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그룹, YTN 품었다 … 3200억에 최종 낙찰

오대석 기자(ods1@mk.co.kr), 홍혜진 기자(honghong@mk.co.kr), 김대기 기자(daekey1@mk.co.kr) 2023. 10. 23. 17: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분율 30.95% 최대주주로
방통위 승인 등에 2~3개월
유진, 레미콘 등 50여개 계열사
한때 종합유선 방송사업 경험
17년만에 미디어 사업 재진출

유진그룹이 한전KDN과 한국마사회가 보유한 보도 전문 채널 YTN의 지분 30.95%를 낙찰받았다. 매각 측과 계약 체결,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 심사 등을 고려하면 지분 취득까지 2~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이날 YTN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 주재로 서울 중구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서 진행된 개찰에서 유진그룹은 최고 낙찰가인 약 3200억원을 써내 한전KDN과 한국마사회 보유 지분 낙찰자로 선정됐다.

한전KDN과 한국마사회 등 YTN 매각 측과 주간사 삼일회계법인은 이날 오후 입찰 서류 제출 마감 후 오후 4시께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서 개찰을 진행했다. 이번 인수전은 입찰 참가 신청 마감인 지난 20일까지 유진그룹, 한세실업, 글로벌피스재단 등 3곳이 신청서를 제출해 3파전 양상으로 펼쳐졌다. 글로벌피스재단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창시자인 고(故) 문선명 총재의 3남인 문현진 이사장이 이끌고 있다.

매각 측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유진그룹과 한세실업이 글로벌피스재단 측보다 높은 수준의 가격을 적어내 경합한 결과 좀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유진그룹이 선정됐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8일 한전KDN과 한국마사회는 YTN 지분을 공동 매각하기 위해 사전 공고를 냈다. 한전KDN과 한국마사회는 YTN 지분을 각각 21.43%, 9.52% 보유하고 있다. 당시 두 회사는 보유 지분을 합쳐 총 1300만주(30.95%)를 통매각하기로 하고, 이날 개찰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매각은 최고 가격을 제시한 자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최고가 입찰 방식으로 진행됐다. 유진그룹 측에서 제시한 3200억원은 단순 지분가치뿐 아니라 YTN이 보유한 자산가치와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 상장사인 YTN의 시가총액은 최근까지 4000억원에 육박했다. 그러나 YTN 주가는 지난 20일 전일 대비 15.47% 급락한 데 이어 이날에도 13.54% 떨어지며 주당 6000원까지 곤두박질쳤다. 시가총액도 2520억원으로 내려앉았다. 이를 감안하면 지분 30.95%의 가치는 790억원 수준이다. 그러나 YTN이 보유한 남산서울타워와 서울 상암동 본사 뉴스퀘어, 1000억원대 유보자금 등을 고려하면 자산가치만 7000억원에 달한다는 평가도 있었다.

건설 등 5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린 유진그룹은 오래전부터 언론사 인수에 관심을 드러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의 장남인 유석훈 유진기업 사장(42)이 언론사 경영에 관심이 많아 YTN 인수에 뛰어든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특히 유진그룹이 최근 건자재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 직접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 진출에도 공들여왔다는 점에서 언론사를 인수할 경우 발생할 시너지 효과를 노렸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내 레미콘 1위 유진기업을 필두로 한 유진그룹은 주력 사업이 기업 간 거래(B2B)다. 하지만 최근 집 수리 전문매장 '에이스하드웨어'를 비롯한 B2C 신사업을 본격화하면서 대중적 인지도를 넓히고 있다.

방송 분야에서는 1997년 부천·김포 지역 종합유선방송사(SO)인 드림씨티방송에 출자한 데 이어 은평방송도 인수하면서 부천·김포, 서울 은평 지역에서 40만명 가입자를 거느린 케이블TV 사업자로 활약한 바 있다. 그러다 2006년 CJ홈쇼핑에 3581억원에 지분을 매각한 뒤 방송 분야에서는 손을 뗐다. 이번 YTN 지분 인수로 유진그룹은 17년 만에 다시 방송 분야 진출을 꾀하게 됐다.

향후 매각 측은 이사회 의결 등 최종 의사결정을 거쳐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매각 측은 관계기관 승인 절차까지 고려하면 계약 체결 뒤 2~3개월 안에 거래가 종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YTN 지분을 인수하는 자는 방송법에 따라 지분 취득 계약 체결 30일 이내에 방통위에 변경승인 신청을 해야 한다. 방통위는 신청을 접수한 이후 60일 이내에 그 결과를 신청인에게 통보하게 된다. YTN은 YTN 라디오와 YTN DMB의 지분도 소유하고 있다.

방통위는 방송의 공적 책임, 공정성 및 공익성 실현 가능성, 사회적 신용 및 재정적 능력, 시청자의 권익 보호, 대기업·언론사·외국인 등에 대한 방송사 소유 규제 관련 법적 자격 등을 심사 사항으로 정했다. 만약 이번 낙찰자가 방통위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차순위 낙찰 없이 재입찰에 들어간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이날 YTN 최대주주 지분 매각과 관련해 "YTN의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심사는 관련 법령에 따라 엄격, 투명, 신속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오대석 기자 / 홍혜진 기자 / 김대기 기자 / 양연호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