 있다. 반면 개도국은 그렇지 못하다. AI 기술로 인한 격차가 장기적으로 국가 간 경제적 불평등 확대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경제 발전 기회가 줄어들 위험이다.”
AI 기술이 개도국, 저개발 국가의 경제 발전에 악영향을 주나.
“지난 40년간 개도국들은 오프쇼어링, 즉 선진국의 제조 생산 기지 역할을 하면서 기술 이전 등을 통해 선진국을 따라잡을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리쇼어링이나 인접국으로 옮기는 니어쇼어링(nearshoring)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AI 및 자동화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AI가 제조 또는 물류·운송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과 인건비를 낮췄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이 그 기술을 자국에서 구현하는 게 비용 측면에서 훨씬 저렴해졌다. 이것이 향후 20~30년간 글로벌 노동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경향이 될 전망이다.”
AI 발전이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계층은 어디인가.
“AI 기술 발전으로 노동권 위협이라는 위기에 노출되는 계층은 개도국의 저숙련 일자리 종사자다. 숙련도가 낮은 중간 임금 일자리 종사자들이 AI로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려워지면 점점 더 질이 낮은 일자리로 밀려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연금이나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최하위 일자리들은 국가의 노동 규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다. 이런 일자리들로 사람들이 몰리면 노동권 위협이 현실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AI 기술에 대한 정부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아직 AI 기술에 대한 노동권 규제가 필요하다는 논의에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충분한 통계적 뒷받침이 없다. 규제 논의는 시기상조다. 규제가 필요한 시점에서 적절하게 규제하는 것은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성급하게 규제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노동시장에 부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지금은 인내심을 갖고 현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다.”
AI 기술로 인한 노동권 위기에 대한 ILO의 대응 방향은.
“교육을 통한 해결 방안에 대한 논의가 많다. 첫 번째는 기술(technical skills) 교육, 두 번째는 대인관계(social skills) 교육이다. 기술교육은 기본적인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과 함께 AI를 생산적으로 잘 활용할 수 있는 교육을 의미한다. 이런 교육은 개도국에서 충분하지 않아 변화가 필요하다. 업무에 있어 타인과 원활하게 소통하고 갈등을 원만하게 해소할 수 있는 대인관계 능력 개발도 필요하다. ILO는 두 가지 교육에 방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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