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빚 내서라도 합병 관철할 것”…셀트리온 통합 3대 쟁점
셀트리온 분식회계 논란 종식
주가 떨어진 지금이 적기
복잡한 사업 구조 단순화
대규모 투자 M&A 가능해져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23일 오전 인천 송도에서 각각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두 회사 합병 안건을 통과시켰다. 시장에서는 합병 자체는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반대 주주들의 주식 매수 청구권에 대한 우려가 컸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에 자신의 주식을 되살 것을 청구하는 권리다. 셀트리온그룹은 매수 한도를 1조원으로 설정했다. 얼마 전 열린 주주 간담회에서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은 “반대매수 청구가 1조원이 넘는다면 전체 주주들의 뜻이 합병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라며 합병 무산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날 서 명예회장은 임시주총을 앞두고 “반대매수 청구가 1조원 이상이 나와도 무조건 관철시키겠다. 빚을 내서라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셀트리온 계열사 합병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이 모두 합병에 성공하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개발하는 셀트리온과 이를 판매유통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 전통의약품을 개발하는 셀트리온제약을 통합한 종합제약회사가 된다.
셀트리온은 3사 합병의 표면적 목적을 ‘글로벌 신약 개발사로 도약하기 위한 시장 경쟁력’ 확보라고 밝히고 있다. 현재는 개발은 셀트리온이, 국내 판매는 셀트리온제약이, 해외판매는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맡고 있어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따라서 한 회사로 통합되면 훨씬 효율적 대응이 가능할 것이란 주장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서 명예회장이 홀딩스를 통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 등을 지배하며 사업을 잘 꾸려왔기 때문에, 이것이 합병의 주 목적은 아니라는 게 업계 대체적 견해다. 업계는 셀트리온 계열사 3사 합병이 서 회장의 승계를 앞두고 불확실성을 제거하려는 차원으로 보고 있다.
셀트리온은 대주주인 서 명예회장을 정점으로 그룹 관계를 형성하고 내부 거래를 이어온 탓에 회사 간 거래와 관련한 분식회계 논란이 끊임없이 따라 다녔다. 논란은 지난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그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분식 회계 의혹을 제기한 게 발단이다.
이 의원은 셀트리온그룹의 의약품 독점 판매권을 가진 셀트리온헬스케어가 2018년 6월 국내 판매권을 셀트리온에 218억원에 팔고 이를 매출로 잡은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분 관계가 없지만, 둘 다 서정진 회장이 지배하는 계열사다. 그런데 셀트리온 헬스케어가 ‘영업외 이익’을 영업 이익에 반영해 영업손실을 피했다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 헬스케어는 금융당국의 감리를 받게 됐다. 그런데 감리 과정에서 더 큰 문제가 불거졌다. 셀트리온 헬스케어는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구매해 해외에 재판매하는 구조다. 국내 자본시장법에 따라 지배와 종속 관계의 계열사들의 내부 거래는 연결 회계 처리에선 매출과 이익으로 반영할 수 없다. 셀트리온이 같은 식구끼리 제품을 사주는 것이 허위 매출, 분식회계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감독원은 사실상 같은 그룹(기업집단) 안에 있는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거래를 셀트리온 매출로 반영하는 게 회계 기준에 적합한지 따져 물었다. 서 회장은 이런 과정이 분식회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사업 초창기에 셀트리온이 개발한 바이오시밀러를 해외에 판매할 파트너사를 물색했는데, 모두 거절당해서 직접 새운 것이 셀트리온헬스케어라는 것이 서 회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2019년 셀트리온 3사로 범위를 넓혀 전방위 감리를 진행했다. 서 회장은 2020년 1월 미국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기자들에게 3사 합병 추진 계획을 밝혔다. 그해 9월 자신이 보유한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지분율 35.54%)을 현물 출자해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를 세웠고, 경영 일선에서도 물러났다.
금융당국의 회계 감리 작업으로 합병 작업은 미뤄졌다. 작년 금감원은 셀트리온이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했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분식회계에 고의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합병 작업이 재개됐다. 검찰 고발 등 중징계도 없었고, 거래정지 위기도 모면했다. 서 회장은 올해 3월 경영에 복귀하면서 계열사 합병 계획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을 서 회장의 경영 승계 작업을 준비하는 과정의 하나라고 본다. 합병이 성사되면 일감 몰아주기로 인한 과징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서 회장은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환급 소송에서 패소해 매년 70억~100억원가량을 세금으로 내고 있다.
복잡한 사업 구조에서 오는 혼란과 오해도 해결할 수 있다. 합병이 성사되면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해외 판매 마진이 셀트리온의 영업이익으로 흡수된다. 서 회장의 지분율(35.7%)이 높은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거래로 셀트리온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논란을 종식할 수 있다.
두 회사의 자본금을 합치면 자금력이 좋아져서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등 공격적인 경영 활동도 가능하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을 바이오시밀러 회사에서 신약 개발사로 탈바꿈하겠다고도 선언했다.
셀트리온 3사의 주가가 떨어진 것도 호재다. 3년 전만 해도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은 셀트리온보다 주가수익비율(PER) 등 밸류에이션이 높아서 합병을 추진하면 셀트리온 주주들이 불리해서 반대표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서 회장도 과거 기자간담회에서 “주주들이 원한다면 언제든 합병할 생각이 있다”며 “하지만 합병하려면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 주식을 되사줘야 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돈이 많이 드는 작업이라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12월 16만 7000원이 넘었던 셀트리온 헬스케어의 주가는 이날 6만2600원으로 60% 넘게 떨어진 상태다. 셀트리온의 주가는 같은 기간 37만4000원에서 14만600원으로 급락했다.
유통·판매 구조를 간소화해 거래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고,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셀트리온은 중간 거래 절차를 없애면 현재 70% 수준인 매출원가율을 약 40%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셀트리온그룹 3사 합병이 이뤄지면 통합 회사 매출이 기존 3사의 단순 매출 및 실적 합산보다 줄어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셀트리온은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1단계 합병을 연내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다. 이날 주주총회를 마친 후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은 내달 13일까지, 합병 기일은 12월 28일이다. 셀트리온은 1단계 합병이 완료된 후 6개월 내 국내 유통을 담당하는 셀트리온제약까지 2단계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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