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CEO특강] "나만의 색깔 담은 일, 뚝심있게 해보세요"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3. 10. 23. 17: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장 한양대서
창단후 첫 非서울대 여성 단장
광화문광장 공연 등 창의적 시도
반론 부딪혔지만 결국엔 호평
UN회의장서 새타령 부른 일화
스스로 기회 만든다는 교훈 줘

뚝심 있는 자에게 기회가 온다.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장(50)도 그런 경우다. 박 단장은 4세 때부터 피아노를 치고, 초등학교 4학년에 성악 공부를 시작해 연세대 음대에 수석 입학하는 등 음악가로 길러졌다. 지금도 무대에 오르는 현역 소프라노이고, 단국대 음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직함을 하나 더 달았다. 서울시오페라단을 경영하고, 공연 제작을 총지휘하는 단장직이다. 40년간 매일 노래 연습을 하면서 평생 성악가이자 교육자로 살아왔는데, 그가 이제 와 하나의 조직을 이끌어갈 수 있다면 그 뚝심 덕분일 것이다.

박 단장으로서도 거저 얻은 자리는 아니다. 단장을 공개모집 중이라는 얘기를 우연히 듣고 지원서를 쓴 뒤 면접 절차를 위해 따로 학원까지 다녔다고 한다. 서울시오페라단장에 여성이 오른 것도, 비서울대 출신이 취임한 것도 30여 년 만에 처음이다.

박 단장은 최근 서울 한양대에서 열린 매경CEO특강에서 이 같은 이력을 소개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보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많은 사람 앞에서 노래할 땐 안 떨리는데, 단장직 면접을 위해 말을 하려니까 덜덜 떨리더라고요. 그래서 한 달 동안 아나운서 스피치 학원을 다녔어요. 잘 다루지 못하는 컴퓨터를 붙잡고 제자의 도움을 받아가며 발표 자료도 만들었죠. 원하는 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노력해야 얻을 수 있고, 후회도 남지 않더군요."

박 단장은 오페라 대중화와 관객 개발을 위한 다양한 시도도 소개했다. 그가 단장으로 부임 후 무대에 올린 '파우스트' '리골레토' '마술피리' 등은 연속 매진을 기록했다. 지난 9월엔 광화문광장 야외 특설무대에 '카르멘'을 올렸다. 무료로 신청을 받아 운영한 객석은 이틀간 2000석이 모두 매진됐고, 광장 계단 등에도 시민들이 운집해 공연을 즐겼다.

그는 "나만의 색깔을 갖고 창의적인 시도를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광화문광장에서의 오페라 공연은 박 단장이 집요하게 밀어붙여 실현된 기획이다. 사실 무모한 부분도 있었다. 야외 무대는 우천 대비가 어렵고 주변 교통 소음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추진 단계에서도 그런 반론에 부딪힌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물러서지 않았다. "클래식 인구를 더 모으려면 일단 시민들에게 가볍게라도 '오페라 맛'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죠. 내부적인 반대에도 '저는 하고 싶다'고 끝까지 주장했어요. 천만다행으로 의견이 받아들여졌고, 비도 안 왔고, '앞으로도 이런 시도를 해야 한다'는 호평까지 들을 수 있었습니다."

소프라노로서 미국 뉴욕 유엔 회의장에서 새타령을 불렀던 것도 스스로 기회를 만든 뚝심 있는 일화 중 하나다. 당시 설립 70주년 행사로, 무대는 정식 공연장이 아닌 회의장이었다. 가만히 서서 곡을 불러도 무난했을 행사에서 그는 한복을 입고 소품으로 장구까지 챙겨가 한국 전통의 미를 선보였다.

"세상에 너무 많은 소프라노, 많은 성악가가 있어요. 그중에서도 나만의 뭔가를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해 한국 무용을 준비했죠. 그게 좋은 반응을 얻어서 반기문 당시 유엔 사무총장 퇴임식에도 러브콜을 받아 노래하게 됐어요. 하나를 잘하면 기회는 또 오게 돼있단 걸 배웠죠."

박 단장은 학생들에게 "자신에게 어울리는 모습,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고 언제 가장 행복한지를 빨리 찾아보라"고 조언했다. 또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쪼개 쓴다면 많은 일을 성취할 수 있다"며 "어떤 일이든 꾸준히 끝까지 하는 사람, 부지런한 사람은 따라잡기 힘든 법"이라고 강조했다.

오페라에 대한 관심과 사랑도 당부했다. 그는 "예술은 때로 돈보다 더 큰 가치를 준다. 사람들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건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가치"라며 "훌륭한 최고경영자(CEO)가 된다면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그런 가치를 만드는 사람이 돼달라"고 말했다.

[정주원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