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도시농사꾼’ 큐브팜 | 냉동 컨테이너 재활용 스마트팜으로 품질보장 버섯 재배

이신혜 조선비즈 기자 2023. 10. 23.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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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큐브팜 외관과 내부. 큐브팜 내부 버섯 재배 모습. 사진 이신혜 기자

오래된 해상용 운송 냉동 컨테이너를 활용해 연 매출 26억원의 지능형 농장(스마트팜)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햇빛과 흙이 없어도 채소를 키울 수 있고 태풍과 홍수 등 자연재해 영향을 받아 농사를 망칠 일도 없다. 이 기업은 기존 스마트팜의 대표격으로 알려졌던 쌈채소뿐만 아니라 수익성이 좋은 저온 재배 버섯을 창고 안에서 키워 ‘온화고’라는 자체 브랜드 버섯도 생산하고 있다. 면적 29.75㎡(실평수 9평)의 냉동 컨테이너에서는 3주 만에 최대 250㎏의 저온 버섯이 생산된다.

최근 부산 용호별빛공원에 있는 파란색 컨테이너 건물 스마트팜 기업 ‘도시농사꾼’의 스마트팜인 ‘큐브팜’을 찾았다. 다음은 전정욱 도시농사꾼 대표와 일문일답.

전정욱 도시농사꾼 대표부산여대 푸드스타일리스트학, 전 대화중공업 이사, 전 제이엘중공업 이사 사진 전정욱

일반 농장과 스마트팜 재배 차이는.
“보통 논밭 등 농가나 비닐하우스에서 농사를 많이들 하지 않나. 일반 농장에서 재배할 경우 수확 시기가 길다. 보통 주기가 일 년에 한 번 정도다. 그런데 스마트팜에서 재배하면 시기 조절이 가능하다. 조금은 (재배) 횟수를 늘린다든지 할 수도 있다. 일반 농장의 경우 매년 기후의 영향으로 인해서 작물 피해가 있으면 못난이 작물도 나오고, 영양분이 미흡한 경우도 생긴다. 근데 스마트팜은 조건이 일정하기 때문에 품질을 보장할 수 있다.”

스마트팜 기기 등 설치 비용은 얼마나 들어가나.
“실평수 9평 기준 기기 설치 비용은 한 대당 4500만원 정도다. 냉동 컨테이너는 단열 공사 안 해도 따로 단열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다. 컨테이너 자체로 이미 단열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또 우리 스마트팜 기술은 모듈화라서 이동이 가능해 도심이나 시골 어디서든지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제어 시스템을 핸드폰으로 설치해 온도와 습도 등 컨트롤을 다 할 수 있다. 다만 인력이 전혀 필요하지 않은 건 아니다. 스마트팜을 해보겠다는 젊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기기가 자동화로 다 키우는 것 아니냐고 할 때 좀 속상할 때가 있다. 저온 버섯 같은 경우 정기적으로 솎기도 해야 하고 손이 가는 부분이 많다. 씨앗이 발아해서 재배하는 과정에 들어갈 때까지 지켜보고 하나하나 재배 공간에 다시 재배치해야 한다. 스마트팜이라고 핸드폰이 키워주는 게 아니고 사람의 노동력이 필요하다.”

특히 버섯류 재배를 많이 하는 것 같다. 재배 방법은.
“버섯을 키울 때 필요한 원자재 중 ‘배지’라는 게 있다. 국산 참나무 톱밥으로 만든 배지다. 4~15도 사이에서 편차를 두고 버섯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아침저녁과 낮에 온도를 달리해 키운다. 예를 들어 아침저녁은 4도로 설정했다가 낮에는 15도로 맞추는 식이다. 온도를 달리하면 내부 종균들이 충격을 받아서 발아를 시작한다. 이후 어느 정도 시기에 솎기 작업을 하고 중간 정도 커서 성장기 20일 정도가 되면 수확을 시작한다. 발아부터 시작하면 45일, 모종 재배부터 시작하면 한 달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버섯으로 수익화가 가능한가. 일반 버섯과 다른 점은.
“대부분의 농가는 저온 표고버섯을 팔지 않는다. 비닐하우스 등에서 여름에 판매할 수 없다. 온도를 섬세하게 조절하기 어렵기 때문에 특히 기온이 높은 7월이나 8월에는 버섯이 물렁물렁해지거나 물버섯처럼 돼 상품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우리는 여름에도 온도 조절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상품성과 가치를 갖는다. 사실 일반 표고버섯은 원래도 키우기가 쉽지 않아 많은 농가에서 재배를 꺼린다. 온도 4도, 습도 80% 등을 맞추며 재배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키워도 일반 표고버섯은 1㎏에 1만원밖에 안 한다. 반면 자연에서 자란 송이버섯은 1㎏에 20만원 하지 않나. 그게 향을 머금고 있고 생으로도 먹을 수 있어서다. 스마트팜에서 키운 저온 버섯은 송이버섯에 버금가 일반 버섯보다는 비싸지만 품질에 자신이 있다. 현재 부산 등 대형마트와 홈쇼핑에서 동일한 품질을 입증받아 버섯을 판매할 수 있는 이유다.”

배지의 무게, 습도, 산도(PH), 전기전도도(EC) 등을 감지해 자동으로 양·수분을 공급하는 ‘자동화 침봉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나.
“원자재 배지를 사용해 한 번 재배하고 나면 배지를 바로 버리는 게 아니고 3~4번 더 이용할 수 있다. 서너번 사용해 총 서너 달 정도 재배가 가능하다. 우리는 최대 세 번 정도만 사용하는데 수확이 끝나면 배지도 휴지기를 일주일 정도 가져야 한다. 버섯을 성장시켜야 하는데 그전에 버섯이 자라며 배지의 영양분을 빨아먹기 때문에 3.3㎏였던 게 2㎏으로 준다. 그러면 재사용 시 버섯에 들어가는 수분 공급을 위해 배지에 1㎏ 정도 물을 주입해야 하는데 팔이 너무 아프더라. 나와 있던 자동 침봉기는 일일이 배지를 내려서 기계에 넣어야 했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냈다. 이사님과 함께 개발해 한마디로 배지에 핀을 고정해서 넣어놓으면 수확이 끝나고 무게 측정 센서를 통해서 물을 주입해준다. 특허 출원도 한 상태다. 장애인이나 노인도 육체적 노동 강도가 줄어들어 수월하게 일할 수 있다.”

농식품부 에이벤처스로 선정됐다. 어떤 장점이 있나.
“농식품부가 투자할 때 홍보해주는 역할을 해줄 수 있다. 기업이 성장하게끔 도와준다. 기업공개(IR)를 통해 투자를 받을 수 있게끔 자리도 만들어준다. 일단은 먼저 첨단기술 선정이 돼야 한다. 우리는 벤처육성기업으로 선정이 됐고, 한국농업기술진흥원(농진원)의 제일 높은 단계인 첨단기술 기업 선정까지 됐다. 농진원은 벤처육성, 첨단기술 선정 등 예비 농업 창업자부터 베테랑 농업 전문가까지 다양한 지원을 해준다. 심사가 많이 까다롭긴 하다. 예비 창업 사업에 선정되면 사업자를 낼 수 있고, 창업하면 벤처육성기업 지원 제도를 신청할 수 있는데 그 과정이 매우 치열하다.”

향후 해외 진출 계획은.
“해외에서는 이미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두 군데서 30억원가량의 계약을 체결했다. 중동 지역이 버섯을 재배하기에 어려운 환경인데 스마트팜은 환경 영향을 덜 받지 않나. 중동 이슬람교 사람들은 특히 고기를 못 먹어서 버섯 등 고기를 대체할 수 있는 재료에 더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아직 본격적으로 수출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건 기술을 뺏길까 봐서다. 농진원에 기술 보안을 요청한 상태다. 우리는 대기업이 아니고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해외 나가면 기술을 뺏길 수 있을 거란 불안감이 있다. 그래서 농진원과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요청해, 기술 보안 작업을 해주고 있다. 내년쯤 본격적 해외 사업을 진행하게 될 것 같다.”

앞으로 포부는.
“우리는 장애인 고용에 적극적이다. 직원이 14명인데 70%가 취약계층(장애인·청년·노인)으로 이루어져 있다. 향후에는 스마트팜을 활용한 실버팜 단지를 만드는 게 꿈이다. 9평 정도 컨테이너에 침대 하나와 화장실을 입구에 놓고 직접 쌈채소 재배도 하고 동충하초 같은 약초도 재배해 건강하게 먹고, 주변 사람과 나눠 먹으면 좋지 않을까. 단순히 노인들이 모여 사는 실버타운을 넘어 직접 소일거리를 할 수 있는 실버팜단지를 하면 좋겠다. 암 환자들도 마지막 생을 병원에서 보는 거 보면 안타깝지 않나. 지금도 부산항만공사나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유휴 부지를 제공해줘서 임대료를 저렴하게 낸다. 사회적기업이고 스마트팜임을 고려해 싸게 임대를 주시는데 그런 부지를 활용해서 실버팜도 만들면 좋지 않을까. 앞으로는 그런 실버팜 단지를 만드는 게 목표다.”

[제작 지원: 2023년 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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