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 맞는 제도로 건전한 임대시장 만들어야”

정예진 2023. 10. 23.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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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임대업계 경영 악화 심각…“전세사기 고리 끊어달라”

[아이뉴스24 정예진 기자] 전세사기 사태 후폭풍으로 보증 축소, 보험 가입요건 강화 등 관련 정책이 나오면서 임대사업자들의 어려움이 더욱 커지고 있다.

23일 부산광역시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몇 년 동안 문제없이 임대업을 이어오던 부동산 임대업자들의 경영이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손해를 보더라도 임대업을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한탄도 나온다.

전세사기는 전세대출 완화와 임대차 3법으로 인한 전셋값 폭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악덕 임대업자들이 전세대출로 생긴 전셋값 거품으로 얻은 보증금을 또 다른 건물을 매입하는 형식으로 100~200채의 건물을 소유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로고. [사진=주택도시보증공사]

하지만 현재의 정책은 정상적인 영업을 이어오던 임대업자까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특히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세입자에게 돌아가 또 다른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정상적인 영업을 하는 임대인의 경우 은행 대출을 제외하고 소유 건물 전체 감정가의 약 20% 이상의 자본금을 보유하고 있다.

전세 계약이 만료될 경우 자본금으로 보증금을 반환하고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곤 한다. 하지만 최근 ‘전세불안’ 상황으로 계약을 해지하는 임차인이 늘면서 자본금 내에서 해결할 수 없는 사태까지 도달했다.

특히 정부가 최근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 전세보증보험 한도를 축소한데다 전세보증보험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도 대폭 내리면서 임대시장의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임차인 경우 전세보증보험 한도를 초과하는 전세보증금을 내고 입주하려 하지 않아 결국에는 보증금을 낮춰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부산에서 26채의 건물(총 1309세대)을 소유하고 있는 전창관 제이엘컴퍼니 대표는 “전세사기 여파에 따라 임차인들의 전세계약 해지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사실상 전세보증금 인하를 강요하는 정책들은 오히려 보증금 미반환 사태를 키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9년 설립된 제이엘컴퍼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임차인에게 관리비 50%를 인하해 주고, 지역사회에 장학금을 기부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 활동을 이어왔다.

하지만 금리 인상, 역전세 등으로 인해 상황이 어려워지자 일부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전 대표의 경우 건물 임차인들은 주택도시보증공사 전세보증보험으로 전세금을 돌려받았지만 본인의 사업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전 대표는 신규 보증보험 가입 거절도 하나의 이유라고 호소했다.

보증보험을 가입할 수 있는 건물은 최고채권액과 보증금을 합한 금액이 감정가보다 낮은 건물으로 일반적으로 부동산 중개업계에서는 ‘안전한 건물’로 취급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규정에 따르면 보증사고 이력이 있는 임대인은 보증금지 대상자로 지정하고 신규 보험가입 역시 거절하고 있다.

실제 전 대표 소유의 모든 건물은 보증금지 대상자로 지정돼 신규 보증보험 가입까지 모두 거절되고 있다.

전 대표는 “사고가 발생한 건물에 대한 신규 가입 거절은 이해할 수 있지만 문제가 없는 건물까지 보증보험 가입이 거절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건물 당 보증보험을 가입해놓고 보증사고로 인한 책임은 모든 건물에 물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이어 “문제가 없는 건물에 임차인을 받아야 자본이 생기고 미반환 보증금에 대해서도 해결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전 대표는 두 달가량 신규 임차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공실률은 3%에서 7%로 급증했고, 경영 악순환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전 대표는 “아직까지는 월세 세입자들로부터 받는 수익으로 보증금을 반환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신규 세입자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 상황은 급격하게 어려워질 것”이라며 “소유하고 있는 모든 건물은 보증보험을 받을 수 있는 건물들이다. 임대인이 아닌 개별의 건물을 기준으로 보증가입을 받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음 같아서는 일부 건물을 매각해 문제를 해결하고 싶지만 보유기간이 10년이 되지 않아 말소하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공기관에서 영업까지 못하게 하니 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산에서는 전 대표 외에도 300~900세대를 소유하고 있는 임대업자들이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 모두 전세사기의 고리를 끊고 건전한 임대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현실에 맞게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900세대를 소유하고 있는 임대업자 A씨는 “정부에서는 현실에 맞지 않는 정책을 내놓고, 업무를 담당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 등 관련기관에서는 그저 매뉴얼에 따라 업무를 처리한다고만 한다”면서 “만약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임대업자들이 연쇄적으로 줄도산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임대업자 B씨는 “규모가 있는 임대업의 경우 하루에도 계약해지 건수가 많다. 이 때문에 보증사고가 생길 수도 있다”며 “하지만 새로운 계약 건수도 많아 금방 복구할 수 있는데,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이를 막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취재진은 HUG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임대업자들의 경영 악화는 심각해지지만 이에 대한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이들의 고충은 늘어갈 것으로 보인다.

/부산=정예진 기자(yejin0311@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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