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경제기사 이렇게 읽어요] 최대 불법 공매도에 규제 목소리

2023. 10. 2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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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기관 주식투자 위축 우려도

◆ 경제기사 이렇게 읽어요 ◆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금감원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복현 금감원장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이 원장은 최근 불법 공매도가 적발된 글로벌 투자은행과 관련해 "과거에 있었던 금액보다 훨씬 더 큰 금액을 금전적으로 책임지도록 하겠다"면서 "형사처벌도 가능할 거 같은데, 외국에 있는 사람(임직원)을 끌어와서 처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금융당국은 글로벌 투자은행(IB) 2곳의 불법 공매도를 적발했다고 밝혔습니다. BNP파리바와 HSBC는 2021년부터 작년까지 9개월간 110개 종목에 총 560억원 규모의 불법 공매도를 자행했습니다. 사상 최장·최대 불법 공매도 사태에 금융당국은 철저한 조사 후 과징금 부과와 형사처벌까지 추진할 계획입니다.

Q. 불법 공매도란.

A.공매도란 '없는 것을 판다'는 뜻입니다. 주식 시장에서는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내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해당 주식을 빌려 매도하고 실제로 주가가 하락했을 때 되사서 갚는 방식으로 시세 차익을 노리는 겁니다.

공매도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차입 공매도'와 없는 주식을 먼저 파는 '무차입 공매도'입니다. 현행법상 우리나라는 개인·기관·외국인 투자자에게 차입 공매도만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공매도 사태에 '불법' 딱지가 붙은 것은 두 IB 모두 국내 주식 시장에서 무차입 공매도를 일삼았기 때문입니다.

Q. 이번 불법 공매도는 어떻게 이뤄졌나요.

A.두 글로벌 IB는 국내 주식 시장에서 매매 체결일과 결제일 간 이틀 차이가 난다는 점을 악용했습니다. 체결 당시 실제로 보유한 주식 잔량과 공매도 체결 수량이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결제일 전까지 주식을 추가로 빌려 부족한 수량을 채운 겁니다.

BNP파리바 홍콩법인은 내부 부서 간 주식 대여를 통해 400억원 규모 불법 공매도를 진행했습니다. 부서 간 차입 내역을 기록하지 않고 보유 주식을 중복 계산했고 중복돼 불어난 주식 수만큼의 공매도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홍콩 HSBC는 외국계 기관투자자의 공매도 주문에 '향후 빌릴 수 있는 수량'을 산정해 160억원 규모 무차입 공매도를 진행했습니다.

Q. 공매도 규제를 둘러싼 찬반 의견은.

A.불법 공매도가 실제 주가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그러나 BNP파리바에서 집중적으로 공매도했던 카카오의 주가는 해당 기간 큰 낙폭을 보였습니다. 이에 그간 공매도 제도에 불만이 있던 개인투자자들의 제도 개선 목소리는 더 커졌습니다. 개미들은 공매도가 주식 시장 불안을 키우는 데다 불법 공매도 단속도 어렵기 때문에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제도상 외국인·기관 투자자에 비해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접근이 어렵다는 점도 불만입니다. 지난 4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공매도 제도 개선' 안건에는 5만명 이상이 동의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공매도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공매도는 부정적인 정보 선별로 고평가된 주식의 거품을 걷어내고 적정 가격을 찾아냅니다. 다양한 방식의 거래를 허용해 주식 시장 크기와 유동성을 키울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순기능을 무시하고 규제를 지금보다 강화하면 외국인 투자가 위축돼 국내 주식 시장 규모가 작아지고 MSCI 선진지수 편입에도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Q. 금융당국의 대책은.

A.금융당국은 불법 공매도가 적발된 두 IB에 최대 수준의 과징금을 예고했습니다. 필요하다면 '외국에 있는 사람들을 끌어와서라도' 형사처벌을 하겠다는 의지까지 보였습니다. 불법 공매도를 막기 위해 국내 수탁 증권사가 외국 기관에 공매도 주문을 넣기 전 주식을 빌린 사실을 확인하도록 하는 제도 도입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기관·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규제 강화 주장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입니다. 공매도 제도 개선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국내 증시 성장을 위해 다양한 투자자의 시장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한국 증시가 저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선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전지아 경제경영연구소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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