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시선] 쌈박질 말고 해루질 할 때

정인홍 2023. 10. 23.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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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당무에 전격 복귀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어려운 민생을 진정 생각한다면 복귀한 이재명 대표가 내일 당장이라도 만나자고 응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쉽다"고 했다.

지금 윤 대통령이 중동 세일즈외교 중인 데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대하는 여권의 자세를 봤을 때 선뜻 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권으로선 일주일에 많으면 1~2차례 재판정을 오가는 이 대표와 대통령의 만남을 상상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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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당무에 전격 복귀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쇄신을 명분으로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다 지난달 18일 병원으로 이송된 지 한달여 만이다. 이 대표의 복귀 첫 일성은 '민생안정'과 '당 통합'에 방점이 찍혔다. 톤은 무겁고 셌다. 이 대표는 특히 정부·여당을 정조준해 '내각 총사퇴' '전면 국정쇄신'을 촉구했다. 이 바람에 전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한 '여야 대표 민생협치 회담' 제안은 보기좋게 걷어차였다. 오히려 여권은 '윤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3자회동'을 역제안받았다.

여당은 즉각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어려운 민생을 진정 생각한다면 복귀한 이재명 대표가 내일 당장이라도 만나자고 응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쉽다"고 했다. 현재로선 대통령실이 이 대표의 3자회동을 수용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지금 윤 대통령이 중동 세일즈외교 중인 데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대하는 여권의 자세를 봤을 때 선뜻 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권으로선 일주일에 많으면 1~2차례 재판정을 오가는 이 대표와 대통령의 만남을 상상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자고로 '조건'이 붙으면 성사가 어렵다. 얼핏 보면 양쪽 다 대화를 원하는 모양새이지만 '부대조건'들을 들여다보면 대화 무산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기 위한 '옵션'으로 보인다. 사실 우리는 그동안 걸핏하면 합의를 깨기 일쑤인 정치권의 민낯을 실컷 봐온 터라 크게 놀랄 일도 아니다.

지금 대내외적 경제상황은 매우 암울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여전히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은 채 장기전 양상을 띠면서 국제 식량·에너지·원자재 시장의 불안정성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확전 양상을 보이며 유가마저 들썩이고 있다. 국내 경제상황도 녹록지 않다. 널뛰는 물가로 서민들은 아우성이다. 급등하는 고금리 여파로 높아진 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자영업자와 기업은 죽을 맛이다. 무엇보다 힘든 건 앞으로 상황이 좋아질 거라는 기약이 없다는 점이다.

말로만 민생을 외친다고 다가 아니다. 여야는 태생적으로 싸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쌈박질만 할 순 없지 않은가. 무릇 정치의 궁극적 목적은 국민 삶을 편안하게 만드는 데 있다. 중요한 건 양보와 타협을 통한 생산적 정치의 구현이다. 우선 손에 쥔 칼자루가 많은 여권이 민심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여당 지도부가 나서서 이 대표가 제안한 3자회동 수용을 용산에 요청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야당도 여권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단서조항'을 떼고 대화 복원을 위한 진정성을 보여달라. 지금은 쌈박질보단 물속에 가라앉은 민생을 걷어올리는 해루질이 필요할 때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정치부장 정책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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