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원 칼럼] 한동훈의 비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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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변화를 국민이 믿게 하려면,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책임을 묻는 것만 한 방법이 없다.
한 장관의 말싸움은 그를 "조각 같다"고 보는 이들에게 통쾌함을 줄 뿐, '국민의 대표에게도 저렇게 오만한데 국민은 어떻게 여길까'를 걱정하는 이들에겐 강한 반감을 불러일으킨다.
대통령의 심기가 불편할 것을 감수하고라도 쓴소리를 해서 변화를 이끌어내는 막중한 임무가 한 장관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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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실패 책임 미루고 수사편향은 방치
야당과 싸우지 말고 대통령에 직언해야
정권의 성공 위해 헌신할 용기 없나
여권의 변화를 국민이 믿게 하려면,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책임을 묻는 것만 한 방법이 없다. 최측근을 내치는 쇼를 하라는 말이 아니다. 인사문제가 윤석열 정권을 흔든 심각한 과오임을 인정하고 검증 실패에 책임을 지라는 뜻이다. 한 장관이 가속화하고 있는 ‘검찰 정권’에 제동을 걸라는 의미다.
인사검증을 떠맡은 법무부에 우려가 제기됐던 지난해 5월, 한 장관은 기자들에게 “과거 정치권력의 내밀한 비밀 업무가 감시받는 통상 업무로 전환되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했었다. 이 ‘진전된’ 검증 시스템의 커다란 구멍을 보라. 낙마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재산신고 누락도, 사퇴한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주식 파킹 의혹도 포착하지 못했다. 언론에 보도되고 소송까지 간 정순신 전 국가수사본부장의 자녀 학교폭력도 걸러내지 못했다. 조각 때부터 자녀 특혜 편입 논란(정호영), 정치자금법 위반(김승희), ‘방석집 논문 심사’(김인철), 만취 운전(박순애) 등 인사 논란이 셀 수 없었는데 법무부가 맡은 뒤에도 ‘도대체 뭘 검증한 거냐’는 말이 나온다.
정권의 성공이 달린 중차대한 업무에 한 장관은 너무 무능하다. 검증 실패가 반복되는데도 속수무책이다.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기계적으로 검증한 자료를 넘긴다”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판단하는 구조”라며 대통령실에 책임을 떠넘겼을 뿐이다.
윤심(尹心)을 받들어 검증을 방기한 것이라면 그는 비겁하다. “성공한 사람들을 주요 보직에 쓸 때는 대개 비슷한 문제가 나오게 돼 있다”고 말한 대목에서 실제로 검증 의지가 의심스럽다. 인사가 윤 정권의 아킬레스건이 돼버렸는데도 대통령에게 직언하거나 책임지는 대신 ‘심기 거스르지 않는 측근’으로 남겠다는 생각은 얼마나 비겁한가.
살아 있는 권력 수사는 손도 못 대고 야권 수사에만 집중하는 검찰의 편향은 현 정권의 또 다른 치명적 문제인데, 이를 악화시키는 것도 한 장관이다. “대규모 비리의 정점” “잡범” “뇌물범죄 비호” 등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유죄를 단정하고 비하하는 발언이 여러 차례였다. 구체적 수사 언급에 거침이 없는 이례적인 법무부 장관을 보며 시민들은 ‘검찰 정권’을 실감한다.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는 감감무소식인데도 한 장관은 “법과 원칙”이라니 이런 선택적 대응이 수사 불신을 자초한다.
한 장관은 지난 1년여간 야당 의원들에게 비아냥대고 무안을 줘서 말로 이기려 한 국무위원으로 각인됐다. ‘제2의 한동훈이 되어 질의 의원들을 곤란하게 하겠다’(이재환 한국관광공사 부사장)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것이 정치적 자산이 될 수는 없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칼날 같은 국회 답변으로 인기를 얻은 전례가 있지만, 그는 의원들에게 무례한 적이 없었다. 한 장관의 말싸움은 그를 “조각 같다”고 보는 이들에게 통쾌함을 줄 뿐, ‘국민의 대표에게도 저렇게 오만한데 국민은 어떻게 여길까’를 걱정하는 이들에겐 강한 반감을 불러일으킨다.
대통령과 한배를 탄 최측근 실세 장관이라면 총애받는 측근 역할만 하겠다는 선택은 너무 비겁하지 않은가. 대통령의 심기가 불편할 것을 감수하고라도 쓴소리를 해서 변화를 이끌어내는 막중한 임무가 한 장관에게 있다. 보다 철저히 인사검증을 하고, 김 여사 관련 수사도 해야 한다고 직언하는 게 그의 몫이다. 그렇게 해서 정권의 성공에 기여하는 어려운 길을 걸어야 마땅하다. 그때 비로소 자기 자산을 쌓게 될 것이다. 한 장관에게 정치적 꿈이 있다면 이 어려운 길을 걸을 용기가 필요하다.
김희원 뉴스스탠다드실장 h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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