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호의 투자 프레임 <12>] 주식 투자, 공격적으로 나서기에는 시기상조다
2023년은 이제 3개월도 남지 않았다. 2022년 이맘때쯤 자본시장 참가자들이 가장 우려했던 것은 고금리로 인한 경기둔화였다. 2023년이 시작되면, 소비위축과 재고조정이 뒤따르는 경기둔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경기침체 확률이 굉장히 높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경기침체의 시기가 언제일지, 이를 대비하는 금리 동결 및 인하 시점이 언제일지를 두고 의견이 충돌했을 뿐이다. 주가 전망이 ‘상저하고(상반기 부진, 하반기 반등)’로 모아진 배경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경기침체 확률은 상당히 낮아졌으며, 소비위축 현상이 발생하지도 않았다. 경기침체를 예상했는데, 바닥에서의 경기회복이 기대되는 변화는 연초 예상하지 못했던 주가 상승의 주요 원인이 됐다. 증시만 놓고 보면, ‘상저하고’는 빗나갔고, 현시점에서 ‘상고하고’ 내지 ‘상고하저’의 선택지만 남아있다.
다시 2023년 10월이다. 연초 암울했던 전망은 빗겨 나갔지만, 2024년을 바라보면 여전히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 물가는 잡혀가고 있지만, 속도는 더디다. 오히려 어설프게 이어진 수요 때문에 물가 하락 속도는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이후 일자리 구조 변화로 인한, 다시 말해 성장보다 수급 요인에 따른 실업률은 여전히 낮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고금리 정책 지속에 힘을 실어주고 있고, 미국 국채 금리가 각국의 금리 상승을 이끌고 있다. 2024년에도 금리는 주가 및 경제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우리가 맞이할 2024년 경제는 다음의 세 가지 이유로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고 판단한다.
고금리 장기화에 중동 사태까지
첫째, 경기둔화다. 경기침체는 아니다.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경기침체 가능성이 작아진 것을 곧 경기 성장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아니라는 의미는 경제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다. 예를 들어 2023년 4분기와 2024년 1분기 -0.1%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던 경제성장률이 한 분기만 0%를 기록해도 경기침체 확률이 낮아졌다고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중립적인 성장률을 2%로 가정하는 경제에서 0% 성장률이 나온다는 것을 ‘경기가 좋다’라고 표현할 수는 없다. 이해를 돕기 위해 극단적인 수치가 사용됐지만 결국 고점에서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고, 경기둔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사실에는 변화가 없다.
둘째, 장기간 이어질 수 있는 고금리 환경이다. 수요가 위축되지 않으면서 반대급부로 물가가 하락할 이유도 상당히 줄었다. 서비스업의 경우 코로나19의 보복 소비가 마무리된다면 평상시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하지만 내구재 소비가 쉽사리 진정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물가가 상승 추세를 당분간 유지할 것이라는 의미다. 단순히 실질임금의 측면, 즉 구매력 측면에서 경제를 바라본다면 3% 수준의 물가가 구매력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게 높지는 않다. 문제가 되는 것은 연준이 2%라는 물가 목표를 변경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목표 수준까지 물가가 하락하지 않는다면 기준금리를 낮출 이유도 없다는 점에 있다.
결국 2024년에도 고금리 환경이 지속된다는 게 중요하다. 당초 예상보다 길어지는 고금리는 기업이든 가계든 부정적 영향을 준다. 고금리로 인한 펀더멘털 훼손이 2024년에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고금리 초반에는 그래도 버틸 수 있다. 개인이나 기업 모두 비용 부담을 감내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비용이 늘어나는 만큼 소비와 투자 여력은 감소한다. 더욱이 한국은 2022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8.1%로 미국의 77%나 일본의 70.9%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부채 때문에 생기는 소득 감소가 진행되는 것도 고민스럽지만, 더 큰 문제는 감당 가능한 수준을 넘어서는 부채다.
마지막은 2023년 이후 상존해 온 리스크다. 널리 알려진 것으로는 미·중 갈등, 상업용 부동산인데, 미·중 갈등은 연말로 가면서 일부 긴장이 완화되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지만, 상업용 부동산은 오히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문제는 한국과 미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지방은행들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비중이 높은 수준으로, OZK은행(Bank OZK) 등의 지방은행은 전체 부채 중 상업용 부동산 부채 비중이 60%를 넘어서고 있다. 현재 같은 고금리가 이후 1년 이상 지속된다면, 지방은행으로부터의 위기 확산이 재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위험이 여전하다. 부실 우려 사업장을 재구조화해 되살리려는 정책 지원이 가동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PF 시장의 ‘돈맥경화’가 해소되기에는 역부족이다. 현 금리 수준에서는 투자자도 시행사도, 건설 회사도 위험을 안고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이미 증권사를 중심으로 PF 대출 연체율이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2023년 1분기 대비 5.5%포인트 증가한 15.88%를 기록했다.
9월 30일 아슬아슬하게 타결된 미국의 임시 예산안도 여전히 연말의 불안 요인이다. 예산안은 여전히 통과되지 못했고, 45일간의 임시 예산일 뿐이다. 게다가 공화당은 미 의회 역사상 최초로 하원의장을 해임할 만큼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10월 연휴 기간에 불거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분쟁으로 셧다운 위험이 줄어들 거란 기대도 있지만, 희망 회로만으로 상황을 판단할 수는 없다. 나아가 설령 분쟁으로 인해 예산안이 타결돼도 만약 일부 언론 보도와 같이 하마스의 배후에 이란이 있다면 중동발 위험의 확산에 따른 유가 급등이 재현될 수도 있다. 고금리와 고유가는 기업 이익 기대 수준을 낮추는 주된 변수다.
높아진 눈높이 제자리 찾아야
기대와 실제의 차이에서 투자의 변곡점이 출현한다. 다들 상황이 악화할 거라 보면, 실제 상황이 악화해도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상황이 나아질 거란 기대가 높아져 있음에도 그만큼 상황이 개선되지 못하면 금융시장은 이를 반영해 갈 수밖에 없다.
2023년 상반기는 경기 바닥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을 강하게 이끌었다면 2023년 4분기는 높아진 기대감을 충족하지 못하는 국면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여전히 위험 요인이 개선되지 않고 있음에도 경제 및 증시는 2024년을 기대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2024년을 바라보는 기업이익 기대 수준도 너무 높다. 2024년 컨센서스는 영업이익이든 순이익이든 2023년에 비해 50% 이상 개선이다. 주가는 기업의 미래 이익을 대변한다. 이 기댓값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면, 지금 당장 주식 비중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 하지만 주가는 오히려 조정기에 들어섰다. 투자자들은 알고 있다. 내년 기업 실적의 뚜껑을 열면 실제 숫자는 현재 기대에 크게 못 미칠 거라는 것을. 네덜란드 경제 정책분석국(CPB)이 발표하는 글로벌 무역량은 감소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초기만큼 빠른 감소세다. 수출이 양적으로 늘어나야 기업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 아직 이를 확신하기에 지표 개선은 더디다.
너무 높아진 눈높이가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증시가 다시 힘을 얻고 올라서려면, 글로벌 경기 개선에 발맞춰 수출이 늘어나야 하고, 고금리와 고유가 환경이 개선돼 가계와 기업 모두 활력을 되찾아야 한다. 2010년 이후 주가가 강하게 돌아선 시기는 직전 해 12월 중순에 바라본 다음 해 실적을 실제 당해 연도 실적이 넘어섰을 때다. 실적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져 있어야, 기대 이상의 실제 실적을 맞이할 수 있다. 지금은 오히려 2024년을 바라보는 기대 수준이 너무 높다. 2012년에서 2014년까지 이어졌던 박스권 장세와 유사한 상황이다.
연말로 갈수록 예산안, 미·중 관계, 상업용 부동산, 중동 갈등 등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이 리스크 요인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경제가 성장하려면 자산 가격의 조정, 금리의 고점 확인, 근로소득을 통한 지속 가능한 소비가 필수다. 이런 모습들이 가시화되기까지 상당 기간이 필요하다. ‘확실하다’의 세계는 흑백논리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불확실성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더 좋은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 주가 변동성 구간에서 낮아진 눈높이로 주가 조정이 정당화될 때를 기다리자. 공격적으로 나아가기에는 시기상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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