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경영 물러났다지만…수사당국은 "영향력 여전" 판단
조단위 인수전 의사결정때
김범수 개입여부 추궁할듯
스타트업 성공방정식 기로
'100인의 CEO' 수정 불가피
카카오, 사법리스크 대응
그룹협의체서 대책 마련
올 영업이익률 5.7% 전망
52주 신저가 국민株 굴욕
◆ 위기의 카카오 ◆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로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에 대한 조사가 본격 시작되면서 '카카오 성공 방정식'이 기로에 섰다. 현재 김 센터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이지만, 수사당국은 카카오에 대한 김 센터장의 영향력이 여전하다고 보고 사실상 이번 SM엔터 사태와 관련된 법리적 책임 소재를 집중 추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M엔터 인수 작업이 조 단위 거래(지분 39.9% 인수, 1조4000억원)이다 보니 의사 결정 과정에서 김 센터장 의중이 반영됐다는 판단이다.
금융감독원은 카카오 수사에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수사 속도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지난 19일 김 센터장에 대해 23일 오전 출석을 통보했다. 빠듯한 일정이었지만 사태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금감원은 23일 김 센터장을 취재진 포토라인에 세웠다. 수사, 재판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수사당국이 김 센터장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가 만든 '성공 신화'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만큼 이제는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카카오의 급격한 성장에 대한 부작용이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실정이다. 업계에선 소위 '카카오 성공 방정식'이 지금 같은 회사 위기 상황에 직면했을 때는 오히려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일례로 카카오 비전인 '100인의 최고경영자(CEO)를 양성한다'는 전략은 그동안 카카오가 정보기술(IT)을 넘어 금융, 엔터테인먼트, 커머스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무분별한 사업 확장과 중복 사업이 혼재하면서 사업적으로 교통정리가 되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다.
카카오 내부 한 인사는 "조직 간 겹치는 사업이 비일비재하고 추진했다가 중도 포기하는 식의 비효율적인 사업 관리 행태가 만연해 내부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라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고 전했다. 자율성이 높은 카카오만의 문화가 단지 카카오라는 브랜드로만 묶이는 산발적인 사업으로 인해 각개전투 양상이 두드러지는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변질됐다는 얘기다.
도마에 오른 것은 내부 통제보다는 성장에 방점을 둔 경영 기조도 한몫하고 있다. 그동안 카카오는 택시 호출 사업 등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꾸준히 정부 정책과 잦은 충돌을 빚어 왔다.
보상 체계 역시 주요 임원에 대한 성과 보상에 집중한 나머지 이들 경영진 사이에서 빚어진 일련의 '스톡옵션 먹튀 사건(계열사 상장 직후 주식 대량 매도)'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했다는 시장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카카오의 고질적인 최대 약점으로 거론되고 있는 '부실한 리스크 관리 체계' 역시 회사 신뢰도가 추락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으로 거론된다. 일례로 2021년 경영진 먹튀 논란을 야기했던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가 지난해 비상근 고문으로 위촉된 것이나,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구조조정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 5월 사퇴했던 백상엽 전 대표 역시 이 회사에서 보수를 받는 고문으로 영전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상황에 대해 카카오 노조(크루유니언)는 "경영진은 스톡옵션 잔치를 벌이고, 회사가 겪는 고통은 전적으로 직원들이 지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 카카오 노조를 주축으로 피켓 시위를 비롯한 단체 움직임이 이어진 것도 카카오 주요 공동체의 대표 선임과 교체 과정에서 보여준 카카오식 경영·인사 관리 시스템에 의문이 커져간 것이 결정적이었다. 궁극적으로 카카오 안팎에선 이 회사의 '컨트롤타워 부재'가 근본 원인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고려해 카카오는 현재 그룹 중심 역할을 맡고 있는 CA협의체(옛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에 무게 추를 두고 대비책 마련에 한창이다. 사업적으로는 홍은택 카카오 대표를 중심으로 공백을 최소화하고, 그룹 차원의 경영 관리는 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재단 이사장 겸 베어베터 공동대표가 중심이 돼 회사가 겪고 있는 '사법 리스크'를 헤쳐 나가겠다는 복안이다.
한편 한때 '국민주'였던 카카오 주가는 굴욕을 면치 못하고 있다. 23일 카카오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1100원(2.82%) 내린 3만7950원으로, 52주 신저가 기록(기존 3만8850원)을 새로 세웠다. 2021년 주식 투자 열풍을 타고 주가가 16만원대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이제는 반의 반 토막이 난 셈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카카오 영업이익률 전망치는 5.7%다. 2020년 카카오 영업이익률은 11%에 달했는데 2021년 9.7%, 2022년 8.2%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카카오는 차세대 기술력이나 새로운 서비스 창출에서 뚜렷한 경쟁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쪼개기 상장, 기술 탈취, 도덕적 해이 같은 각종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SM엔터 시세조종 의혹까지 악재로 겹친 것이다.
[고민서 기자 / 명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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