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빗도 `수수료 무료`… 가상자산거래소 후발주자들 `치킨게임`

신하연 2023. 10. 23.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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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 따라 '점유율 확보전' 시작
점유율 3위 코인원 부담만 커져
시장 1위 업비트 위협은 미지수
사진 픽사베이 제공.

국내 5대 원화마켓 거래소 중 2개 거래소가 수수료 전면 무료 정책을 시작하면서 시장 판도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1위 사업자가 시장 점유율 80% 가량 독점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분위기 반전을 위한 방안이 될지, 혹은 '치킨게임'에 그칠지는 미지수다.

23일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은 이날부터 가상자산 입금 이벤트를 시작했다. 코드(CODE) 트래블룰 솔루션 가입 거래소에서 보유 중인 가상자산을 100만원 이상 코빗으로 입금한 고객 전원에게 5000원 상당 비트코인을 지급하는 이벤트로, 지난 20일 발표한 거래 수수료 전면 무료 이벤트를 기념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코빗은 앞서 지난해 4월부터 고객의 메이커 주문 체결 시 거래 금액의 0.01%를 고객에게 오히려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지난 18개월간 메이커 체결로 지급된 인센티브 액수는 10억원에 달한다. 메이커 주문은 주문 즉시 체결되지 않고 오더북(거래 장부)에 신규 유동성을 제공하는 주문이다.

거래 혜택을 늘려 고객 점유율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거래 수수료를 포기하는 고육지책을 택한 셈이다.

앞서 2위 사업자 빗썸은 지난 4일부터 모든 가상자산 수수료를 전면 무료화하는 초강수를 뒀다.

당시 공격적인 마케팅에 업계에서도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 바 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수익 구조는 전체 매출액의 90% 이상이 수수료 매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 수수료를 수취하지 않으면 사실상 매출이 '제로'(0)에 가깝다.

우선 거래 수수료 무료화 정책 이후 당장 빗썸의 시장 점유율은 유의미한 수준으로 증가세를 보이는 모양새다.

코인게코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9월 평균 12.3%였던 빗썸의 시장 점유율은 이달 5일부터 22일까지 평균 점유율이 18.8%까지 올랐다. 반대로 9월 평균 점유율이 85.6%였던 업비트의 경우 같은 기간 점유율이 79.2%까지 하락했다.

지난 10일에는 빗썸의 최고 점유율이 30.4%까지 치솟기도 했다. 거래대금 역시 증가 추세다.

이 기간 이 외 사업자의 평균 점유율은 코인원이 1.8%, 코빗 0.1%, 고팍스 0.1%다. 특히 코빗과 고팍스의 경우 9월 평균 점유율 각 0.2%에서 모두 0.1%로 내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3위 사업자인 코인원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현재 빗썸과 코빗의 수수료 무료화 정책에 발맞추지 않으면 자칫 4위 사업자인 코빗에게 점유율을 따라잡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영업실적을 고려하면 쉬운 결정은 아니지만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는 만큼, 당분간 코빗의 점유율 변화 추이를 지켜볼 전망이다.

코인원 관계자는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이와 관련해)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전했다.

다만 이들이 모두 출혈 경쟁에 뛰어들더라도 1위 사업자인 업비트는 참전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나머지 사업자들의 손실만 커질 수 있다.

가상자산 업계 한 관계자는 "이들이 무리하면서까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것은 그만큼 1위 사업자 이하 거래소들의 상황이 어렵다는 방증"이라면서 "다만 1위 사업자를 제외하고 나머지 거래소끼리 치킨게임에 돌입하게 될까봐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커머스 시장에서 치킨게임 후 이탈자가 나온 것처럼, 안 그래도 현재 원화마켓거래소는 5개 사업자밖에 없는 상황에서 플레이어가 줄어들면 결론적으로 투자자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빗썸은 올 2분기 별도기준 매출액 319억원, 영업손실 34억원, 당기순손실은 8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대다수를 차지하는 수수료 매출이 급감한 여파로 영업이익이 91% 감소했다. 빗썸의 올 상반기 누적 수수료 매출은 82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2047억원) 대비 59% 감소했다.

코인원 2대주주(21.95%) 컴투스홀딩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코인원 매출액은 전년동기(224억원) 대비 반토막 난 112억원, 반기순이익은 105% 감소해 8억7780만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코빗 지분을 32.7% 보유한 SK스퀘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코빗은 최근사업연도 당기순손실이 500억원에 달한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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