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건강학 <270>] 꼭 쓸개 빠진 사람이 돼야 할까, ‘담낭염과 담석’

김범택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2023. 10. 23.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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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셔터스톡

우리 몸의 간은 신진대사의 중심이다. 간의 기능 중 하나는 매일 위스키 한 병 정도(750mL)의 담즙을 만들어 담낭에 모아두었다가 우리가 식사를 하면, 이를 담관을 통해 배설하는 것이다. 이 담즙은 음식에 있는 지방과 지방에 녹는 비타민이나 유기물이 장에서 흡수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래서 비만약 중에는 담즙의 작용을 억제해 지방 흡수를 줄이는 약물도 있고, 소화제에는 담즙 성분이 보강된 이담 소화제가 있다. 담즙은 또한 간에서 만들어진 콜레스테롤이 몸 밖으로 배출되는 경로가 된다. 담즙과 함께 발암물질이나 독성 물질, 약물들이 배출되기도 해 해독 작용에도 관여한다. 담즙은 주로 콜레스테롤, 지방산, 담즙산염 세 가지로 이뤄져 있으며, 대표적인 담즙산 중 하나가 간약이나 피로회소제로 많이 사용되는 우르소데옥시콜산이다. 이 성분이 있는 곰의 쓸개, 웅담은 과거부터 피로회소제로 사용돼 왔다. 담즙 내 이런 물질들의 구성 비율은 정확하게 조절된다. 하지만 이 비율이 변하면, 담즙에 찌꺼기가 생기고 이 찌꺼기가 뭉쳐져서 돌처럼 단단하게 응고된다. 이를 담석이라고 한다. 소·산양·영양(羚羊) 등 반추를 하는 소과 동물의 담낭에 생긴 담석을 우황이라고 한다. 우황은 심신을 빠르게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어 우황청심원의 성분으로 사용되고 있다.

김범택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현 아주대병원 비만클리닉 소장, 현 대한골다공증 학회 부회장

서양에서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질 때 담즙으로 콜레스테롤의 분비도 많아져서 생기는 흰색의 콜레스테롤 담석이 많이 발생한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간디스토마나 세균 때문에 생기는 갈색 담석, 간경변증이나 용혈 황달, 대장 절제술 후 생기는 흑색 담석 등 색소성 담석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식생활이 서구화되고 비만 환자가 증가하면서 콜레스테롤 담석이 더 많아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2010년 10만9669명이었던 국내 담석증 환자는 2021년 24만179명으로 11년 동안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담석은 여성, 노인, 비만한 사람, 전형적인 서양 식단 위주로 식사를 하는 사람, 기생충이 있는 사람, 담석 가족력이 있는 사람 등에게 더 잘 생긴다. 재미있는 것은 하루 1000㎉ 이하의 극단적인 식사 요법이나 체중 감소 수술의 결과로 체중이 지나치게 빠르게 빠질 때도 잘 생긴다.

담석의 가장 흔한 증상은 무증상이다. 미국 성인의 10%는 담석이 있다. 우리나라 건강검진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검진자의 4%가 담석을 가지고 있으나 80%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증상이 없는 담석은 진행성 질환이 동반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치료하지 않고 관찰하는 것이 원칙이다. 증상이 있는 담석 특히, 급성 담낭염이나 췌장염 등으로 한 번 심한 통증이 발생했다면 이는 재발할 확률이 높다. 합병증도 발생할 가능성이 크므로 이 경우 담낭을 제거한다. 일부 환자는 소화불량, 상복부 팽만감 등을 호소하기도 하지만 수술한 환자의 20%는 증상이 없어지지 않는 만큼, 꼭 수술할 필요는 없다.

다음과 같은 경우는 증상이 곧 생길 가능성이 커 수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경구 담낭조영술에서 담낭이 안 보인다면 담낭관이 막혔으므로 곧 담낭염을 겪을 수 있다. 또 직경 3㎝ 이상 거대한 크기 담석이나 담석의 크기가 빠르게 커지는 경우, 석회화된 또는 도자기 모양의 딱딱한 껍질의 담낭이 생긴 경우는 담낭암의 위험이 있으므로 제거해야 한다. 만약 담석이 5㎜ 미만으로 세 개 이내라면 콜레스테롤 담석을 의심할 수 있다. 담낭의 기능이 정상이라면, 경구 담즙산 용해제를 이용해 담석을 녹여 볼 수 있다.

예방을 위해서는 먼저 콜레스테롤이나 포화지방산이 많은 기름진 음식은 피해야 한다. 규칙적인 운동은 좋은 콜레스테롤 생산을 증가시키고, 담즙 배출을 원활하게 한다. 비만한 사람은 체중을 감량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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