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군 ‘3개월 단기전’ 뒤 가자 정권교체”…이스라엘의 늪 될라

홍석재 2023. 10. 2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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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에서 전면전을 앞둔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지상군 투입 뒤 최대 3개월 안에 전쟁을 마무리 짓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를 위해 이스라엘군은 현재 하마스의 핵심 거점이 몰려 있는 가자지구 북부 지역에 대규모 공습을 퍼붓고 있다.

20일엔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에 나와 공습(1단계), 지상(2단계), 가자지구에 새 안보 정권 수립(3단계)으로 이어지는 '3단계 계획'을 공개했다.

갈란트 장관은 당시 새 정권 수립으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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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전쟁]하마스 정권 부숴 새 정부 수립 계획
9·11 이후 미국의 전철 밟을라 우려
23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이 남쪽 라파흐 지역의 유엔 운영 학교에서 식재료 구호품을 받으려고 그릇을 내밀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와의 전쟁이 시작된 이래 240만명이 사는 가자지구에 물, 전기, 연료, 식품 공급을 끊으면서 인도적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2023-10-23 AFP 연합뉴스

가자지구에서 전면전을 앞둔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지상군 투입 뒤 최대 3개월 안에 전쟁을 마무리 짓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이 지역을 실효지배하고 있는 하마스를 무너뜨린 뒤 이를 대체하는 새 정권을 만들겠다는 뜻도 드러냈다. 자칫하면 이스라엘이 미국이 9·11 이후 저지른 것과 똑같은 실수를 가자지구에서 되풀이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22일(현지시각) 텔아비브에 자리한 공군사령부에서 “이번 전쟁이 한달, 두달, 혹은 세달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적이 기갑·보병 부대를 만나기 전에 공군의 폭탄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이 보도했다. 갈란트 장관은 또 “(이스라엘)군이 치명적이고, 정확하며, 고도의 방식으로 전쟁을 수행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전투에서 그 점을 증명해왔다”며 독려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이 초기부터 가진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전쟁을 단기전으로 끝내겠다는 각오를 드러낸 것이다.

이를 위해 이스라엘군은 현재 하마스의 핵심 거점이 몰려 있는 가자지구 북부 지역에 대규모 공습을 퍼붓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누리집엔 이 과정에서 하마스의 주요 간부들을 차례로 제거했음을 알리는 보도자료가 쏟아지고 있다. 철저한 공습으로 하마스의 역량을 크게 꺾은 뒤, 기갑부대와 보병부대를 투입해 단숨에 적의 숨통을 끊겠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이런 의도는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의 21일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다음 단계’ 전쟁을 앞둔 지금 가자지구에 진입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며 공습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갈란트 장관은 앞서 하마스 궤멸에 그치지 않고 이를 대체하는 새 정권을 수립하겠다는 뜻도 드러냈다. 20일엔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에 나와 공습(1단계), 지상(2단계), 가자지구에 새 안보 정권 수립(3단계)으로 이어지는 ‘3단계 계획’을 공개했다. 갈란트 장관은 당시 새 정권 수립으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분명하지 않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이 침공하면 가자지구 땅 밑에 총 480㎞, 최대 깊이 40m로 거미줄처럼 깔린 ‘지하 터널 네트워크’를 통해 결사 항전할 것이 분명하다. 이스라엘은 2014년 7~8월에도 대규모 지상군 투입에 나섰다가 이 터널 네트워크로 인해 큰 애를 먹었다. 결국 2014년 7월17일 지상군을 투입하고 20일이 지난 8월5일 이집트의 중재로 ‘72시간 휴전’에 합의하며 군대를 물렸다. 실제 가자지구에서 시가전이 이뤄진 시간은 짧았지만, 전세계에서 맹렬한 반전 여론이 일었다. 이번엔 하마스에 붙잡힌 200명 이상의 다국적 인질의 석방 문제가 남은데다, 여전히 북부에 민간인이 많이 남아 있다.

22일(현지시각)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접경한 베에리 키부츠에서 경계 근무를 서고 있는 모습을 언론에 공개했다. 베에리 키부츠는 지난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당시 100여명이 희생된 곳이다. AFP 연합뉴스
23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남부 칸유니스에서 주민들이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무너진 건물 앞에 모여 있다. 칸유니스/로이터 연합뉴스

정치적 이유도 있다. 가자지구에서 새 정권을 수립하려면, 전투를 끝낸 뒤 상당 기간 ‘점령 통치’를 해야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이스라엘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나 “9·11 이후 미국은 실수를 저질렀다”고 말한 것과 똑같은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이라크에서 그랬듯 가자지구란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할 수 있다.

이스라엘군도 이런 고민 때문인지 아직 본격적 지상군 투입을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다. 다만, 이스라엘군은 23일 가자지구 내에서 지상군이 밤새 제한적인 기습작전을 펼쳤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 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테러리스트 부대를 사살하기 위해 밤사이 탱크와 보병부대를 동원한 기습작전을 펼쳤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지상 작전 실행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침공 연기와 관련해 “이스라엘과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고, 22일에는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 등 서방 6개국 정상이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지지한다”면서도 “민간인 보호 등 인도주의 관련 국제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공동성명을 내놨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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