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앞둔 HMM, 글로벌 업황 악화에도 느긋한 이유는
CII 대비 수준에 따른 선사 옥석가리기
HMM, "선박탄소집약도(CII) 제도 99% 달성"
E등급 선박 1년간 운항제한…차라리 폐선?
HMM, 2024년까지 인도 물량 전량 LNG 레디선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국내 1위 컨테이너 선사 HMM(011200)의 매각이 진행 중인 가운데 글로벌 해운업황 악화가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물동량 감소에 선대 공급 확대가 맞물리며 수급 충격도 가해지는 탓이다. 관건은 올해 강화한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배출 규제의 영향으로 모아진다. 친환경 선대 경쟁력 확보에 따른 옥석가리기 양상이 벌어질 경우 HMM이 선두에 있단 분석이다.
본입찰 전 일정 거래기간의 시가의 평균을 반영해 매각 ‘예정가액’을 산정해야 하는 산업은행으로선 차갑게 식고 있는 글로벌 해운업황 악화가 거슬릴 수밖에 없다. 세계적 경기 둔화로 글로벌 물동량 성장이 제한적인 가운데 2020~2022년 호황기 발주한 선박 인도 물량이 내년부터 차례로 인수될 예정이어서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다. 공급악재까지 겹치며 실제 지난해 1월 최고점인 5109포인트(p)를 기록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상당기간 1000포인트 안팎에서 횡보하다 이달 들어 900포인트도 깨졌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9월 현재 선복량(적재가능중량) 대비 수주 잔고는 약 30% 수준에 불과하다. 올해와 내년 선복량은 각각 7%, 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HMM도 내년 상반기 중 1만 3000TEU 컨테이너선 12척이 모두 투입된다.
이에 관건은 올해 시행된 ‘선박탄소집약지수(CII·Carbon Intensity Indicator)’ 제도 여파다. 저탄소·고효율 선박 옥석가리기가 내년부터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IMO는 글로벌 선대 중 약 35%의 선박이 낮은 D~E등급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HMM은 보유 사선 67척 중 1척(1%)이 E등급을 받았고 나머지 88%는 A~C등급을, 12%는 D등급을 받아 상대적으로 CII제도 여파가 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3년 연속 D등급 또는 1년간 E등급을 받은 선박은 C등급에 맞춘 시정계획을 승인받기 전까지 운항이 제한될 수 있다. 또 HMM이 2020~2024년 인도받는 컨테이너선 32척은 모두 LNG 레디선(LNG 추진선으로 개조할 수 있는 선박)이다.
IMO의 2050년 넷제로(순배출량 제로) 협정에 따른 감축 이행 과정에서 앞으로는 친환경 선박만 살아남고 연료 효율이 낮은 노후선의 폐선 속도는 더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선속이 중요한 컨테이너선은 CII제도 여파가 훨씬 직접적이다.
HMM은 재무상태도 우수해 시황 변동성과 설비투자 증대에 대한 대응은 충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해운 화물 호황기였던 2020~2022년 누적 에비타(EBITDA·상각전영업이익)만 20조4000억원에 달해 6월말 기준 회사의 연결기준 현금성자산만 12조5000억원 규모다. 자기자본은 21조4822억원, 부채비율은 24.02%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신조 투자와 친환경 설비 개조 등으로 인한 설비투자가 집행되고 있지만 영업현금흐름이 우수해 잉여현금흐름이 매우 양호한 상태”라며 “중장기 선대확충계획에 따른 투자부담에도 우수한 재무안정성은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HMM은 2027년말까지 컨테이너 선복량을 지난해 말 81만TEU에서 120만TEU로, 벌크선대는 29척에서 55척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른 연평균 투자부담은 1조8000억원으로 추정했다.
김경은 (ocami8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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