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 글로벌 경제 리뷰] 고금리에 모기지·카드·학자금 대출 부담…美 소비지출 타격

퍼트리샤 버클리 딜로이트 미국 경제분석팀 책임자 2023. 10. 23. 18:2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퍼트리샤 버클리 딜로이트 미국 경제분석팀 책임자클렘슨대 경제학, 조지타운대 경제학 박사

미국 물가는 코로나19 경기침체에서 빠져나오면서 가파르게 상승했다. 정부의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경기 부양을 위한 소득 지원으로 수요는 강력한 반면 공급망 병목현상으로 공급은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섰고, 연쇄적으로 주택담보대출부터 신용카드 빚, 오토론까지 대출이자가 속속 상승해 소비자에게 갑작스럽고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최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어느 정도 완화되자 미국 소비자들은 다소 마음 놓고 물건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부터 신용카드까지 할부 지출에 따른 이자 부담은 여전히 막중하다. 신용카드 종류나 신용등급에 따라 이자율이 20%를 넘는 등 할부 이자율이 상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할부 지출은 계속 증가했다. 또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0년 만에 최고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주택 가격도 계속 상승했다. 이에 따라 주택 구매를 희망하는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한층 커졌다.

게다가 팬데믹으로 인해 3년 반 동안 유예됐던 학자금 대출 상환이 올해 10월부터 재개된 것도 가계 재정 스트레스를 더하고 있다. 학자금 대출 상환 연체 건은 2024년 말에나 각 신용기관에 보고되므로, 대출자들은 그 전에 다른 지출을 줄여 예산을 조정할 시간이 조금은 남아 있다. 하지만 유예기간이 끝난 후부터는 매달 미상환에 따른 이자가 쌓이므로, 전체 대출액이 불어나게 된다. 이런 모든 상황은 향후 수년간 미국 가계 재정과 소비지출이 상당한 압박을 받게 될 것임을 시사한다.

사진 셔터스톡

금리+가격 동반 상승…주택 구입 ‘막막’

미국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022년 3월부터 계속 상승해 현재 7%를 넘어 22년 만의 최고치에 이르렀다(그림). 이 때문에 지금 주택을 구매하는 이들의 월간 이자 부담이 예전보다 많아졌다. 그렇다면 금리 변동에 따른 실질적 이자 부담은 얼마나 될까. 40만달러(약 5억4000만원)짜리 주택을 예로 들어보자. 매달 이자 상환액은 팬데믹 이전 금리인 3.5%라면 1796달러(약 242만원), 팬데믹 기간 저점 2.7%라면 1622달러(약 219만원), 현재 금리인 7.0%라면 2661달러(약 359만원)다. 다시 말해 주택 가격이 그대로라도 2019년 구매자보다 2023년 구매자가 매달 부담해야 할 이자 비용이 약 50% 더 많다는 의미다.

팬데믹이 시작되자마자 주택 가격도 치솟아 집 사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2022년 하반기 들어 다소 하락하기는 했으나 현재 평균 주택 가격은 2020년 초에 비해 41% 오른 수준이다. 주택 가격이 급등한 배경은 금리가 상승하자 건설업체들이 프로젝트를 취소했기 때문이다. 미국 신규 주택 착공 건수는 2021년 4월 180만 건으로 정점을 찍은 후, 그해 말 140만 건 미만으로 떨어졌다. 그뿐만 아니라 기존 주택 재고도 2022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현재 매우 낮은 수준이다. 더 큰 집으로 옮기려던 주택 소유자들이 높은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워 주저앉게 되고, 작은 집으로 옮기려던 사람들은 높은 월간 비용을 감당할 의지나 능력이 있는 구매자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존 주택 소유자들은 금리가 낮았던 때 대출받았기 때문에, 굳이 높은 금리로 갈아타면서까지 집을 옮길 이유가 없다. 이로 인해 주택 시장에서 기존 주택 재고를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신용카드 빚과 오토론 부담도 가중

현재 미국 소비자들에게 발행된 신용카드는 5억7800만 개로, 2020년 초에 비해 13% 늘었다. 미상환 신용카드 대금(미 달러 기준)은 팬데믹 이전에 비해 15% 늘었다. 하지만 이는 같은 기간 인플레이션율보다는 낮아, 실질 신용카드 빚은 팬데믹 직전보다 줄어든 셈이다. 미상환 오토론 건수는 2023년 2분기 기준 1억800만 건으로 팬데믹 이전보다 소폭 줄었다. 하지만 액수로는 같은 기간보다 17.5% 늘었다. 팬데믹 이후 자동차, 특히 중고차 가격 자체가 급격히 상승했기 때문이다.

미상환 신용카드 대금에 대한 이자는 우대금리와 함께 변동한다. 현재 신용카드 우대금리는 연방기금금리(FFR) 유도 목표 범위보다 약 3%포인트 높다. 신용카드 금리는 개인의 신용등급에 따라 우대금리에서 가중치가 붙는다. 2023년 8월 기준 연준은 평균 신용카드 금리가 20.7%라고 발표했지만, 개인 재무 웹사이트 월릿허브는 신용등급이 높은 경우 17.8%, 보통인 경우 25.9%라고 집계했다. 2023년 8월 실효 FFR은 5.3%, 신용카드 우대금리는 8.5%이므로, 평균적으로 신용카드 가산금리는 신용등급이 높은 경우에도 12%가 넘고, 평균일 경우 18% 수준이다. 실제로 신용카드 가산금리는 2020년 초 이후 약 2%포인트 상승했다. 팬데믹 이전에도 상승하기는 했으나 팬데믹을 계기로 더 가파르게 상승한 것이다. 한편 월릿허브에 따르면, 올해 9월 초 기준 오토론 금리는 신용등급이 높은 경우 6.6%, 신용 이력이 전혀 없는 경우 20%에 육박했다. 오토론 금리는 신용카드 금리와 달리 대부분 고정금리여서, 대략 5~6년에 걸친 상환 만기까지 월간 이자 비용이 고정돼 있기 때문에 FFR 변동 추이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학자금 대출 상환 재개도 부담

미국인의 약 13%가 학자금 대출을 안고 있다. 2023년 2분기 기준 미상환 학자금 총대출액은 1조6000억달러(약 2154조원)에 달하며, 미국 가계 부채의 9%를 차지한다. 팬데믹 직전 90일 이상 연체된 학자금 대출이 전체의 약 11%를 차지했다. 이는 개인 신용대출 중에서 가장 높은 연체 비율이다.

그런데 유예됐던 학자금 대출 상환이 올해 10월부터 재개돼, 팬데믹 이전 대출을 갚지 못해 허덕이던 사람들이 다시금 압박을 받게 될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 분석에 따르면, 2022년 학자금 대출자의 절반 이상의 상환액이 줄기는커녕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에 학자금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54%, 2010년 대출자의 57%가 대출액보다 상환액이 늘었다. 그렇다면 이들이 상환 재개에 대비해 저축을 해 놓았느냐가 문제다. 지난 한 해 미국 전체 저축률은 낮아지고 소비지출이 급증한 것을 보면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늘어나는 가계 부채 부담, 소비지출 악영향

주택 구매 및 소비자 신용 비용 부담이 늘어남과 동시에 학자금 대출 상환이 재개되면서 단기적으로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줄어, 가계 재정에 압박을 가중할 수 있다. 이미 신용카드 및 오토론의 30일 이상 연체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연준이 조만간 금리 인하로 선회할 가능성도 없으므로, 미국 가계가 받는 이러한 압박이 단기 내 해소될 가능성도 없다. 딜로이트의 최신 ‘미국 경제 전망’에 따르면, 연준은 2025년 하반기까지 현재 수준으로 FFR 유도 목표 범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준 긴축 정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경제성장세를 둔화하는 것이다. 또한 지출에 사용되는 돈이 대출 상환으로 이동한다면 소비지출을 억제해 경제성장 둔화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 가계 부문이 받는 스트레스는 연준의 목표 달성을 위해 필수 불가결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연체 건수가 증가하면 금융 시스템뿐 아니라 이미 채무를 갚은 가계에도 위험이 될 수 있다. 결국 연준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율을 안정 목표치인 2%로 끌어내리기 위해 경제성장을 둔화하면서도, 소비지출이 지나치게 억제돼 경기침체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 불행하게도 통화정책은 불확실한 시간차를 두고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연준의 정책이 얼마나 성공적인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

Copyright © 이코노미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타임톡beta

해당 기사의 타임톡 서비스는
언론사 정책에 따라 제공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