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한의 일본 탐구 <42> 10년 뒤 일본 경제 이끌 벤처 군단] AI 기술력과 시장성 갖춘 스타트업 이어 전기차 솔루션도 주목

최인한 시사일본연구소 소장 2023. 10. 23.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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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토에서 6월 말 개최된 일본 최대 스타트업 콘퍼런스 ‘IVS 2023 KYOTO’. 지난해보다 5배 이상 많은 1만여 명의 벤처 업계 관계자가 참여했다. 사진 IVS

일본 교토 ‘미야코 멧세’에서 지난 6월 열린 일본 최대 스타트업 콘퍼런스(IVC)에는 지난해보다 5배 이상 늘어난 1만여 명의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VC) 대표가 참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 간부 사원의 연봉이 1000만엔(약 9000만원)을 넘는 회사들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라며 “컨설팅 업체, 종합상사, 은행 등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이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보수 안정을 중시하는 일본 업계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방증이다. 요즘 일본에서는 정부와 민간이 힘을 모아 10년, 20년 뒤 일본 경제를 견인할 새로운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 스타트업 업계의 최근 움직임을 소개한다.

최인한 시사일본연구소 소장일본 전문 저널리스트, 전 일본 유통과학대학 객원교수, ‘일본에 대한 새로운 생각’ 저자

일본 정부, 스타트업 육성 5개년 계획

일본 정부는 2022년 초 ‘스타트업 육성 5개년 계획’을 내놨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신년 회견에서 ‘스타트업 창출 원년’을 선언한 뒤 스타트업에 대해 사상 최대 규모인 1조엔(약 9조원)의 지원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도 세제 개혁을 통해 스타트업 창업 초기부터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을 통한 출구 전략까지, 대대적인 지원에 나섰다. 정부의 ‘5개년 계획’에는 경영 인재 확보와 공공 조달 등의 지원책이 포함됐다. 자민당의 ‘새로운 자본주의 실행 본부 스타트업 정책 소위원회’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고바야시 후미아키 의원은 “정부 예산과 민간 자금을 모아 스타트업 성장으로 얻은 자금을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측은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액을 2027년까지 현재 10배가 넘는 연 10조엔(약 90조원)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2023년 10월 현재, 스타트업에 대한 실제 자금 투자는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스타트업 업계 자금 조달은 2022년 상반기까지 증가한 뒤 그해 하반기부터 브레이크가 걸린 상태다. 해외로부터 투자금 유입이 줄었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주식시장이 약세로 돌아선 데다 스타트업 투자도 엄격해진 탓이다. 아시아 시장에 투자하는 홍콩계 펀드인 타이본캐피털매니지먼트의 테라다 마사유키(일본 주식 투자 책임자)는 “지난해는 적자를 내는 스타트업에도 출자했지만, 지금은 이익을 내는지를 매우 중시한다”고 밝혔다.

기술력 있는 딥테크 기업에 투자 몰려

올 들어 스타트업 업계가 위축됐지만, 대규모 자금 조달에 성공한 업체도 꽤 있다. SaaS(Software as a Service·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업체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반면, ‘딥 테크’로 불리는 연구개발형 제조 업체에 자금이 몰리는 양상이다. 2023년 상반기 자금 조달에서 최고액을 기록한 교토의 퓨조니어링은 클린 에너지로 불리는 핵융합 발전 플랜트 부품을 개발하는 업체다. 5월에 산업혁신투자기구(JIC)의 그로스펀드 등에서 105억엔(약 945억원)을 조달했다. 이런 추세는 비상장 기업 평가액 랭킹에서도 확인된다.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에 가까워진 벤처기업이 늘고 있다. 아스트로스케일홀딩스(우주 쓰레기 제거), 티어포(자동 운전 시스템), 무진(산업용 로봇) 등 실력을 인정받은 기술 기업들이다.

경제 주간지 ‘도요게이자이’는 9월에 ‘일본 100대 스타트업’을 발표했다. 독창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나 선진적인 기술이 있는 벤처기업 가운데 자본금, 성장 가능성을 기준으로 설립 10년 이내 기업을 선정했다. 대기업 연결 자회사나 합작회사는 제외했다. 이 가운데 벤처 업계 주요 실력자들을 소개한다.

주목받는 AI, 항공우주 벤처기업

2016년 설립된 ‘피콘(Picon)’은 서비스 개시 4개월 만에 20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라인에서 챗GPT를 사용할 수 있는 ‘AI채팅군’이다. 친구 추가를 하면, 일정 횟수까지 무료 회화가 가능하다. 무제한으로 사용하려면 유료 버전(월 980엔·약 8800원)을 내야 한다. 이 회사는 앱 개발 전문 업체다. 라인에서 가동하는 서비스를 만들어 본 경험은 없지만, 내부 인력으로 개발에 성공해 미국 오픈AI가 API를 공개한 날부터 곧바로 서비스에 들어갔다. 야마구치 쇼세이 대표는 “인류 역사를 바꿀 챗GPT 시대를 맞아 일반인이 쉽게 사용하도록 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주얼뱅크(Visual Bank)’는 2022년 초 창업과 동시에 40여 년 역사의 ‘아마나이미지즈’를 인수,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아마나이미지즈는 프로 카메라맨들이 촬영·편집한 영상을 보유한 일본에서 손꼽히는 영화 라이브러리 업체다.

시타델AI(Citadel AI), 이와타니기술연구소, 이에프폴리머(EF Polymer)도 기술력과 시장성을 갖춘 스타트업이다. 고바야시 히로키 시타델AI 대표는 “AI를 지키는 기업이 되겠다”고 비전을 밝혔다. 이 회사는 AI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이와타니기술연구소는 기구를 타고 우주 유람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일반인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으로 우주여행을 서비스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에프폴리머는 농업에서 가뭄 해결을 위해 친환경 흡수용 폴리머(polymer)를 생산한다. 인도 출신 과학자인 나라얀 랄 갈잘 대표가 오키나와 과학기술대학과 공동 창업했다.

기술, 생활, 솔루션 특화 스타트업

전기자동차(EV) 시대를 맞아 전력 공급부터 이동 등 모빌리티 관련 스타트업도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22년 설립된 팩토리X(Factory X)는 자동차 부품 재고 관리를 하는 벤처기업이다. 부품 제조 업체들에 최적 재고량을 산출하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파워웨이브는 2021년 창업 이후 전기차의 무선 전력 공급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모빌리티 시장에서 과제로 떠오른 전기 충전기 설치 장소 제약과 충전 시간 지연을 해결하는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자동차 주행 중에도 충전이 가능한 제품을 개발 중이다.

기술력이 강한 일본 제조업 특성을 살려 난도가 높은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벤처기업도 등장했다. 대학 실험실에서 출발한 엑스퓨전(EX-Fusion)은 2021년 창업 후 탈탄소 사회를 이끄는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레이저 핵융합 상용화에 도전하고 있다.

의료와 바이오 분야에서는 새로운 치료법과 신약 벤처기업들이 병원과 노인 돌봄(가이고) 시장을 바꿀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노인 돌봄 업무에서 가장 어려운 게 배설 시중이다. 아바(Aba)는 성인용 기저귀를 갈아주는 로봇인 ‘헬프 패드(Help pad)’를 개발했다. 냄새로 기저귀 상태를 확인, 배설 내용물을 보지 않고 패드를 갈아줄 수 있다. 아크는 불임 치료 클리닉을 운영하는 업체다. 나카이 유키코 대표는 “불임 치료를 통해 환자 인생의 선택지를 늘려 주고 싶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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