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인구 1500만 시대 떠나보낼 준비는 아직 부족

박민기 기자(mkp@mk.co.kr) 2023. 10. 2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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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죽음후 우울·상실감
'펫로스 증후군' 사회문제로
상담·장례 서비스 확충 필요

직장인 한 모씨(34)는 17년간 함께 살았던 치와와가 세상을 떠났을 때를 아직 잊지 못한다. 갑자기 숨이 가빠지거나 손이 덜덜 떨리는 증상이 나타났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본인이 '펫로스 증후군'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한씨는 지인들을 통해 겨우 반려동물 전용 장례식장을 찾아 반려견을 떠나보냈다. 한씨는 "사랑하는 가족을 대충 보낼 순 없지 않겠느냐"며 "반려동물 전용 장례식장이 조금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에 발맞춰 관련 산업도 급성장하고 있지만 대부분 주인과 반려동물의 '행복한 만남'에만 집중하고 있어 언젠가 찾아올 이들의 '슬픈 이별'을 준비하는 서비스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 '2020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약 313만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가구 수의 약 15%에 달하는 수준이다. 해당 데이터는 5년 단위로 업데이트되는 만큼 올해 기준으로 보면 이보다 더 많은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반려동물의 죽음 이후 펫로스 증후군을 겪는 양육인 수도 빠르게 증가하는 실정이다.

펫로스 증후군은 가족처럼 사랑했던 반려동물이 죽은 뒤 상실감이나 우울증 등을 겪는 증상을 뜻한다. 경우에 따라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등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로 위험한 증상이지만 아직은 이에 생소한 사회의 무관심 등으로 펫로스 증후군과 관련한 구체적 통계조차 집계되지 않았다.

2018년 전국 최초로 서울에 문을 연 펫로스 심리상담센터 '안녕'의 조지훈 소장은 "첫 1년 동안은 상담객이 20~30명 왔지만 점점 늘면서 이제는 한 해에 100명 이상이 상담을 받으러 온다"며 "아직은 전체 반려동물 양육인구 중 펫로스 증후군을 겪는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등 구체적인 통계가 없는데 관련 내용이 마련되면 상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급증하는 반려동물 양육가구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8월 '반려동물 연관산업 육성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4대 주력산업으로 펫푸드, 펫헬스케어, 펫서비스, 펫테크 등만 선정되면서 펫로스 증후군 예방을 위한 반려동물 장묘사업 확대는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1 한국반려동물보고서' 조사 결과 10세 이상 노령견을 키우는 가구는 전체 반려동물 양육가구의 약 20%에 달한다. 이들은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서비스로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52%)를 꼽았다. 이 밖에도 전문 정보 제공 및 상담(48%), 펫로스 극복 프로그램(32.1%) 등이 뒤를 이었다.

반려동물 산업 규모는 매년 크게 성장하는 반면 장묘시설 등 산업은 아직 한참 뒤떨어진다. 국내 반려동물 장묘시설은 2016년 20곳으로 시작했지만 올해 2월 기준 여전히 67곳에 그친다. 그나마도 서울과 대전에는 단 한 곳도 없고 절반가량이 경기도에 있다. 반려동물 전용 장례식장이지만 지방자치단체나 각 지역 주민들은 여전히 '화장터'라는 인식이 강해 관련 시설 설치를 극구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 소장은 "반려동물 전용 장례식장이 조금씩 늘고 있지만 여전히 장례식장이라기보다 단순 화장터에 가까운 시설이 대부분"이라며 "반려동물과의 사별을 '동물 사별'로 보지 말고 '가족과의 사별'로 본다면 이에 대한 사회 이해도도 갈수록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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