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노·사 임단협 난항 겪어
중노위, 노사 합의로 임단협 교섭 조정기간 10월30일까지 10일 연장
노조 28일 오전 6시부터 29일 오후 8시까지 쟁의행위 찬반 투표 공고
국가 기간산업 특성상 파업 현실화 시 전·후방 연관산업 및 국가경제 악영향 우려
포스코 노·사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포스코는 노사간 합의에 따라 중앙노동위원회 노동쟁의 조정기간을 오는 30일까지 연장했다고 23일 밝혔다.
당초 조정결과는 20일쯤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번 노사 합의에 따라 조정기간을 10일 연장한 것이다. 포스코 노사는 올해 5월 노사간 상견례를 시작으로 24차례 임단협 교섭을 진행했으나, 포스코노동조합은 지난 10월 5일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조정을 신청했다.
하지만 노조는 오는 28일 오전 6시부터 29일 오후 8시까지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에 대한 찬반 투표를 공고했다. 조정연장을 통해 노사간 협의를 이어가기로 합의했음에도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동시에 진행하는 다소 이례적인 상황이다.
회사 측은 올해 임단협 교섭을 진행하면서 수 차례 회사안을 추가 제시했다.
지난 10월 5일 진행된 교섭에서 기본임금 인상 16만2000원(베이스 업 9만2000원 포함), 일시금 600만원(주식 400만원, 현금 150만원, 지역사랑상품권 50만원) 등을 최종안으로 제시했다.
회사 측 제시안에 따르면 직원 1인당 수혜 금액은 1260만원이며, 이는 지난해 임금교섭 결과의 1.5배를 초과하는 수치다.
포스코 관계자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50% 이상 급감하는 어려운 여건이지만, 현장에서 묵묵히 고생하는 직원들을 위해 최선의 안을 냈으며, 이는 최근 10년 내 최고 수준의 제시안"이라며 "세대별 니즈를 고려한 복리후생제도 개선 뿐만 아니라 경영성과금 제도 개선 등을 위한 노사합동 TF 구성도 제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회사 측 제시안이 노조 요구안에 비해 미흡하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은 △베이스 업 13.1% △조합원 대상 자사주 100주 지급 △목표달성 성과급 200% 신설 △조합원 문화행사비 20억원 지원 등 총 86건을 회사에 요구했다.
노조 측의 요구안을 회사가 모두 수용할 경우 추가로 소요되는 비용은 약 1조6000억원이다. 이는 직원 1인당 약 9500만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포스코는 영업이익 흑자 시 성과금 800%(직원 인당 약 2500만원)를 별도로 매년 안정적으로 지급하고 있는 만큼 연봉 수준은 동종업계 최고 수준(2022년 공시 기준 인당 1억800만원)을 유지하고 있다.
포스코는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기반으로 지난 13년간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로 평가받아 왔다.
포스코는 지난 55년간 노사가 힘을 합쳐 기술력을 높이고 세계 시장을 개척해 글로벌 철강사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러한 포스코의 경쟁력 유지의 중요성은 포스코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 기간산업인 포스코가 파업으로 인해 멈춘다면, 포스코 직원 뿐만 아니라 수 만명에 달하는 협력사, 공급사, 고객사 직원과 가족들이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
자동차·조선·건설 등 전·후방 연관 산업 및 국가경제에도 악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포스코의 현 상황에 대해 포스코 광양지역 협력사협회는 지난 11일, 포항지역 협력사협회가 12일에 각각 성명서를 발표하며 "포스코노조의 단체행동으로 협력사 직원 생존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며 자제해 달라"고 촉구했다.
포스코는 2018년 기업시민 경영이념 선포 이후 협력사 직원들의 근무여건 및 처우 개선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하고, 원·하청간 격차 해소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오고 있다.
포스코 우수 공급사(PHP, POSCO Honored Partner) 협의회도 지난 18일 '포스코노조는 인근 산단의 중소기업을 외면말라'는 성명서를 통해 지역 중소기업들로 구성된 2000여개의 공급사 임직원들의 생존권을 위해 원만한 협상을 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포스코노조가 파업을 강행할 경우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근로의욕을 꺾고 상대적 박탈감을 주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서플라이체인 전체의 생존권에 지대한 영향을 주게 될 파업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하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국내 고객이 1000여 개사이지만, 해외 고객도 2400여 개사에 이른다.
만일 파업으로 공급차질이 발생해 해외 고객사가 이탈한다면 수출을 통해 생존이 유지되는 글로벌 철강사로서 타격이 불가피하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일본, 중국 등 철강 경쟁사들만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한번 떠난 고객사는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며 "지난해 태풍 힌남노 수해복구 기간에도 고객사 이탈로 시장 점유율이 하락했고,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데 6개월 이상이 소요됐다"고 파업으로 인한 영업 차질에 우려를 표했다.
포스코는 남은 조정절차를 성실하게 진행하고 원만하게 임단협 교섭이 타결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다. 특히 어떠한 경우라도 안정적으로 조업이 유지되도록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포항=이영균 기자 lyg02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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