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희토류기업 중국인 직원 체포···폭스콘 세무조사 돌입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2023. 10. 23.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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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외국기업에 반간첩법 적용
美·日 등 갈등 국가 주요 타깃
통제강화 희토류 취급 인물 겨냥
궈타이밍 폭스콘 창업자 압박
대만총통 출마 저지에 나선 듯
외국 컨설팅 기업 직원도 체포
중국 구이저우성 구이양에 있는 폭스콘 공장 앞을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중국은 대만 총통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궈타이밍이 창업한 폭스콘에 대해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EPA연합뉴스
[서울경제]

반간첩법을 강화한 중국 당국이 외국계 기업을 대상으로 한 수사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은 경제 회복을 위해 대외 개방과 외자 기업의 투자 유치를 강조하면서도 경제 안보를 내걸고 외국계 기업 단속을 강화하는 양면성을 드러내는 중이다. 특히 미국·일본·대만 등 중국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국가의 기업들이 주요 타깃이 되면서 해당 국가 기업들의 우려도 커졌다. 안보 리스크가 커지면서 외국 기업들의 투자심리도 급속하게 얼어붙는 양상이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일본 무역 업체에서 희토류 등 희귀금속을 담당하던 중국인 직원 한 명과 이 업체와 거래 관계에 있던 것으로 보이는 중국 국유기업의 중국인 직원 한 명을 각각 올 3월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혐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중국이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희토류 관련 정보가 체포의 주된 이유가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두 사람 모두 희귀금속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지난해 말부터 반간첩법 개정에 나서 외국계 기업을 대상으로 경제 안보를 내걸고 정보 유출이나 간첩 활동 등에 따른 경계를 강화했다. 올해 3월 일본 제약사 현지 법인의 일본인 간부가 체포됐다가 최근 정식 구속됐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2014년 이후 중국에서 반간첩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일본인은 16명이다. 5명은 구속 전 풀려났고 나머지는 구속·기소돼 9명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일본뿐만이 아니다. 중국 공안은 21일 웨이보 공식 계정을 통해 영국계 글로벌 광고 회사 WPP그룹 계열사의 상하이사무소를 급습해 전·현직 임직원 3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공안은 이들이 2019년부터 올해 2월까지 직무상 편의를 이용해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올 3월에는 미국 민츠그룹 베이징 사무소를 기습 단속해 직원 5명을 체포했고 사무실을 폐쇄했다. 4월에는 미국 컨설팅 업체 베인앤드컴퍼니의 상하이 사무소, 5월에는 미국 캡비전의 중국 사무소를 각각 조사하기도 했다.

비슷한 사례가 잇따르자 외국 기업들의 투자심리는 급속하게 얼어붙고 있다. 글로벌 대형 로펌 덴튼스가 중국 본토 사업을 분리하기로 하는 등 중국 사업을 재검토하거나 축소·이탈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이 진행한 ‘회원 기업 대상 사업 환경 조사’에 따르면 ‘올해 중국 투자를 하지 않는다’와 ‘지난해보다 투자를 줄인다’고 응답한 기업이 50%에 육박했다. 경기 회복 지연 등이 주된 원인이지만 ‘현지에서의 안전 확보가 사업 전개의 기초가 돼야 한다’는 점을 업체들이 강조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상하이에 진출한 미국 기업의 40%도 올 9월 진행된 조사에서 “대(對)중국 투자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조사보다 6%포인트 높은 수치다.

중국 통계에서도 이 같은 흐름은 두드러진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이 집계한 통계에서 외국 기업이 올 4~6월 중국에서 공장 건설 등에 투자한 직접투자 금액은 67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2% 줄었다. 2000년 1~3월(약 66억 달러)에 이어 분기 기준 두 번째로 작은 규모다. 중국 경기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사업 축소와 철수도 늘었다. 제조업 등 공업 분야의 7월 말 기준 외국 기업 수는 전년 동월 대비 0.4% 줄어 2004년 11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 같은 상황에 중국이 대만의 주력 기업인 폭스콘을 대상으로 세무·토지조사에 나선 것도 주목받고 있다.

이날 자유시보 등에 따르면 폭스콘을 향한 중국 당국의 칼날이 내년 1월 치러지는 대만 총통 선거에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궈타이밍과 연관 있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미국 애플의 최대 협력 업체인 폭스콘은 허난성 정저우 공장에서 애플 아이폰의 80% 이상을 생산한다. 궈타이밍은 이런 폭스콘의 창업자이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궈타이밍이 제1야당인 국민당과 비슷한 정치적 입장을 보이고 있어 야권의 분열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야권 표가 분산되면 집권당인 민주진보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유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궈타이밍은 다음 달 초까지 유권자의 1.5%인 29만 명의 서명을 받으면 공식적으로 무소속 출마가 가능하다. 자유시보는 중국 당국이 폭스콘을 때려 궈타이밍의 출마를 사전에 막으려 한다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글로벌타임스는 “섬 내(대만)에서는 폭스콘이 조사를 받는 이유가 궈타이밍의 대선 출마 때문이라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중국 본토 전문가들은 어느 기업이든 세무조사를 받는 만큼 이번 조사는 정상적이고 합법적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bright@sedaily.com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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