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소유’에서 ‘민간 소유’로 YTN 대주주 변화…“기득권에 유리한 언론 지형 될 것”
언론계 전체 ‘공적 기능 축소’ 우려
유진그룹이 한전의 자회사 한전KDN과 한국마사회가 가진 보도전문채널 YTN의 지분 1300만주(30.95%)를 인수할 최종 후보로 23일 낙점됐다. YTN은 상장된 민간 회사지만 공기업이 지배주주여서 그간 ‘공영 언론’으로 분류됐다. 유진그룹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까지 통과하면 YTN은 완전히 ‘민영화’된다. 전문가들은 YTN 뿐 아니라 언론계 전체의 ‘공적 기능 축소’를 우려했다.
한전KDN과 마사회 이사회가 지분 매각을 최종 의결하면, 낙찰자와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방송법에 따라 지분 취득 계약 체결 30일 이내에 방통위에 변경승인 신청을 해야하고, 방통위는 신청을 받은 이후 60일 이내 결과를 신청인에게 통보해야 한다. 통상 절차가 완료되는데 2~3개월이 걸린다.
방송법은 방통위가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을 할 때 ‘방송의 공적 책임·공정성 및 공익성의 실현 가능성’, ‘사회적 신용 및 재정적 능력’, ‘시청자의 권익 보호’ 등을 따지도록 규정한다. 방통위는 변경 승인 신청이 들어오면 기본계획을 만들고, 전문가로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심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YTN은 현재 지상파 방송사인 YTN라디오(37.08%), DMB(28.52%)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어 지상파 방송사 소유 규제 위반 여부도 검토해야 한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23일 설명자료를 내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 심사를 관련 법령에 따라 엄격하고 투명하고 신속하게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1월 한전KDN(21.43%)과 마사회(9.52%) 등이 보유한 YTN 지분을 모두 매각하는 내용의 ‘공공기관 자산 효율화 계획’을 승인했다. 한전KDN과 한국마사회는 같은 해 11~12월 이사회를 열어 지분매각 안건을 의결했다.
두 공기업의 지분 매각 주관사는 삼일회계법인이다. 마사회는 매각 주관사로 나서는 곳이 없자 지난 5월 한전KDN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에 지분 매각 작업을 맡겼다. 지난 20일 마감된 입찰에는 유진그룹과 함께 한세실업, 글로벌피스재단이 참여헸다.
언론 전문가들은 민간기업인 유진그룹이 최대 주주가 되면 YTN의 ‘공공 기능’이 무력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전KDN과 마사회는 외환위기 시절인 1997년 경영난을 겪던 YTN의 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받았다. 한전 KDN과 마사회 모두 정부가 지분을 가진 공기업이라 YTN에 ‘정부 입김’이 닿는 것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했지만 경영 참여 자체는 제한해왔다.
유진그룹이 경영에 참여하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YTN을) 정부가 ‘장악’하지 않더라도 사기업의 손에 넘어가면 정부와 우호적 관계를 맺으려고 할 것”이라며 “사기업으로 넘어가면 감시 기능이 약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큰 틀에서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유리한 언론 지형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사의 ‘시장 경쟁 압박’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견해도 나왔다.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는 “언론의 ‘사회적 책무’를 수행하는 언론사의 비율이 낮아지면서 ‘기사답지 못한 기사’를 생산하는 주류 언론도 늘고 있다”라며 “공적 언론이 어느 정도 버티고 있었지만, YTN이 사라지면 다른 공적 성격이 강한 언론사에도 시장 압박이 더 강해지고, 언론 시장에 폐해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YTN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보도전문채널은 일반 기업처럼 비용 절감과 수익 극대화를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거나 적당한 가격에 인수한 뒤 비싸게 팔아 수익을 남길 수 있는 성격의 회사가 아니고, 공공성이 가장 중요한 지향점”이라며 “방통위 승인 과정에서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특정 정치 세력에 유리한 여론 환경을 조성하려 한다는 등 정치적 배경을 둘러싼 의혹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유진그룹 계열사 유진기업은 수많은 부당노동행위를 일삼았고, 지난 2월에는 노조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대해 언론사에 기사 삭제, 작성 중지를 요청하는 등 언론 활동을 저지한 것도 드러났다”라며 “이런 노동관, 언론관을 가진 기업이 공익적 보도전문채널을 인수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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